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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나온 여자들, 맘 놓고 쉬지도 못하나요?

by 영국품절녀 2013. 10. 14.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마음마저 쓸쓸해지는 것 같아 한국 여자들의 신세 타령이나 해 볼까 합니다. 대상은 미혼 여자들보다는 기혼 여자들입니다. 저처럼 자신이 아닌 신랑의 학업 혹은 취업을 위해 따라온 아내들의 처지는 학력, 직장 경험, 빈부 등을 떠나서 생활 패턴이 대부분 단조롭고 비슷해 보입니다. 전에는 남편이 해외로 나가면 아내는 당연히 따라가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기혼 여자들도 일을 하는 분위기가 만연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전업 주부라는 자체를 원치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타의적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특히 젊을수록 집안 일만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은 요즘 젊은 여자들은 집 안에서만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것 같고요.

 

그런데 일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해외로 나오면서도 다짐하는 것은 그저 해외에서 잠시 쉼을 가져보자 라기 보다는 '나도 공부해 볼까?' 아니면 '취업을 도전해 볼까?' 입니다. 저 역시도 학업을 해 볼까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둘이 함께 동시에 학업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주위에서 보면 실제로 경제적인 면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부부들은 함께 학업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영국에서 쭉~ 봐온 결과, 그저 남편 학업만 마치면 서둘러 들어가는 경우들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석사와 같은 단기 과정의 경우에는 고작 1~2년이면 귀국이니까요. 그런데도 그 단기간 동안 여자들은 너무도 많은 자책감, 걱정 등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특히 전업 주부가 아닌 직장을 다니다가 영국에 온 여자들의 경우는 집안 일만 하는 생활을 더욱 힘들어 하네요.

 

참 안타까운 것이 경쟁만 하면서 자란 탓에 우리들은 스스로가  "항상 뭔가(학위, 경력)를 해야한다는, 절대 쉬면 안 된다는 강박증" 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한국의 치열한 경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남편 가는데, 네가 왜 따라가? 너네 돈 많아? 넌 여기서 돈 벌어야지.
너 지금 여기서 일 그만두면, 몇 년 후에 다시 와서 일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 거기 가서 뭐 하려고? 팔자 좋다~~
너도 학위 받아와야지.
차라리 거기서 직장 잡아서 아예 정착해버려~ 오지마~

 

 


당사자 역시 힘든데, 이렇게 주변에서 부담까지 주니, 영국에서 일 안하고 놀고 먹는 것 자체가 죄스럽고 거기다가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그런 초조함에 여기 생활을 편안하게 즐기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항상 듣는 말은 "왜 신랑 내조만 하냐? 너도 학위 받아야지" 입니다. 저 역시도 신랑의 학업이 끝나감에 따라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이 참 많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렇게 무언가를 배우고, 경쟁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물론 학업에 뜻이 있는 분들은 학위를 따는 것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여자들이 다들 학업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학비는 또 누가 대주나요? 주변 사람들은 자기 일 아니라고 참 쉽게 말하지요. ㅎㅎ

 

저는 해외에서 단기로 잠깐 계시는 기혼 여자분들께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도 열심히 배워보고, 이 곳 문화도 익히면서 현지인들과의 친분 및 만남을 꿈꾸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시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제가 해외에서 약 6년 넘게 살아보니 남 눈치 안 보고 그냥 소신있게 자신이 편한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삶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답니다. 어차피 이 곳에서 고작 몇 년 사는데, 지금까지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아 온 나 자신을 위한 휴식의 시간으로 여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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