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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사회의 특이 체질을 대하는 방식, 배워야

by 영국품절녀 2014. 1. 16.

태어날 때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체질적으로 특정 음식, 약물에 예민하거나 주의를 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에는 마이신 알레르기가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괜찮아졌어요. 신랑은 키토산 알레르기가 있어서 게를 먹으면 입술이 세배가 됩니다. 국내에 있을 때에는 제 주변에 특별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유치원, 학교에서도 아무 음식이나 친구들끼리 서로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점점 환경이 변화되면서, 여러가지 질병이 우리 아이들의 체질까지도 바꾸고 있지요. 제가 어린 시절에는 별로 없었던 아토피 질환 및 특정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 등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제법 많이 나타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특정 음식과 관련한 알레르기 증상 및 체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특정 음식 알레르기 체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견과류, 유제품 등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대부분의 학교 식당, 레스토랑에는 "Nuts, Dairy에 대한 주의 표시가 있어요. 부모들 역시도 어린 자녀들이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를 반응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주의를 기울입니다. 학교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학부모에게 자녀들의 특이 체질에 대해 물어본다고 하네요. 이런 아이들이 많기 때문인지, 아예 학교 급식 메뉴 자체에서 견과류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들을 주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 급식도 그렇습니다.

일단 학교 식당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만한 특정 음식들의 경고 표시가 있고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도 언제나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경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일부 메뉴에는 땅콩, 코코넛, 달걀, 유제품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되어 제가 겪은 사연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지인 분의 초등학생 딸 생일 파티에 도움이 필요해서 갔다가 몹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모든 아이들은 맛있게 파티 음식을 먹는데, 단 한 아이만 펑펑~ 울고 있는 거에요. 알고 봤더니 자신의 접시에 놓여 있는 음식이 (체질 상)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던 거에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모두에게 똑같은 음식을 준것입니다. 지인 분도 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저한테 미리 알려주지 못했던 거에요. 얼른 그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으로 바꿔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영국에서는 생일 파티를 할 때에, 미리 학부모들로부터 참가 여부와 함께 특이 체질을 가진 아이들의 명단도 받는다고 해요.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에게는 다른 음식을 대체해서 제공해야 하니까요. 

 

 

반면에 최근에 영국에 오신 학부모를 통해 들은 사연입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단지 특정 학교의 사연임을 밝힙니다.)

지인 분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으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아이는 견과류가 들어간 것을 조금만 먹어도 입 주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등 몸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친구가 주는 과자 혹은 사탕 등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서 아무 것이나 함부로 먹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학교 입학 때 담임 교사에게 딸의 특이 체질을 일러 주면서, 급식 시간에 주의를 시켜달라고 부탁을 드렸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몸에는 견과류 알레르기 증상이 발견되었어요.  알고보니 급식 시간에 견과류가 들어간 음식이 나온 것이지요. 아이는 본능적으로 이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평상시처럼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음식을 하나도 남기기 말고 다 먹으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주저하면서 먹지 않았지만, 교사는 끝까지 다 먹으라고 했다고 하네요. 결국 아이는 그 음식을 다 먹고 탈이 난 것입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학부모는 학교에 찾아가 담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고 해요.

그랬더니 담임 교사 曰

급식 시간에  그런 것 하나하나 어떻게 다 신경을 쓰나요?

그 아이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엄마는 담임 교사의 말에 참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때마침 다른 학교에서 이런 비슷한 일로 인해 아이가 잘못된 일이 있었나 봅니다. 그 후에야 비로서 학교에서는 특이 체질을 가진 아이들을 조사하고 난리더랍니다. 아마도 교육청에서 연락이 온 거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는 알고서도 미리 예방하지 않고, 누군가 크게 사고를 당하거나 죽어야지만 그 때서야 뭔가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견과류(땅콩) 없는 교실

영국에서는 아이들에게 남이 준 것을 절대로 먹지 못하도록 가르칩니다. (도시락 나눠먹기 금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지요.

 

 

이에 우리 대중들은 남과 다른 체질 및 기호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아요. 제가 아는 지인도 "글루틴 프리" 음식만 먹어야 하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항상 친구들과 레스토랑에 가도 자신은 늘 아무 것이나 잘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체질에 대해 원망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는 쳐다보는 시선이 "왜 이리 까탈스러워" 하는 눈치가 엿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또한 채식주의자에 대한 시선도 이와 비슷해요. 예전에 비해서 채식만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서 그나마 그들을 위한 먹거리가 발전되고 있기는 하지만요, 외식 때 보면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들에게 막무가내로 "그냥 먹어~~" 하기도 하고요, 분위기 망친다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하지요. 이처럼 국내 채식주의자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외식 혹은 술자리 등이 참 힘들 것 같긴 하네요. 워낙 고기가 주를 이루니까요. 참, 국내에 있는 채식주의자 유럽인들은 영국 테스코인 홈플러스에 가서 장을 본다고 하네요. ㅎㅎ 거기에는 평소에 먹었던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들이 팔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Google Image)

 

지난 번 제가 일하는 직장 및 다른 모임에서도 파티 혹은 외식을 할 경우에는,

미리 주최측에서는 채식주의자 혹은 글루틴 프리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받아서,

그들에게는 별도의 음식을 제공합니다.  또한 레스토랑 음식 예약 시에도 마찬가지고요.

 

영국에서 다양한 일들을 접한 저는 다른 체질 혹은 개인의 기호를 존중해 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이 참 아쉽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다양성 부분에서는 과도기 단계이므로, 앞으로는 유럽 선진국처럼 다양한 기호가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안 그래도 자신과 다르면 왕따시키고, 그 약점을 놀리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인데요, 하루 빨리 교육하시는 분들이라도 더욱 열린 자세로 학생들의 다양성을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분들을 통해 교육받는 우리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타인의 체질 및 기호들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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