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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유학생 아내, 박사생과 결혼 말리고 싶다

by 영국품절녀 2014. 1. 25.

그토록 기다리던 주말과 함께 1월이 한 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2014년과 함께 너무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총체적으로 얽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신랑의 논문 마무리입니다. 드디어 품절남님이 다음 주부터는 블로그 포스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저희가 여기 캔터베리에 온 지 꼬박 4년이 되었으며, 곧 신랑의 논문 제출이 임박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원래 저희 부부 계획은 3년 반 내에 논문 제출을 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제 아무리 4년을 쭉~ 논문만을 위해 살아왔을 지라도, 원래 모든 일에는 막판 몰아치기가 있듯이, 1월 내내 신랑은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자고 논문 마무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품절남님의 몰골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중에 가장 야위고, 입술은 곪고 피나고 아주 힘든 기색이 역력한데요, 주변 지인들을 통해 들어보니, 막판에는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영국 학생들조차도 논문 제출 막바지에는 좀비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처럼 해외 박사 받기 힘들다라는 것을 아주 톡톡히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생의 휴가와 스트레스 관계

 

 

 작년 프랑스 니스 휴가지에서도 신랑은 논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박사생들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라고 말합니다.

 

저는 논문을 쓰는 장본인은 아니지만, 밤낮 없이 논문과 싸우는 신랑을 옆에서 지켜보고, 혼자 먼저 잠드는 것도 참 힘든 것 같습니다. 마치 고 3 수험생 부모가 된 듯합니다. 2주 전부터는 본의 아니게 저까지도 밤낮이 바뀌는 통에, 거의 두 세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일이 허다했답니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일이 갑자기 늘어나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근무를 하려니 정말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속으로 '이러다가 내가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지요.

 

보통 아내가 신랑에게 보양식도 챙겨 줘야 하는데, 저 역시도 바쁘고 아침 일찍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밖에 있다보니, 신랑은 아침과 점심을 혼자 해결해야 했답니다. 지인 분이 신랑에게 이렇게 물어다네요.

"아내가 보양식은 챙겨주나요?"

"돈 벌어 온다고 먹는 것은 알아서 먹으라고 하던데요.. ㅎㅎ

"저는 살기 위해 먹고 있습니다. 박사 논문 막판인데도, 아내가 천대하네요."

 

저 역시도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지라 집에만 오면 쓰러져 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신랑에게 농담반 진담반 난 돈 벌어 오니까, 먹는 것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했는데... 그것을 그리 사실대로 전하다니.. 에고고

 

신랑은 논문 막판인데, 자신을 천대한다고 투정하고 있지만, 저도 이 부분에서 나름대로 할말이 있답니다. 거의 4년 간을 고생하면서 살다보니, 저는 신랑이 논문 막판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를 못 느끼겠어요. 그저 고통의 강도만 더 세졌을 뿐이에요. 고3 부모처럼, 1년만 바짝 신경 쓰면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건 4년 간을 수험생 부모처럼 사는데.. 물론 신랑은 제가 야속(?)할지도 모르겠지만, 저 역시도 신랑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힘들긴 마찬가지랍니다. 신랑이 받는 스트레스만큼 옆에 있는 아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거든요.

 

PhD 과부편~  

 

박사생 과부들 모임처럼, 서로 위로해주고 받는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박사생 아내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잔소리도 못한다" 입니다.

남편은 논문은 뒷전이고.. 매일 컴퓨터로 만화나 보고, 인터넷이나 하고 있는데... 속만 터지지요. ㅎㅎ

 

최근에는 심신이 지쳐서 그런지 그렇게 좋던 입맛마저 사라졌네요, 역시 심신이 고달퍼야 살이 빠진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만 오면 항상 살이 포동포동 찌는데요, 지금까지 딱 두 번 살이 크게 빠진 때도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때거든요.

 

주변에서는 저에게 살이 왜 이리 빠졌냐고 놀라기도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 그 정도로 오바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그토록 둥근 얼굴이 좀 홀쭉해지긴 했어요. ㅎㅎ 오랜만에 본 친구는 저에게 살이 빠져서 그런지 피부도 더 좋아보이고, 더 낫다고 하니 기분은 좋더라고요. 역시 여자들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살 빠졌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유학생 아내로 4년간 신랑의 박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내 자식은 가능하면 박사 공부 안 시키고 싶다" 입니다. 물론 자신이 하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요, 이건 그저 명예직으로 이름 앞에 "닥터(doctor)" 라는 명칭만 붙지, 별로 권할 것은 아닌 듯 싶어요. 그렇다고 취업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요, 학비며, 생활비며 돈은 돈대로 들고, 본인은 이리도 힘들고... 옆에서 배우자는 고생하고... 그래도 저희는 학비 일부 및 생활비를 어떻게든 자급자족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보면 부모 돈으로 공부하고, 생활하는 학생들이 꽤 많거든요. 부모 허리가 휠 정도랍니다.  

 

박사생의 야망도(Ambition) 변화

 

 

박사 타이틀 따도, 취업이 힘들긴 마찬가지지요.

 

 

 

켄트 대학교 학생들이 졸업식을 하는 캔터베리 대성당

 

 (출처:kent.ac.uk)

신랑도 울란도 블룸처럼 박사 졸업 가운을 입고,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졸업하는 그 날이 오겠지요.

 

아직도 유학생 남편 따라서 외국에서 살고 싶은 미혼 여자들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경제적 형편이 넉넉해서 생활이 편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박사생 남편과 사는 삶은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네요. 일단 제가 경험하고 나니 이런 말도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조차 못했거든요. 다만 개인차가 있으니, 그저 참고만 하세요. 저희는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좀 더 저희 부부가 힘을 낼 수 있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날씨는 춥지만, 마음 만큼은 따뜻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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