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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층간 소음에 대처하는 영국 정부, 인상적

by 영국품절녀 2013. 11. 2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예전에 "영국인들의 층간 소음 대처방법" 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사정 상 조금 늦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층간 소음은 꽤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년 6월로 기억하는데요, 아파트에 거주하는 판사가 위층과의 층간 소음 문제로 화가 난 나머지 위층 거주자의 차를 훼손시킨 사건이 있었지요. 판사가 그런 행동을 저질렀던 것이 어처구니 없기는 하지만 오죽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도시의 인구 밀집도가 높아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과 달리, 영국인들은 아파트(플랏) 거주비율이 확실히 낮습니다. 정원 갖는 것을 선호하는 영국인의 특성도 플랏,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거주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플랏에 사는 부부라도 아이가 생기면 정원이 있는 주택으로 옮기는 편이지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주택 마련이 어려운 젊은이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층을 중심으로 공동주택에 거주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국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라는 말보다는, "이웃간 소음 (Neighbour Noise)문제" 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저도 자료를 검색하다 조금 놀라긴 했는데요, 인디펜던트 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제법 낮은 영국인들도 매년 약 300만 명 정도가 이웃간 소음문제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출처: telegraph.co.uk)

 

그럼 영국인들은 어떻게 이웃간의 소음 문제에 대처할까요?

 

다양한 소음 관련 영국 법령이 있기 때문에 제가 모두 소개 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 가지 한국도 참고할 만한 점들을 중심으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은 이웃간 소음문제와 관련한 법령으로 1996년에 제정된 "소음법(Noise Act)" 이 있습니다. 이 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야간 소음에 대한 엄격한 규제" 입니다. 저녁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절대 소음을 유발해 이웃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는 시간이지요. 각 지방 자치단체는 소음관련 전담부서를 두고 소음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소음을 측정하고 이 문제를 즉각 해결해야만 합니다. 이 담당자는 소음 측정 후, 소음 유발자에게 벌금을 부과시킵니다.

 

그러면 "낮 시간에 발생하는 이웃간 소음문제" 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직 구체적인 관련 법령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야간 시간에 소음을 일으키는 이웃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소음을 유발해 아랫집에 고통(?)을 주는 윗집 어린이들에게도 이 시간은 취침시간이기 때문이죠. 아직 영국 전역으로 확대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환경청에서 제시한 이웃간 소음문제 대처방식은 간단하면서도 꽤 인상적입니다.

 

© Merrily Harpur (harpur.org)

 

두 가지 사례로 보는 영국인들의 이웃간 소음문제 대처 방식

 

[사례 1] 이웃의 소음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이 지방 담당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신고자의 이웃에는 싱글맘이 어린 아이들 4명과 함께 살고 있는데, 엄마가 아이들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심지어 엄마가 애들에게 지르는 목소리도 이웃에겐 소음이었지요. 신고를 접수한 담당부서는 이웃간 대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이 문제에 대해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아이들 엄마는 자신들의 소음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신고한 이웃은 그 사정을 듣게 되었지요. 이렇게 관련 담당자가 주최한 자리가 소음 문제를 완전히 깔끔하게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웃들이 서로의 어려운 점과 문제점들을 이해하면서 서로 노력하는 것에 합의함으로써 이웃간 관계가 꽤 회복되었답니다.     (출처: EnCams: Neighbour Noise: a guide for the public)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위와 같은 분쟁 해결방식은 "제3자가 참석한 가운데 차분하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 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런데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제3자의 중재나 심지어 행정명령까지 무시하는 사람들이 영국에도 있습니다.

 

(출처: telegraph.co.uk)

 

[사례 2] 영국 버밍엄에서 살고 있던 샤론이라는 젊은 여성은 시에서 제공받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밤낮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윗집의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입혔답니다. 윗집의 바닥이 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구의 위치까지 이동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윗집의 신고로 시의 관할 행정당국은 샤론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수 차례 소음 유발기구 – 텔레비전까지 - 를 강제로 치워버렸습니다.

하지만 샤론은 그럴 때마다 스피커나 음향기기를 새로 사들였다고 하네요. 그러자 지방법원은 샤론에게 정해진 날짜까지 거주지에서 퇴거할 것을 명령했으며, 앞으로 2년 동안, 잉글랜드 어떤 지역에 가서 살더라도 소음을 내는 어떠한 행위도 중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출처: Defra: Neighbourhood Noise Policies and Practices for Local Authorities, 2006)

 

영국인들은 이웃간 소음 문제를 "반사회적 환경문제" 로 인식합니다. 즉, 사람들의 안락한 거주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행위인 것이지요. 첫 번째 사례인 네 아이의 엄마도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혹시나 있을 법원의 퇴거 명령이었으며, 샤론의 경우에는 실제로 퇴거명령까지 받았지요. 즉, 이웃간 소음문제는 법원의 퇴거명령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영국에서는 다루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영국인들 모두가 이런 행정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웃간 소음문제가 나면 영국인들 약 70퍼센트가 직접 혹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소음을 유발한 이웃에게 소음을 제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하네요. 구두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10퍼센트가 넘는 것을 보면 이웃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문제가 영국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위의 두 사례를 통해, 이웃간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강온(强溫) 양면책을 사용하는 영국의 제도는 우리도 참고할 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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