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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한국인은 낯선 영국 대학 시험 풍경과 커닝 처벌

by 영국품절녀 2013. 6. 17.

영국 대학의 학기말 시험이 거의 끝이 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마다 학기 일정이 조금씩 상이하므로, 7월 초까지 시험을 보는 학교도 있다고는 하네요. 신랑의 학교는 오늘부터 긴 여름 방학(약 3개월)에 돌입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학생들은 대부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번 주 내내 교내에는 기숙사를 퇴실하는 학생들이 많아 택시, 부모님들의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지요.

 

제가 5월부터 약 한달 넘게 영국 고입(GCSE)/대입(IB, FOUNDATION) 시험 감독을 했었는데요, 한국의 수능 시험보다는 확실히 시험장 분위기가 좀 편안했음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 뒷 편에 그냥 놓는 등 시험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가 있었거든요. 물론 점퍼 등 두꺼운 겉옷을 벗어야 하고,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야 하며, 대화를 전혀 하면 안 되는 등 한국 시험 규정과는 사뭇 달랐지만요.

 

그런데, 영국 대학의 학기말 시험 감독의 풍경은 꽤 진지하고 삼엄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른 학교들의 시험 풍경은 아는 바가 없으므로, 신랑의 학교에 기초하여 말씀드려 볼게요. (학교마다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시험장 밖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1. 시험장에는 오로지 학생증과 펜, 물만 허용. (시험 전 휴대폰 적발되면 압수.)

영국 대학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강의실이 아닌 대형 체육관에서 시험이 진행됩니다. 입실을 위해서는 학생증 검사를 받아야 하고요, 미리 소지품은 다른 곳에 맡겨 두거나 해서 아예 학생증, 펜, 물만 가지고 들어갑니다. 어떤 한 학생은 모르고 휴대폰을 들고 들어갔다가 적발되어 휴대폰을 압수당하고 그 다음 날 찾으러 갔다는 말도 들었지요.

그저 대학 강의실 등에서 자유롭게 시험을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 석사생들은 영국의 삼엄한 시험 감독 및 규정으로 인해 다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분은 이런 풍경을 보더니, 영국이 미국보다는 대학 시험 감독이 엄격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2. 시험장 밖에 가드 배치

시험장의 감독 및 학생 관리 등을 위해 뒤 편에 가드가 배치된다고 합니다. 시험장에서 예상치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컨닝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안전 장치인 것 같습니다. 전에 아이엘츠 시험에서는 동유럽 출신 두 명이 컨닝을 했는데, 적발되자마자 시험 감독 책임자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고요. 바로 경찰이 와서 그 둘을 연행해 가버렸습니다. (절대 영국 아이엘츠 시험에서 부정행위는 금물 - 바로 비자 취소)

 

3. 부정행위 적발되면 처벌의 강도 크다.

영국 대학은 "커닝 (cheating)에 대한 규정"이 확실하게 메뉴얼화 되어 있습니다.

먼저 커닝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외래어 올바른 표기는 컨닝이 아닌 치팅입니다.)

 

- 허용되지 않는 물건 (메모, 기록), 승인되지 않는 자료 (빈 종이 포함), 휴대폰, 휴대용 전자기기, 노트북 소지.

- 다른 학생이 쓴 답 복사하는 행위.

- 계산기 사용에 대한 규정 불복종 (보통 계산기 커버는 바닥에 놓아야 한다.)

- 시험 감독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행위.

- 시험 감독자의 허용을 제외한 경우 어떠한 자료 등 이용

시험 문제 및 연습 용지를 일체 시험장 밖으로 유출하는 행위. (아무 기록도 하지 않은 종이라도)

(출처: Academic Appeals and Regulations: Procedures)

 

커닝의 규정을 보니, 대부분 영국의 공인 시험에도 다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시험 감독 교육을 받을 때에 위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거든요. 시험장 내에서 학생들이 위와 유사한 부정행위를 하게 되면 감독관은 바로 학생 이름, 정확한 시간과 그 행위를 적어 바로 상부에 보고를 합니다.

 

(출처: Independent.co.uk)


 

만약 위와 같은 행위가 커닝으로 판명이 난 경우에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 영구 퇴학 처분

- 단, 커행위가 경미하면, 학교 시험 관리 규정에 의해 판단하여 처리된다고 합니다.

 

영국 대학의 시험 감독 풍경을 접하면서 한국보다는 확실히 엄격한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만 해도 일부 학생들이 커닝을 해서 걸리기도 했었는데 그저 학점만 낮게 주는 등 대부분이 아무 탈 없이 재수강을 해서 다시 좋은 점수를 받더라고요. 또한 대학 때 커닝을 하는 행위 자체가 크게 나쁘다는 인식조차도 별로 없었을 정도로, 도서관에서 밤새 커닝 페이퍼를 만드는 친구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한국 대학생 10명 중 6명이 학점 때문에 커닝을 한 경험이 있다고 조사가 되었네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엄격한 규정이 있는 영국에서도 매 년 부정행위 건수가 늘고 있어 대학들의 고심이 크다고 합니다. 지난 3년간 80개 학교에서 약 45,000 건 이상의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는데요, 단지  시험 커닝 뿐 아니라 표절도 포함되는 숫자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2011년에 26건을 적발했는데, 영구 퇴학 처분된 두 학생은 표절 뿐 아니라 시험 중에 블랙 베리 등 휴대폰을 이용해 시험을 본 경우라고 합니다. 참고로 영국 내 대학 중 그리니치 대학이 부정행위(900건)가 가장 많았다고 하네요.

 

영국 대학 내의 부정행위가 점점 느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대학 신입생들부터 학비가 3배 이상 (9000 - 천 육백만원)으로 올라, 성적에 대한 압박을 학비만큼이나 더 받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로는 유럽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위해 성적을 좋게 받으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그런데 실제로 수만건의 커닝 건수는 영국 학생들이 아닌 외국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문화 차이로 여겨지고 있으나,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출처: Google Image)

 

제 주변의 한국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기말 시험 준비 기간 적어도 한달 전부터 시험 끝나는 날까지는 말 그대로 초죽음입니다. 특히 1학년들의 경우에는 시험 문제를 받자마자 답을 막 써내려가는 영국 및 유럽 친구들을 보면 그냥 머리 속이 백지처럼 변하기도 한다네요. 논술형 시험은 정말 한국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패스가 되지 않으면, 다시 재시험을 봐야 하니 여름 방학이라도 시험 성적을 기다리는 유학생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요즘 한국에서 난무하는 시험 비리 행위들을 보노라면, 한국인으로서 그저 답답한 심정입니다. 특히 취업 스펙 중에 하나인 영어 공인 시험 토익 부정행위 사건은 종종 터지고 있으며, 최근에 SAT 시험지 유출까지 말이에요. 게다가 논문 표절 의혹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요. 공정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자꾸 꼼수를 피우려는 일부 한국인들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더군다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다들 비리의 온상이니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는 우리 학생들에게만 잘못이라고 훈계하기에도 어른으로서 민망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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