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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대학 상담사가 본 동서양 학생의 차이

by 영국품절녀 2013. 5. 16.



 

많은 한국 학생들이 한번쯤은 꿈꿔보는 해외 유학 생활이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습니다.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과 친한 친구들을 뒤로 하고 낯선 곳에서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익히면서 외롭게 학업과 생활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중도에 학업을 포기를 하는 비율도 꽤 된다고 하네요.

 

제가 석사를 했던 대학에서도 학업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학생도 있었고요, 평상시 건강했던 학생이 갑자기 기숙사에서 샤워하다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기도 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당시 그 기숙사에서 살았던 학생들은 꽤 놀라기도 했고 충격을 받기도 했답니다.

 

 

 

(출처: Google Image)

 

 

 

이처럼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보통 영국 대학에는 "교내 상담소(Counselling Centre)"가 있습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약 4~6번 정도 무료 상담을 해 준다고 합니다. 만약 심신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NHS에 직접 연락을 해서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요, 경우에 따라서는 약까지 처방해 준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 상담사를 찾아간 경험이 있는 지인들은 "상담이 꽤 유용했다"라고 합니다. 상담사는 학생의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다 꺼내도록 계속 유도하면서 친절하게 맞장구를 쳐 준다고 하네요. 종종 감정이 격해져서 울어 버릴 때에는, 학생의 이야기를 재정리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해요. 학생이 반복적으로 했던 말을 하고 또 해도 그저 편안하게 다 들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인 학생이 상담사를 찾아 갔다가 들었던 말들 중에,

제가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서양 학생들의 성격은 너무 다른 것 같다.

 

동양 학생들은 인내심이 강해 왠만한 고통은 다 참아내려고 애쓴다. 꼭 신체가 아닌 마음에 병이 난 것도 아픈 것인데, 그저 정신력으로 참아 내려고만 한다. 그러다가 결국 갑자기 학업을 중단해 버리기도 하고, 좋지 않은 일 등을 당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서양 학생들은 참을성이 별로 없다.

심신이 조금만 아프고 이상해도 쉽게 도움을 청한다. 

 

 

 

 

(출처: Google Image)

 

 

제가 석사 때 에세이 제출 때의 일입니다.

 

에세이 마감 일이 다가오면 머리와 배 등 평소에 안 아프던 곳들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저 '스트레스로 인해 아픈 거겠지' 하며 두통약을 먹거나 참아 내면서 에세이 작업을 하지요. 며칠 밤을 새가면서 마감 기한에 맞춰서 에세이를 다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부 영국인, 유럽인 학생들은 의사 진단서(Doctor Note)를 제출해서, 약 2~3주 정도 에세이 기한 연장을 받더군요. 알고보니 에세이 작업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사를 찾아간 거에요. 하지만 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별로 아파보이지는 않는 거에요. 다시 말해서 스스로가 느끼기에 컨디션이 안 좋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참지 않고, 의사를 찾아 에세이 기한 연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어떻게 보면 "꾀병 아니냐, 기한 연장 받으려고 꼼수 부린다" 등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서양 학생들이 생각하기에는 건강을 내팽개치고 굳이 에세이를 쓰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일맥 상통하게, 영국에서는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학교에 결석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감기 등 옮는 경우에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당연히 학교에 가면 안 된다고 여깁니다. 한국 학부형을 말로도, 학생이 몸이 좋지 않은데 왜 학교에 왔느냐면서 빨리 데리고 가라고 연락이 바로 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부 한국 엄마들 중에는 결석하면 수업에 못 따라갈까봐 조금 아픈 경우에는 절대 결석을 시키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영국 교사들은 이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개근상을 받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나요? 지금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 당시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아프다고 해도 무조건 학교에는 보냈습니다. 물론 일부는 정말로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부모님들 중에는 보통 아이가 아프다고 해도 학교 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쉽게 무시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심신 상태가 좋지 않아도 무조건 학교에 가야만 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랐지요. 자연스럽게 우리는 무조건 아파도,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길들여져 왔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울 신랑도 12년 개근이라네요.)

 

 

 

(출처: Google Image)

 

 

그렇게 참기만을 강요 당하다 보니 전교 1등도, 꼴등도 다들 자살하는 그런 한국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오로지 명문 대학 입학을 위해 마음이 아파도 몸이 힘들어도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 한국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니까요. 부모, 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만 더 참고 공부만 하라고... 그 까짓것 못 참으면 평생 낙오자가 된다" 라고요. 우리 학생들은 어디가서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니 폭력, 욕설, 악플, 왕따, 술, 담배 등으로 표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학교마다 허울뿐인 상담 프로그램은 있으나 마나 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고,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부모들도 진정 자녀들을 위한다면,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심리 상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우리 한국 학생들 다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학생들 모두 힐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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