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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한국 방문 중 시어머니 밥상만 받고 온 철없는 며느리의 전상서

by 영국품절녀 2011. 5. 7.


작년 1월부터 남편의 박사과정을 위해 영국에 온 철없는 아내이자 며느리입니다. 작년에 개인적인 일로 가을에 잠시 두 달 동안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지요. 신랑은 학업 때문에 저만 혼자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 아직 아이도 없고, 신랑도 없으니, 주변 사람들이 말하길, 시집에서 지내는 것 보다는 친정에 있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친정에 계속 있자니, 시부모님이 서운해 하실 것 같고, 신랑 없는 시집에 있자니, 좀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두 달 동안 서울에서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서울에 있는 친정 집에 대부분 머물러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그래서 전 한국에 도착 하자마자 2주 동안은 줄곧 시집에만 있었어요. (친정은 하루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오고요.)
저희 시어머니는 신랑도 없는 집에 친정도 가지 않고 먼저 시집으로 온 저를 너무 기특하게 생각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시차 적응하라시면서, 아침에 깨우지도 않으시고, 영국에서 고생하고 왔으니 잠시라도 쉬라면서, 2주 동안 정말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밥상을 차려주셨어요. 너무 죄송한 것이 2주일 동안 있으면서 하루도 제가 음식을 한 적이 없네요. 물론 설거지는 했습니다. ^^; 그렇게 잘 쉬고 2주 후에 친정으로 왔는데, 우리 가족들은 너무 바빠 하루도 함께 식사를 같이 하기가 어려웠고, 어쩔 때는 하루 종일 집 지키는 날도 있었네요. ㅋㅋ 


그래도, 친정에 오니깐 솔직히 편하긴 하잖아요. 그러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시집에 전화 횟수가 줄었더니, 시어머니가 신랑에게 며느리가 2 주일 동안 정신을 쏙 빼놓고 가더니, 이제는 전화도 없다고 하셨다네요.” (제가 하루 종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거든요. 그게 저의 버릇이에요. ^^;) 그 말을 들으니,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일에는 저도 바빴던 지라 일을 보고, 주말에는 시어머니께서 너무 보고 싶어 하셔서, 시집에 가서 진수성찬을 먹으면서 두 달을 보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시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에요.

큰 며느리가 음식 하나 대접 안하고, 주시는 것만 다 먹고 왔으니 말이에요. 저희 시어머니께 너무 감사 드리는 것은 저를 그냥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해 주신다는 거에요. 결혼하면 뭐, 할 줄 아는 게 있냐고 하시면서, 어머니 자신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는데, 살면서 스스로 배우게 되었다면서, 저의 모자란 요리 솜씨도 다 이해해 주시고, 저에게 입맛이 좋으니, 음식도 금방 늘 거라고 항상 용기를 주셨지요. 또한 며느리가 들어오면, 막 시키는 그런 시어머니가 자신은 되기 싫다면서, 어머니 스스로가 부지런함을 보이셨어요. 시어머니는 저희가 일이 있어 전화를 못하면, 왜 전화를 안 하냐는 말씀보다는 항상 이 메일로 자신들의 안부를 이야기 해주시고, 저희들의 안부를 물으신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전 좋은 시부모님을 만난 행복한 며느리인 것 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5월은 가족의 계절이어서 그런지 더욱 더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의 생각이 간절합니다. 결혼해서도 전화로 투정만 부리는 철없는 며느리요, 딸이거든요.^^;
곧 돌아오는 어버이 날에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릴 수는 없지만, 자주 안부 전화를 하는 며느리가 되어야겠어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만 효도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저희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빨리 용돈 팍팍 드리고 싶네요. ^^

                  해외에 있어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가 없지만, 안부 전화 드려야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살아 계셨을 때 효도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5월 8일 어버이 날에만 잘 해드리는 것보다는, 자주 문안 인사와 안부 전화를 해드리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인 것 같아요. 거기다가 선물(현금)을 드리면 금상첨화겠지요. ㅋㅋ
우리 모두 효도합시다. !!  저부터 안부 전화 자주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