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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기러기 아빠 한국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by 영국품절녀 2013. 4. 12.

며칠 전 온라인 기사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러기 아빠 현실" 에 대해 쓴 글이 있었어요. 기사를 읽어보면 대부분의 내용들은 익히 한번 쯤은 언론 매체를 통해 들어서 그런지 별로 특별했던 것은 없었습니다. 즉 기러기 아빠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국 기러기 아빠의 처참한 현실 (출처: Google Image)

 

그런데 그 기사에서 약간 정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 존재한다고요??

그건 아닙니다.

물론 한국 기러기 아빠들의 비율이 단연 전 세계에서 1위가 아닐까 싶지만요.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유럽, 아랍 혹은 아시아 출신의 기러기 엄마들이 있어요. 영어 수업을 듣다 보면 외국인 출신의 기러기 엄마들을 종종 만나기도 해요.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다들 자녀들의 조기 영어 교육 혹은 영국 대학 입학을 위해 영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들은 자국에 남아 영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보내고 있지요.

 

참, 기러기 아빠의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이런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지요.

기러기 아빠 (Goose dad)- 1년에 휴가나 명절 날 만큼은 부인과 자녀를 만나러 간다.

독수리 아빠 (Eagle dad) - 아무 때나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족 방문이 가능한 경제적인 능력, 여유가 있다.

펭귄 아빠 (Penguin dad) - 생활비와 학비를 부치는 것도 힘에 겨워 전혀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

 

예로 제가 아는 프랑스 아줌마가 약 4년 정도의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프랑스로 간 지 1년도 채 못 되어서, 최근에 다시 영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원래는 어린 자녀들의 영어 연수를 위해 약 몇 년간만 기러기 생활을 하려고 했다가 4년이나 자녀들은 영국에서 교육시켰답니다. 아이들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힘들어해서 그 아줌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 갔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프랑스의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영국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 부모들 중에서도 주재원(취업) 혹은 학업 등으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듯이 말이에요.

 

이처럼 기러기 부부는 가족들간의 자유 의지에 의해 결정된 형태입니다. 보통은 부부만의 단독 결정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아이들의 결정일 수도 있지요. 한국의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경쟁 구도의 교육 현실을 잘 아는 아이들은 절대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기도 하거든요. 특히 영어가 취업에 중요한 스펙으로 손꼽히고 있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힘든 기러기 생활을 자처하고 나섭니다.

 

전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어떤 분이 기러기 엄마에게 "기러기 생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 분은 딱 잘라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되도록이면 기러기 생활은 하지마라, 부모 둘 다 힘들다.

적어도 아이들이 어린 경우라면 더~ 더욱 안 된다.

어린 자녀를 대학 입학까지 시키려면 부부떨어져 있는 기간이 너무 길어 진다.

 

(출처: http://smartblog.olleh.com/344)

 

제가 주변에서 봐도, 국적에 상관없이 기러기 엄마들의 생활은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참 외롭고 힘이 들어 보입니다. 아이들의 앙육을 온전히 엄마가 도맡아야 하며, 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까지도 해야 하니까 말이지요. 일부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의 학업을 도와 주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어요. 특히 자녀들이 아들인 경우에는 사춘기가 오면 엄마들은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가끔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전에 신랑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물어 본 적이 있지요.

울 신랑은 한치도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하네요.

나는 기러기 생활은 절대 안 할 꺼야.

왜 우리가 자녀들을 위해 그렇게 희생해야 하냐?

난 절대 싫다~ 가족은 무조건 함께 살아야 해~~

 

저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자신이 없어요. 어쩌면 저희들은 아직 아이가 없기에 이렇게 쉽게 말을 내뱉을 수도 있지만요, 저희처럼 기러기 생활을 전혀 하고 싶지 않는다는 부부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기러기 부부들은 누가 더 힘들다 안 힘들다 평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기러기 아빠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여담으로 지인의 회사 상사 중에 기러기 아빠들이 꽤 있다고 하는데요, 집에 들어가기 싫으니 직원들에게 항상 술자리를 강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고 해요. 약간 과장한다면, 기러기 아빠들은 평일 내내 술을 마신다고 하니까요. 그러다가 건강 잃고 끝내는 쓸쓸한 죽음 혹은 자살에까지 이르기도 하지요. 솔직히 제가 기러기 아빠들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살아가는 낙이 별로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제가 보기에 기러기 생활을 하는 "한국 부부들이 궁극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부부가 떨어져 있는 기간이 너~ 무 길다"는 거에요.

 

대부분의 한국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해외에서 체류하는 경향이 큽니다. 즉, 자녀가 어릴수록 꽤 오랜 시간을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영어권 국가와 한국은 거리가 상당히 멀고 비용 역시 크게 들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들의 가족 방문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자연적으로 기러기 아빠들은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돈만 벌어서 입금시키는 사람으로 자신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부 외국인 출신의 기러기 부부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유럽 출신의 기러기 아빠들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영국에서 생활하더라도, 주말 부부라고 할 정도로 가족 방문을 수시로 합니다. 거리가 멀지 않고, 비용 역시 비싸지 않으니까요.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유럽이 아닌 "타국 출신 기러기 부부"의 경우입니다.

한국처럼 꽤 먼 국가에서 온 일부 기러기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릴 경우에는 함께 지내다가, (영국의 경우)부모 가디언 비자가 끝나는 만 12세가 되면 아이를 보딩 스쿨(기숙사 학교)에 입학시키고 귀국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조기 유학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나마 추천할 만한 케이스라고 보여집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현대 아동기(Modern childhood)를 만 12살 (한국 13살) 까지로 간주됩니다. 이런 이유로 영국 정부는 조기 유학하는 외국 학생들의 부모에게 만 12세까지만 가디언 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후로는 아이를 보딩 스쿨에 맡기고 귀국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위의 상황을 비추어 본다면, 한국처럼 부부가 자식을 위해 상당 기간동안 떨어져서 사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부부가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다 보면, 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우리가 알다시피, 기러기 부부들의 사건 사고가 한국 및 해외에서 일어나는 것을 봐도 알 수 수 있잖아요. 기러기 아빠들은 한국에서 건강 악화, 우울증, 생활고, 성 문제 등... 기러기 엄마들은 해외에서 바람, 우울증, 외로움, 경우에 따라서는 귀국을 원치 않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물론 모든 기러기 부부들이 다 이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희 가족 중에도 기러기 부부가 있었는데요, 자녀들은 OO에서  대학 잘 보내고 현재 부부는 다시 합쳐서 한국에서 잘 살고 있거든요.

 

이처럼 한국 기러기 부부들은 아이들을 위해 부부 생활에 있어 너무나 큰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풍경이 해외에서는 정말 유일무이하며, 외국인들은 한국 기러기 부모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것은 싫으나 아이는 외국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바람에서, 불법으로 외국인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고 있지요. 제가 기러기 부모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들을 보면 기러기 아빠들이 참 많아요. 우스개 소리로 한 것이겠지만, 정형돈은 기러기 아빠가 부럽다는 말까지도 했다고 하는데요.

 

기러기 생활을 하는 부부들은 나름대로 다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이 옳고 그른지를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습니다. 부부들 본인들을 위해 중학교 이후부터는 기숙사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자녀들이 걱정이 된다면, 때때로 아이의 학교를 방문하거나, 학교 측과 이메일 등으로 자주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방학 때 마다 아이들은 한국에 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 되잖아요. 아이들의 교육 및 양육이라는 명목 아래 부부가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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