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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유독 영국 겨울에 힘이 빠지는 한국인, 왜

by 영국품절녀 2012. 12. 1.



이번 겨울 들어 제가 사는 지역의 12월 첫 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12월이 가까워오면서 영국 날씨도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영국은 때 아닌 홍수로 인해 남서쪽에는 큰 피해가 있었다고도 하지요. 제가 사는 지역은 다행히 홍수 피해는 없었지만, 하루 종일 하늘에서 폭우가 퍼 붓고 굉장히 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세찬 바람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져 인명 피해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영국에서 살면서 이런 날씨는 처음 경험할 정도로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보통 영국 겨울 날씨는 해를 보기도 힘들 정도로 매일 비가 내리는 우울한 날씨가 계속 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루 이틀 영국에 산 것도 아니면서 우울한 영국 날씨가 특별할 것도 없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참 생활하기 힘든 혹은 적응하기 힘든 날씨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영국의 겨울이 힘든 이유 중에 하나는 "굉장히 짧은 낮 길이" 입니다. 보통 흐린 날이 계속되면 몇 주 내내 해를 아예 보지도 못하고 하루가 끝나버리는 것이 예사니까요.

 

11월이 되자마자 영국의 오후 4시는 저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꼭 기분은 밤 7~8시 정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그래서 어떤 날은 밖의 상황만 보고 시계를 보지 않은 채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나서 시간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허걱!! 오후 5시도 안 된 거에요. 그런 경우에는 취침할 시간에는 어김없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끊이질 않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오후 4시 시내 풍경을 보실까요?

 

                        

 

 

학생들은 하교하고, 사람들은 쇼핑을 하고 집으로 갑니다.

 

                          오후 4시 정도에 스타벅스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밖이 벌써 어둡지요?

 

이상하게도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하루종일 일을 하고도, 퇴근 시간이 되면 7~8시 정도에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가도 전혀 피곤한 줄 몰랐는데요, 영국에서는 장시간 일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두워지기만 하면 자꾸 피로감을 느낍니다.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에는 "안 쓰던 영어를 써서 힘이 든가보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요즘은 하루 종일 영어를 안 쓸 때도 있는데 왜 피곤할까요? 주변 한국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혹시 요즘에 어두워지면 피곤하지 않나요?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는 거에요.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1. 한국보다 낮은 기압차로 인해 피로함을 느낀다.

2. 거리에 불빛이 별로 없어 피로감을 느낀다. (시내를 제외하고는 동네가 깜깜해요.)

3. 긴 밤에 특별히 할 게 없어서 기분과 몸이 쳐진다.  등등

 

위와 같은 대답 중에 역시 가장 많았던 것이 바로 "밤이 너무 조용하다, 마땅히 할 것이 없다" 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하교 및 퇴근 시간인 오후 4~7까지 시내가 시끌벅적 합니다. 그 후에 밖에 나가면 시내는 마치 좀비가 나올 것 같은 유령 도시로 변합니다. 대부분의 상가는 문을 닫고요. 일부는 매장 불만 환하게 켜 있습니다. 즉, 어두운 밤이 시작되는 오후 4시부터는 다들 장을 본 후에 집에 가기에 바쁩니다.

 

                                                        오후 9시경 조용한 시내

지금 생각해 보니, 한국처럼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밤이지만 대낮같은 분위기는 사람을 흥분시키고 에너지가 솟는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에 반해 빨리 어두워지는 영국 겨울에다가, 다들 일찍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 시내마저 조용한 영국 시골은 괜히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

 

너무 조용하고 따분하기만 한 영국 겨울은 한국인들을 힘 빠지게 합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집의 경우에는 오후 4시부터 어두워지니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데리고 나갈 데도 없으니, 영국 겨울은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을 해야하는 한국 부모님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겨울 방학이 무섭다고 하시네요. 아무튼 한국의 즐거운(?) 밤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영국 겨울 밤은 참으로 갑갑하고 피곤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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