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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여자를 위해 차 만드는 영국 남자의 매너, 멋져

by 영국품절녀 2013. 4. 1.

매 주 저희 부부는 영국 교회에 출석을 합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티 타임 (Tea Time) 을 갖는 답니다. 간단하게 차, 커피와 비스킷이 준비됩니다. 줄을 철저하게 잘 서는 영국인들 답게 줄(queue)을 길게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저희 교회는 보통 부부, 가족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대학생이거나 싱글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부들이 줄을 서서 차를 함께 받아가기도 하는데요, 보통 아줌마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인종에 관계없이 여자들의 수다는 어디나 네버엔딩 스토리니까요.  

 

 

가만히 관찰해 보니, 대부분의 영국 남자들은 부인의 차와 함께 비스킷까지 대령하더군요. 오로지 저를 포함한 한국인 아줌마 둘만 남편 차를 챙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제는 제가 남편에게 차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다들 남편 부인에게 차를 갖다 주잖아~~

 

울 남편은 그 말에 "그래서 뭐?"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저는 '말해서 뭐하나..'싶어서 차를 다 마신후에, "내가 가져왔으니까 갖다 놓기나 해~~" 했지요. 이처럼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제가 차를 가져오고, 신랑이 남은 찻잔을 갖다 놓네요.

 

(출처: Google Image)

 

저와 자원봉사를 하는 영국 할아버지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로 부엌으로 가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를 만들어서 부인과 함께 마신다고 하네요. 자신은 그 시간이 가장 좋다고 하시네요. 역시 영국 남자들은 부인을 위한 차 서비스는 일상화되었나 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얼마든지 있겠지만요.

 

 

"The Myths of Happiness" 에 따르면, 아침에 배우자를 위해 차를 갖다주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출처: mirror.co.uk)

 

영국 할아버지들이 할머니들의 차와 비스킷을 챙겨 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멋져 보입니다. 특히 저희 교회에는 나이 든 분들이 많으셔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교회 모임 등 어디든지 함께 부부 동반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아 보여요. 그래서 그런지 6~70대가 넘어서도 친밀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부부들이 손을 꼭 붙잡고 혹은 팔짱을 끼고 다니시는 모습도 목격하거든요.

 

몇달 전에 빈티지 샵에 들렀다가, 아주 예쁜 종들을 구입했어요. 종 5개에 단돈 2파운드(3600원) 이었거든요. 종을 하나씩 싸 주시던 영국인 아줌마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종을 흔들면서, "Darling~~Tea, please~~" 하라고요.

제가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하니, 울 신랑의 표정은 찌그러집니다. ㅎㅎ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울 신랑은 차는 안 끓여줘도 대신에 종종 아침 식사를 차려주니까요. 

 

 종은 그저 장식용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저도 "모닝티"와 관련한 경험이 한번 있었는데요, 주말 이른 아침 같이 일하는 영국인 남학생이 저에게 갑자기 "무슨 차를 마시겠냐?"묻는 겁니다. 카푸치노가 먹고 싶다고 하니, 제가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한잔 건네주는데,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ㅎㅎ 역시 여자는 남자의 매너에 감동하나 봅니다.

 

이처럼 제가 영국에서 본 현지 남자들의 "여자를 위한 차 서비스"는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분 좋은 매너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젊은 부부들은 혼수 용품으로 커피 머신을 구입한다고 하는데요, 남편이 부인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 한 잔 준비해 주면, 하루 종일 집안 일과 자녀 양육에 정신없이 지내는 부인은 '나도 남편에게 여자로 사랑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간단한 차 서비스로 부인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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