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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 BBC 중계, 김연아와 아사다 경기 반응 달라

by 영국품절녀 2014. 2. 20.

안녕하세요? 요즘 올림픽만 주구장창 보면서 생활하고 있는 영국 품절남입니다. 품절녀님이 그저께부터 감기기운이 있네요. 그래서 어제 저녁, 제가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서 닭곰탕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에 담은 김치와 함께 닭곰탕을 먹으니 땀도 살짝 나고 건강해지는 느낌도 납니다. 역시 추운 날에는 국밥 한 그릇이 꽤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닭곰탕이 만들기는 어렵지 않은데,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답니다. 물론 슈퍼마켓에서는 손질된 닭을 팔지만, 껍질을 벗기고 속을 깨끗이 씻는 것은 조금 귀찮네요. 그래도 손질 후, 이것 저것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쉽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요리를 준비하면서 BBC에서 중계해 주는 피겨 스케이트 쇼트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요리에 집중하다 보니 참가한 모든 선수의 경기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김연아 선수를 포함해 일부 주요 선수의 경기는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조의 경기는 품절녀님과 밥을 먹으면서 봤습니다.

 

 

 

저는 피겨의 문외한이라 자세한 기술적 내용은 잘 모릅니다. 실수 없이 잘하면 "오~ 좋은 점수 받겠다" , 넘어지거나 동작이 조금 어설퍼 보이면 "아~ 힘들겠다" 정도이지요. 그래도 조금 보다 보니 대충은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정도는 파악이 되더군요. 오늘은 그저 BBC 해설자들이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해설했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및 일본과 관련 없는 국가의 중계이다 보니 객관적인 시각으로 해설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 동안 세계대회에 자주 참여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꽤 이른 순번에 "김연아 선수"가 등장합니다.

해설자들은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자마자....

 

 

우리가 지금까지 (러시아 선수) 율리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습니다만, 이 젊은 숙녀(Young Lady), 김연아, "Queen" 연아가 등장합니다. 카트리나 비트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피겨 금메달을 목표로 합니다. (경기 전날) 수 백 명의 기자, 카메라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었지요.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 피겨계에서도 슈퍼스타입니다.

 

정작 영국 해설자들은 경기 중간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는 편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연속 점프를 성공시키자,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룹을 아름답게 성공했습니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그 뒤에도 기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 외에는 시청자로 하여금 조용히 지켜보도록 하더군요. 덕분에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음악과 함께 차분하게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짧은 추임새는 계속 넣어 줍니다.

  "Beautiful~~"

김연아 선수가 경기를 마치자 여자 해설자는..

이렇게 기쁠 수 있을까요?... Queen 연아였습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선수들에게 큰 충격이 될 듯 합니다. 오늘 본 선수들의 연기 중에 가장 훌륭했습니다.

 

 남자해설자는..

어떻게 제가 이 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코멘트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부드럽고(Soft)” “원활하고(Flowing)” “평온(Serene)" 합니다.

 

 

 

그 이후에는 잠깐, Level 3나 4에 관한, 즉 기술적인 설명을 하는데, 생각보다 낮게 평가 받았다고 합니다. 다만 저는 그 차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나오자 남자 해설자는 "부드럽다",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와 같은 칭찬만 계속 합니다. 코치와 함께 앉아 있는 김연아 선수가 화면에 잡히자 한마디 더 하는군요.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Just Beautiful)." ㅎㅎ

 

여자해설자는 분명히 높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했고, 74.92라는 점수가 발표되자 지난 주 피겨 단체경기에서 연기를 선 보였던 러시아 율리아 선수와 비교를 합니다. 아무래도 홈 이점을 안고 있는 이 어린 러시아 선수 역시 이번 대회 관심의 대상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율리아보다는 숨은 복병은 단연 소트니코바였지요. 김연아 선수 이후로 별다른 칭찬을 하지 않던 BBC 중계 해설자들도 소트니코바의 연기를 보고 아주 흥분하면서 칭찬을 하더라고요. 게다가 김연아 선수의 점수와 큰 차이도 없었지요.)

 

 

화면상으로 보니, 김연아 선수가 점수에 크게 만족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실력차가 큰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를 했었고, 경기 후 인터넷을 보니 심판들의 채점 자체도 조금 짰다는 뒷말도 있습니다. 다만, 어쨌든 쇼트에서 1위를 했으니 다행이네요.

 

 

피겨 쇼트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자로 "아사다 마오" 선수가 등장합니다.

 

 

지난 주에는 무척 긴장한 듯해 보였습니다만, 오늘은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아사다 선수에 관해 얘기할 때는 항상 트리플 악셀을 빼 놓을 수가 없는데요, 만약 성공한다면 큰 점수를 받을 겁니다.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선수입니다."

 

아무래도 아사다 마오 선수도 이번 올림픽을 위해 꽤 신중하게 준비한 듯 합니다.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이 2006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을) 당시의 음악이라고 하는군요.

 

경기 시작 후, 아사다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자 "트리플 악셀은 마오의 오프닝 점프입니다" 라고 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착지 순간 넘어졌습니다. 그러자 1점 감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김연아 선수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던 해설자들은, 아사다 선수가 2회전 점프를 하자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원래는 트리플 루프와 더블 루프의 콤비네이션이 되어야 했는데요"라며 실망합니다.

 

 

연기가 끝나자마자 여성 해설자의 첫 마디는 "실망스럽습니다, 메달리스트다운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두 해설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본적인 점수만 받을 것이고, 일부 기술에서는 감점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문외한인 제가 봐도 트리플 악셀 실패는 둘째로 하더라도 연기 자체가 어설퍼 보이긴 하더군요.

아사다 마오 선수 바로 직전에 했던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선수의 연기가 훨씬 나아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아사다 선수의 얼굴이 밝지는 않습니다. 여성 해설자 역시 안타까워 하는군요.

 

"그녀가 기대했던 곳(금메달 시상대에 올라가는 것)에 있기에는 쉽지 않은 남은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슬로우 모션 화면이 나오자 남자 해설자는 다시 기술적인 해설을 하는데, 주로 감점에 대한 부분이 많습니다. 여성 해설자 역시 오늘과 같은 경기는 처음 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올림픽 메달을 따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합니다. "두 차례의 월드챔피언이었던 선수입니다. (다만) 오늘은 순위권 아래에 있을 것 같군요."

 

곧 55.51이라는 낮은 점수발표가 나자마자 여성 해설자의 첫 마디는..

 

 

어머나~이럴수가 (Oh Dear).

이 선수가 언제 이런 점수를 받았는지 기억조차 못하겠네요. 16위에 랭크됩니다.

 

이 해설자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긴 했습니다만, 제가 들어도 단순히 립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여성 해설자는 오늘의 경기를 정리하면서, 김연아 선수가 약간의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선수와 캐롤리나 코스트너 선수가 메달의 색깔을 놓고 내일 있을 프리 프로그램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따라잡기에 점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합니다.

 

오늘 쇼트 연기는 지난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긴장감이 덜하더군요. 김연아 선수 본인도 금메달 보다는 올림픽을 즐기려고 한다고 했고 – 물론 속마음은 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했으리라고 믿습니다만 – 생각보다 강한 홈 텃세도 이미 지켜보는 저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모두 극복하고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김연아 선수의 정신력과 실력이 과연 대단하긴 합니다.

이에 비해 아사다 마오 선수는 너무 긴장을 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지난 주의 단체 경기에서의 난조가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일까요? 오늘 경기만 봐서는 김연아 선수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듯 합니다. BBC 해설진도 김연아 선수의 경우 등장부터 점수가 발표될 때까지 칭찬이 주를 차지했습니다만, 아사다 마오의 연기에는 건조할 만큼 인색한 코멘트를 주었습니다.

 

이제 돌아오는 새벽에 프리 프로그램을 하게 됩니다. 점수 배점이 더 높은 만큼 각 선수들은 자신들의 장기와 실력을 더욱 뽐내려 하겠지요. 김연아 선수는 마지막까지 본연의 모습만 보여주면 우리가 바랐던 결과를 얻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사다 마오 선수도 전년 대회 은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연기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러시아 소치 하늘에 애국가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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