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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해외에서 드라마 PD, 작가에게 감사했던 순간

by 영국품절녀 2014. 3. 2.

며칠 전에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 폭발이라는 언론 및 해외 블로그 글들을 접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영국더 별그대 폐인들이 많습니다. 그 주인공들은 중국 십대 유학생들인데요, 이번에는 참 특이한 것이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남학생들까지도 별 그대에 폭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ㅎㅎ 최근에 만나는 중국 유학생들마다 "별 그대" 에 대해 물으면 다들 소리를 지르고 난리들 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저에게도 특별한 드라마로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본 첫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랍니다. 저는 작년부터 국내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다가, 얼마 전 갑자기 신랑이 별 그대를 보자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이유는 원래 신랑은 드라마를 크게 좋아하지도 않은 데다가 특히 로맨틱 코미디는 싫어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신랑과 함께 약 삼일 동안 별 그대를 1회부터 21회까지 단숨에 봐 버렸답니다. ㅎㅎ

 

 

 

 

도민준과 천송이 커플이 벌써 그립습니다.

 

 

 

전에 기사를 보니, 이 드라마가 젊은 남자들에게도 큰 인기가 있다고 했는데요, 역시나 신랑도 너무 재밌다고 하면서, 스토리가 신선하고 아주 잘 찍었다고 칭찬까지 하더라고요. ㅎㅎ 저는 멋진 도민준과 예쁜 전지현의 달달한 장면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신랑은 남자가 봐도 김수현은 멋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지난 주에 저에게는 유쾌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에서 병가로 결근한 다른 교사의 수업 시간에 대신 들어가는 일이 있었어요. 그 반에는 총 인원이 15명이었는데, 한 명만 빼고는 14명이 중국인이었어요. 수업을 커버할 교재가 준비되지 않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중국 학생들이 저에게 대뜸 "한국인이에요?" 고 하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들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인처럼 생겼어요 하네요. 전 그들의 대답을 듣고 속으로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는 학생들로 짐작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학생들은 저에게 이번 시간에 자신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면 안 되겠냐고 하는 거에요. 자신들은 TV 를 통해 한국인들을 봐왔는데, 실제로 한국인이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듣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순간 당황했어요. 이런 느낌 있잖아요. 마치 우리가 예전에 TV 속에서만 봤던 미국인들을 직접 봤을 때 영어 한 번 해 달라고 그러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단연 "음식, 한류(K-pop, 드라마), 한국어" 입니다.

 

 

 

1.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중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 영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어떤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런던으로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요, 직접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기도 한답니다. 이 곳에 한국 음식점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면서요. 보통 이들이 열광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비빔밥, 김치 찌개, 김치 부침개, 라면, 갈비탕, 돼지 갈비, 떡볶이, 부대 찌개 등이지요.

 

최근에는 별 그대의 영향에서 인지 "치맥" 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어떤 여학생은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삼계탕도 먹어 보고 싶다고 하긴 했습니다.

 

 

 

 

 

별 그대를 보면서 얼마나 치맥이 먹고 싶었던지....

 

 

제일 웃겼던 것은요, 한 중국 남학생은 자신은 중국산이 아닌 "한국산 김치"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어요. ㅎㅎ 김치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늘다보니, 제가 사는 작은 동네에는 김치 품절 사태가 종종 나타나곤 한답니다.

 

 

참, 중국 학생들에게서 우리와 비슷한 점을 발견했는데요, 이들도 음식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즐기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휴대폰에서 자신이 먹었던 한국 음식들을 보여 주더라고요. 저는 이토록 중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줄은 몰랐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도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뭔지? 엄마가 해 주는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이 뭔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답니다. ㅎㅎ

 

 

2. 한국어 배우고 싶어요!!

 

중국 학생들은 저에게 한국어를 알려 달라고 졸랐어요. 저는 간단한 인사를 알려 줬는데 다들 큰소리로 합창을 하는 거에요. "안녕하세요~" ㅎㅎ 그리고는 경쟁하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어를 자랑하기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반가워, 잘가, 감사합니다. 고마워, 미안해, 짜증나, 사랑해..."

 

그런데 중국 학생들은 우리 호칭이 재밌다고 하면서 관심도 무척 많더라고요. 아마도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 날 저는 우리 호칭에 대해 알려 주고 연습까지 시켰답니다.

 

아버지/어머니/아빠/엄마/오빠/형/누나/언니/동생.. 중국 여학생들은 "자기야~" 라는 말을 하면서 웃는 거에요. 자기야는 커플 혹은 부부 사이에 부르는 호칭이라고 했더니 저에게 남자 친구 있냐고 묻네요. 남편이 있다고 하니 "어느 나라 사람이냐", "뭐하는 사람이냐", "결혼한지 몇 년 되었나?"  꼬치꼬치 캐묻기.. 역시 한국이나 중국이나 십대들은 궁금한 것이 많나 봅니다. ㅎㅎ

 

 

또한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파이팅(Fighting)이 영어인가요? 아니면 한국어인가요?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면 항상 한국인들은 주먹을 쥐고 "하나, 둘, 셋" 을 외친 후 "파이팅~" 을 한다는 거에요. ㅎㅎ 저는 파이팅은 우리 말로 "힘내자" 그럴 때 외치는 말이라고 알려 주었답니다. 그제서야 그 학생은 이해가 되었는지 웃습니다. ㅎㅎ  

 

(출처: Google Image)

 

3. 아이돌 그룹과 한국 드라마 짱이에요!!

 

중국 학생들에게 역시 빠질 수 없는 질문은 "한류"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최근에 드라마를 보지 못했고, 아이돌에 대해서도 잘 몰라 학생들은 아주 답답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ㅎㅎ 저도 좀 아쉽긴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별그대를 보기 시작했다고 하니 빨리 보라고 난리들인 거에요. 또한 상속자를 봤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것도 제가 안 본지라 더 이상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SBS)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 이야기로~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냐고 묻길래, 저는 투애니원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들이 아는 아이돌 그룹 이름이 나왔다는 이유로 화색이 돌면서 질문 시작~

그 중에 어떤 멤버가 좋은가요? 그 이유가 뭔가요??

혹시 인피니트 아나요? 나는 인피니트 콘서트 가고 싶어서 콘서트 투어에 대해 알아보고 있어요.

나는 지드래곤 좋아해요. ㅎㅎ 등등..  다른 아이돌 이름도 많았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마지막으로 저는 그들에게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이미 반 정도는 가봤다고 하네요. 그들은 서울, 부산, 제주도 관광을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다들 한국에 놀러 갈 것이라고 했어요. 일부는 한국말을 아예 할 줄 모르는데 혼자 가도 되는지...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묻기도 했지요.

 

수업 시간이 거의 끝나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다음 시간 교사가 일찍 들어왔어요. 중국 학생들은 다들 흥분해서 영국인 교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오늘 한국어 배웠어요. 나 한국어 할 줄 알아요~" 막 자랑하듯이 말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교실을 나가는 저에게 다들 큰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외쳤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영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이어서 이렇게 유쾌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중국 십대들이 "I love Korea" 라고 주저없이 말을 하는데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저에게 전해져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제가 집에 와서 신랑에게 이야기 했더니, 자신도 중국 여생들에게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그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준다고(?) 자랑하네요. 종종 한류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요, 그래도 한국 TV 프로그램의 인기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늘어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류 중심에 있는 우리 드라마 PD 및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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