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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스타벅스와 싸우는 런던 파티쉐의 원조 더핀

by 영국품절녀 2013. 10. 11.

미국 뉴욕 크로넛의 인기는 최고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블로거들의 포스팅 소재로 쓰일 만큼 크로넛의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 행복하게도 국내에서도 직접 크로넛을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전에는 단순하게 설탕이 뿌려진 링 모양의 도너츠였다면, 이제는 도너츠도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양도 조금씩 달라지는 탓에 이름도 참 재밌게 붙어지고 있지요.

 

오늘은 미국 뉴욕의 크로넛과 라이벌(?) – 아직은 그 정도로는 못 미치지만 –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영국 런던의 더핀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Duffin @ Bea's of Bloomsbury

 

영국 기사에서는 "odd (이상한, 특이한)" 라는 표현을 써서 크로넛과 더핀의 이름을 설명하기도 하더라고요. ㅎㅎ 이들의 이름은 두 가지 디저트의 이름을 (Bakery hybrid creations)를 딴 것으로..

크로넛(Cronut) =  크로와상 (croissant) + 도넛 (doughnut)

  더핀 (Duffin) = 도넛 (doughnut) + 머핀 (muffin)

 

며칠 전부터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다룬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인 스타벅스와 런던 소형 카페와의 "더핀 원조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언론에 나온 기사 "더핀 전쟁(Duffin Battle)" 를 통해 간략하게 사건을 말씀드리면요,

 

(출처: Guardian)

 

런던의 소형 베이커리 "Bea's of Bloomsbury" 를 운영하는 미국인 출신 Bea Vo는 약 2년 전부터 더핀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트위터와 같은 SNS를 이용하여 더핀 런칭을 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런던에서 꽤 유명한 디저트로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현재 베이커리는 런던에 세 곳이 있으며, 체인점의 수는 점점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Duffin @  Bea's of Bloomsbury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지요...
스타벅스에서 갑자기 Duffin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올해 7월에 상표 등록을 해 버린 거에요. 현재 스타벅스에서는 더핀을 자기 것인냥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횡포는 정말 잔인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Duffin @  Starbucks

 

소형 카페 베이커리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냥 그대로 카피하고 스타벅스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그녀가 머핀 - 도넛츠를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머핀과 도넛이 혼합된 더핀의 원조는 맞지요.

 

 

Bea's of Bloomsbury  에서는 12개에 £30 에 팔고 있습니다.

 

현재 카페 주인은 자신의 점포에 이와 같은 사실을 손님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Channel 4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Food inventions should be credited, not trademarked. I put the duffin recipe in my cookbook for a reason: so people could make them."

음식의 발명은 상표 등록보다는 공로로 인정되어져야 한다. 나는 내 요리책에 더핀 레서피를 넣었다. 그 이유는 누구나 그것을 만들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Bea Vo 레서피 북의 Tea with Bea 2011

 

소셜 미디어 덕분에 안티 스타벅스 운동이 빠르고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뉴욕 타임즈 푸드 저널리스트인 Pete Wells는 트위터를 통해 스타벅스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말하길 "머핀 - 도넛의 혼합은 자신의 머핀들에 의한 영감"이라고 하지만,

웃기게도, "나에게 스타벅스 머핀들은 오직 후회와 절망을 고취시킨다."

 

반발을 예상한 듯, 스타벅스 측에서는 그녀가 계속 그 케이크를 팔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앞으로 그녀의 더핀을 비롯하여 더욱 다양한 더핀의 종류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타벅스에 대해 더핀의 상품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혹시 누가 아나요? 지금은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더핀을 팔아도 좋다고 하고, 나중에는 그 판매 권리를 빼앗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현재 Bea's of Bloomsbury 홈페이지에서는 고객들의 지지를 구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세요.

(출처: http://www.beasofbloomsbury.com/)

 

사실 뉴욕 크로넛의 경우에는 이것을 만든 사람이 크로넛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핀을 만든 그녀는 그와 같이 더핀을 법적으로 소유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더핀의 레서피와 컨셉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즐기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Bea Vo 측 변호사는 그녀가 스타벅스를 상대로 재판 할 비용도 없으며, 앞으로 더핀을 더 이상 생산 및 판매할 수 없는 불상사만큼은 피하기 위해서라도 스타벅스와의 공동 소유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더핀의 원조를 주장하기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등을 통해 2년 전부터 더핀 판매 홍보를 해 온 자료 및 고객들의 후기평 및 사진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는 2011년 자신의 요리책 더핀 레서피를 공개한 바 있지요. 영국 제빵(British Baker)측에서는 스타벅스를 상대로 Vo의 더핀 레서피를 카피했다고 청구를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사건이 진행될지는 기다려봐야 겠지요.

 

 

 

풍부한 버터우유와 설탕으로 코팅, 라즈베리 쨈으로 가득 찬 더핀

재료 : Flour, Nutmeg, Caster Sugar, Eggs, Buttermilk,

Butter, Vanilla Extract, Sunflower Oil, Raspberry Jam.

 (출처: businessinsider.com)

 

런던에서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파티쉐 달콤하고 상큼한 더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 그저 좋았겠지요. 그녀의 진실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는지, 더핀은 날개 돋치듯이 팔려 나간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순수하고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 만든 음식은 얼마나 맛있을지 하루빨리 더핀 맛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5명 중 4명은 스타벅스보다 Bea 더핀이 훨씬 맛있다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디저트들을 더욱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조만간 런던에 가서 직접 맛 보고 후기 올려볼게요. 더핀 맛이 기다려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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