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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 정치학과 학생들과 본 일본 마루타 만행

by 영국품절녀 2013. 3. 17.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여기 영국은 작년 3월과는 달리 아직 쌀쌀합니다. 그래도 근처에 있는 벚꽃은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하는 것을 보니, 이 곳도 곧 따뜻해 지겠지요.

 

예전에도 이곳을 통해 종종 관련 글을 올렸는데요. 제가 "일본 정치와 문화" 라는 과목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수강생들과 종종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요. 지난 주에는 제가 포스팅 일본의 자살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포스팅 했었는데요.

 

유럽인이 경고한 일본 자살률, 남의 일 아냐.

 

 

사실 그 때 다큐멘터리를 하나 더 보았습니다. 원래 2시간 수업인데, 다큐멘터리가 50분을 조금 넘는 것이었고, 어떻게든 다른 하나로 시간을 조금 더 보충해야 했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마루타" 라는 용어로 더욱 유명한 "731부대" 관련 영상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731일 부대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예하 부대 중 하나로 생체, 화학무기 개발 등을 담당했던 부대로 현재 중국 하얼빈에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수백에서 수천명의 전쟁포로를 포함해서 심지어 어린이까지 신종 생체, 화학무기의 실험대상이 되었는데요, 이들을 "마루타"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마루타라는 말은 원래 통나무라는 뜻으로, 731부대에서는 이 생체 실험 대상자들을 이렇게 불렀다고 하더군요. 동물 취급조차 못 받고 잘려진 목재 취급을 받은 것이지요. 제가 학생들에게 보여준 다큐멘터리는 약 20분 가량으로 짧은 편이지만 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Japan’s Dirty Secret>

 

 

전쟁 당시 731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일본인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이 옛 731부대 자리에 60여 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합니다. 이 곳을 둘러본 후, 그 노인은 그 지역에 사는 중국인들 앞에서 사죄의 발언을 합니다. 실제로 그는 그 곳에서 일개 병사로서 근무하여 실험에는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고작 20살 남짓했던 젊은 청년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의 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옛 부대 부지를 둘러보며 그 당시를 회상하는 그 노인은 당시 부대원들간의 철칙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마라" 였다고 합니다. 전쟁 중 군부대의 보안만큼 중요한 것도 없겠지만, 이 규칙만큼 731부대의 실상을 잘 묘사하는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Three Wise Monkeys> (출처: Google Image)

 

 

이 다큐멘터리는 731 부대의 만행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것은 미국에 있다고 봅니다. 이 부대의 실험결과가 소련의 손에 들어갈 것을 두려워한 미국은 이들에게 자료를 받는 조건을 부대 간부 및 연구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것이죠물론 이미 고인이 된 일부 간부들 중에는 잘못을 고백한 사람도 없지는 않습니다. 또한 731부대의 행위는 전후 처리 과정에서 전쟁범죄로서 공표는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대장이었던 이시이 시로 및 대부분은 일본에 돌아가서도 사회적으로도 큰 성공을 했으며, 아직까지도 당시 부대원들의 모임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A급 전범이 총리까지는 하는 나라이니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마루타 (1988)   (출처: 다음 영화)

 

한편, 중국까지 찾아가서 사죄한 이 일본인 할아버지의 용기는 찬사 받아 마땅함에도, 옛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고 하더군요. 당시 같이 근무했던 부대원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죄책감 조차 없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현재 일본의 우경화 등을 묘사하며 마무리 했습니다.

 

 

위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기 전, 저는 강의실에 있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치 수용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지"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731부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 학생들을 콕 찍어서, 이 부대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물어 보았지요.

 

한 영국인 학생이 대답을 했습니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유대인과 일부 포로들을 대상으로 많은 생체 실험이 있었다고요. 다른 유럽인 학생들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일본 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처음 듣는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재차 물어보니, 한 홍콩 학생이 알고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상영 시간을 마치고 난 후, 저는 솔직히 일본 학생들에게 감상 소감이 어떠냐고 묻고는 싶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그냥 다음과 같은 정도로만 코멘트 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반드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이 정도는 기본으로 알아야 한다.

 

(학생 전체를 향해) 이 영상은 오늘날 왜 역사 문제가 동북아시아 국제 관계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사실 금요일마다 보는 영화나 영상이 이런 것들뿐이어서, 금요일 오후만 되면 기분이 좀 가라앉습니다. 한 주의 마무리를 항상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금요일의 저는 항상 심신이 고단하답니다. ㅎㅎ 유학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나가면, 그래도 말이 잘 통하는 친구들이 일본인입니다. 그런데 역사나 독도가 주제가 되면 조금 난감해 지기도 하지요. 서로 전문가가 아닌 이상, 핏대 높이며 교육시키거나(?) 말다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본 친구들은 배운 적도 없고 모르니까요. 오히려 좋은 자료들을 찾아서 그냥 한 번 보게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그릇된 역사, 역사관을 비판한 영어자료들은 무수히 많고도 많으니까요.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요?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저부터도 쉽지는 않지만 역사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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