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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손자와 한국어로 말하고 싶은 영국 할머니 질문

by 영국품절녀 2013. 9. 23.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매주 영국 할머니와 언어 교환 (한국어 – 영어)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번 달에는 지난 주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지난 달에 만났을 때, 할머니는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우리 손자가 이제 음식과 과일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나도 한국어로 그 명칭들을 배우고 싶어.

 

 

 

할머니는 영어로 과일 이름을 쓴 종이를 저에게 보여주시면서, 한국어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apple, grape, pear, strawberry, orange

할머니는 저의 발음을 따라서 사과, 포도, 배, 딸기를 아주 힘겹게 따라 하시다가, 오렌지는 똑같이 오렌지라고 알려 드렸는데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요. ㅎㅎ 두 세번 발음 연습을 더 하시면서 과연 이것들의 발음을 외울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어 수업의 대화 주제는 손자와의 대화에 집중됩니다. 할머니께서 한국어를 배우시는 이유도 사돈, 며느리, 손자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할머니는 손자가 통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면서 아들과 며느리가 걱정을 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아이가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해서 오로지 그것만 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할머니께 저 역시도 어렸을 때 엄마가 김에 밥을 싸서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난다고 말씀 드렸지요. 추가적으로 할머니에게 "rice - 쌀밥, seaweed - 김" 에 대해서도 가르쳐 드렸습니다. 

 

지난 주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났는데, 한국어 책을 보여주시더니 자신이 종이에다가 쓰면서 공부를 했는데 종이들이 다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전에 배웠던 음식과 과일명의 기억이 전혀 안난다고 멋쩍어하셨지요. ㅎㅎ 그래서 그 날은 한국어 수업은 제쳐두고 서로의 안부와 휴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대화를 나눈 지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할머니는 한국어 질문을 하셨지요.

 

Q. "Egg" 가 한국어로 무엇인지?

매일 김과 밥만 먹던 손자가 이제는 계란도 먹는다고 합니다. 저는 "계란" 과 "달걀" 를 알려드리고, 할머니의 한국어 책에서 "Egg" 를 찾아서 보여 드렸습니다. 책에는 달걀이라는 표현만 나와 있더라고요.

 

 

Q. 장난꾸러기인 손자에게 "Good Boy" 라는 말을 한국어로 어떻게 해야 하나?

때마침, 제가 할머니 댁에 방문을 했을 때 해외에 있는 아들 가족과 스카이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나 봅니다. 할머니는 손자가 너무 개구쟁이라서 며느리가 무척 힘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영국인들이 천방지축인 아이들에게 쓰는 단어로는 naughty 혹은 cheeky 인데요, 할머니는 손자가 "노티" 하다고 하시더군요.

 

 

 

영국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참 많이 하는 말이지요.

"Good boy, Good girl~" 

 

할머니의 질문을 받고 우리 말 표현을 생각 해봤어요. 영어의 Good Boy의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좀처럼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영어는 함축적으로 짧게 표현이 가능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요. 결국 적당한 표현은 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에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자라야지." 와 같은 말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Good boy"를 우리 말로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하면 좋을지 아시면 좀 알려 주세요. 문장이 길어지고 발음이 어려우면 힘겨워 하시거든요. 우리 말을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바람대로 짧게 나마 손자와 함께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명을 한국어로 말할 수 있으니 저는 그 정도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네요. ㅎㅎ

 

PS. "Good Boy" 에 대한 답변 달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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