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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인이 한국에서 들은 황당 질문, 어느 대학 출신?

by 영국품절녀 2013. 11. 28.

영국 IT 회사에 다니시는 영국 아저씨는 한국의 모 대기업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약 일년 넘게 거의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한국으로 출장을 갔다고 해요. 한국 음식도 무척 좋아하시고, 나중에 은퇴하면 한국에서 사실 것이라고 하셨어요. 물론 한국인 아내도 출장 중에 만나서 결혼까지 하셨지요.

 

그런데 그 분이 참 황당했던 한국인들의 질문에 대해 물어보셨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한국에서 업무상 만난 관계자들을 통해 그런 질문들을 종종 받았다는데요, 그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지 자신은 참 황당하고, 궁금하기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지금까지 영국 은행 및 IT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그런 질문은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영국은 학력(학벌)이 아닌 경력을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냐?", "대학 어디 나왔냐?" 는 우리가 참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인들에게 꽤 많이 들어봤을 거에요. 그만큼 우리 사회는 대학 간판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조건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학력 및 학벌에 따라 사람을 차별 대우하기도 하고요. 연예계조차도 명문대를 나오면 "엄친아"라는 말이 이름 앞에 바로 붙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지요.

 

 

(출처: Google Image)

 

영국 아저씨 말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학벌이 아닌 "경력" 우선이다.

 

정말 그렇습니다. 물론 일부 특정 분야(정치, 금융권 등)에서는 옥스브리지와 같은 최고의 명문대 출신들을 선호한다고 하지만요,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학벌보다는 경력이 우선됩니다. 그 이유는 영국에서는 인력 채용 시, 엄격하고 구체적인 채용 기준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공채 시험을 봐서 한꺼번에 사람들을 대량 모집하지는 않고요, 특채 식으로 직무에 필요한 능력 및 경력 등을 아주 중요하게 봅니다. 그래서 요즘 영국 대학들은 기업체들과 연계해 학부 및 대학원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인턴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통한 인턴쉽 자리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방학마다 인턴쉽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답니다.

 

영국은 취업 조건이 꽤 까다로운 편입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외국인들이 영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연봉이 높고 직급이 높을수록, 요구하는 조건들이 상당히 전문적입니다. 또한 학벌보다 직무를 위한 요구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아무리 지원을 한다해도 소용이 없지요. 제가 일하는 곳도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오로지 영국인밖에 없으며, 오로지 그들만 정규직이에요. 그에 비해 단순 업무를 하는 나머지들은 저처럼 외국인 출신들이 많으며, 다들 파트 타이머들인 셈이지요.

  

전에 서울대 출신인 전문직 종사자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리 서울대를 나오고, 전문직 자격증이 있어도..

영국에서 취업할 때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구나..

 

학벌도 크게 보지 않고, 현지 경력을 가장 중요시하고 게다가 직무 조건까지 까다로우니.. 그것에 부합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물론 영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인들은 그나마 취업의 문이 쉽게 열리겠지만요, 한국 대학 출신들 혹은 영국 석사 1년 정도만 살짝(?) 해서 영국에서 괜찮은 곳에 취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혀 없지는 않지만요,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 취업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영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고, 워크폼 비자도 안 내주려고 하니까요. 다만, 영국에서도 인력이 부족한 부문 - 엔지니어링 - 은 그나마 취업의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영국 포함 해외 취업이 유리한 분야가 궁금하시면 바로가기

 

경력을 중시하는 영국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워낙 대학 간판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학벌 세탁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일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이를 테면 수능 재수(대학 다니면서 반수), 명문 대학 편입 혹은 해외 유학 등등..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주위에서 제가 지켜 본 지인들만 봐도, 한국에서 지방 대학 중퇴 혹은 재수생들이 영국 대학 졸업 후에 귀국하여 좋은 곳에 취업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꽤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덜 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해외 대학 간판"이 취업에 유리한 편입니다.  

 

 

 

우리들이 꼭 새겨야 할 문구네요.

 

종종 저에게 들어오는 질문 중에도 "영국 대학 선택 및 현지 취업" 에 대한 것들이 있어요.

 

대학(학부 혹은 석사) 졸업 후, 영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은데..

영국도 대학 순위가 중요한가요?

 

제가 괜찮은(?) 영국 회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 지원서를 써 본 적은 없지만, 주변 영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영국 취업 시 학교 랭킹은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물론 최고 명문대인 옥스브리지, LSE, 임페리얼 칼리지 정도는 직종에 따라 훨씬 유리할 수 있겠지만요, 그 출신들도 취업 시 직무에 비해 학벌이 너무 높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뽑지 않아 버린다고 하네요. 

 

전에 런던 로비회사에서 직원을 뽑는데, 옥스브리지 출신 젊은이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많이 왔다고 해요. 채용 관계자는 그런 명문대 출신들은 회사의 단순한 업무에는 맞질 않는다고 뽑질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무리 최고 명문대 출신들이라 해도 직무에 비해 학력이 과하면 채용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지요.

얼마나 취업 시 경력이 중요하면, 그런 단순 업무까지도 하려고 명문대생들이 지원을 했을까요? 지인의 말로는, 런던에는 명문대생들뿐 아니라 수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인턴이라도 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하네요. 하긴 지방에 있는 대학들도 졸업만 하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다들 런던으로 직장 잡으러 가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영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한국 직장에서도 영국 대학들을 얼마나 잘 알겠어요.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과 비슷할거에요. 한국에서도 이런 말이 있잖아요. 스카이 아니면 그냥 똑같은 대학이라고요, 영국도 최고 명문대 몇 개를 제외하면, 다들 비슷하게 취급 받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도 대학생들에게 "어느 대학 다니니, 전공이 뭐니?" 정도의 질문은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다만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 간에는 학벌의 질문은 하지 않나 봅니다. 영국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참 황당할 법도 하겠어요. ㅎㅎ 그 동안 저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한국인 (특히 어른들) 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 "어느 대학 나왔어요?" 인데요, 왜 우리들은 상대방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그렇게 궁금한 걸까요? 이 질문도 영국인이 한국에서 느낀 문화 충격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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