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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BBC 쇼트트랙 중계, 피날레는 역시 안현수

by 영국품절녀 2014. 2. 22.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품절녀님의 감기가 꽤 오래 가네요. 본의 아니게 글재주가 부족한 제가 자주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곧 품절녀님이 좋은 글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찾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어제는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 소식으로 하루 종일 아쉬웠던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남자 스피드 스케이트 팀추월이 결승에 진출해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고, 여자 쇼트트랙 1000m에서 박승희 선수와 심석희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해 우리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 주었습니다. 특히 박승희 선수는 500m 결승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했음에도 좋은 경기력을 선 보여줘 본인 스스로 뿌듯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지난 번에 영국 BBC에서는 거의 모든 주요 경기를 중계해 준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 새벽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남자 500m와 여자 1000m에 영국 선수가 각각 준결승까지 진출해서인지 꽤 비중 있게 방송을 해주었습니다. 경기를 보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여자 500m 결승에서 박승희 선수와 추돌했던 영국 엘리스 크리스티의 주종목이 1000m이어서 그런지 영국 중계진은 꽤 기대를 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는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와 또 다시 충돌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지요. 영국 해설진은 이번 판정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다른 경기 중간에도 관련 화면을 계속 다시 보여주며 꽤 흥분을 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경기 후 심판진을 찾아가 알아보기까지 했더군요. 이 종목의 유력한 메달 후보 – 이번 시즌 유럽 챔피언이자 월드컵에서 3위 – 이자, 올림픽 내내 불운이 겹쳤던 선수여서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BBC 해설진이 영국 선수 이외에 주목한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바로 "안현수(빅토르 안)" 입니다. 두 종목의 결승 – 500m와 남자 계주 5000m – 진출과 국적 변경이라는 이슈까지 있어, BBC 해설자들도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미 1000m 경기 때부터 안선수를 극찬한 바 있는 이들도 안선수의 메달 행진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쇼트트랙 500m는 단거리 경기여서 초반 출발이 굉장히 중요할 듯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아도 안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출발이 굉장히 늦었습니다. BBC 해설자도 당황하는군요.

 

 

러시아 선수가 제일 늦었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출발이) 많이 늦었음에도 마지막에서 바짝 따라는 붙었습니다.

 

선두를 달리던 선수들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들의 중계는 2바퀴를 채 남기지 않았을 때 중국 선수가 넘어집니다. 이 틈을 타 안선수가 선두로 치고 올라오자 해설자들의 중계는 다시 안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집니다.

 

 

안선수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해설자들은 ~~

 

 

이 선수를 보세요. 소치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 어떤 선수도 해내지 못한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7개의 메달을 따냈지요. 믿을 수 없습니다.

 

 

얼마 후,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로 펼쳐진 5000m계주는 중국과 네덜란드 팀이 넘어졌던 관계로 긴장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레이스에서 안선수가 이끄는 러시아팀이 미국을 리드하던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보는 내내 러시아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계진도 지금까지 이렇게 이상한 쇼트트랙 계주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상황 설명하기 바빴습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이미 아시다시피 러시아팀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요. 안현수 선수는 토리노 올림픽에 이어 다시 3관왕이 되었습니다.

 

 

BBC해설자는 역대 쇼트트랙 스타들의 성적과 안선수의 올림픽 성적을 비교해 줍니다. 주요 선수로는 우리에게도 무척 친숙한 안톤 오노 선수가 총 8개의 메달(금2, 은2, 동4)를 따내었고, 중국의 왕멍 선수가 6개의 메달(금4, 은1, 동1)을 따냈답니다. 이에 비해 안현수 선수는 무려 6개의 금메달과 2개의 동메달입니다. 그것도 부상으로 중간에 있었던 올림픽을 한 번 건너 뛴 상태에서 다른 어떤 선수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적을 낸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500m 경기를 훨씬 재미있게 봤습니다. 안선수의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인 것 같네요. 그래서 저도 보는 내내 적잖이 흥분되더군요.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단거리 경기에서 가장 늦게 출발했던 선수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1위로 결승전을 통과한다는 것 자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경기였기 때문이지요. BBC해설자의 경기 후 코멘트는 안선수를 현재 이 빙상 경기장의 슈퍼도 아닌 "메가 스타"라고 합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다(sensational),"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 "대단히 훌륭하다(superb)"와 같은 수식어를 통해 안선수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인에게 안선수는 마냥 응원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그냥 "스포츠 스타"이지요. 경기 후 환호하는 러시아인들의 모습과 러시아 국기에 쓰여진 글씨를 읽지 못해 어느 방향으로 들어야 할 지 우왕좌왕하던 안현수 선수를 보면서 씁슬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네요. 만약 태극기였다면 안선수가 이렇게 당황하진 않았을 텐데요.

 

 

 

 

김연아 선수처럼 또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떠날 것 같습니다. 현재 안선수의 나이(만 28세)를 생각하면 이번 대회가 선수로서 참가하는 마지막 올림픽이겠지요. 그래도 그의 올림픽에서의 업적은 그를 가장 위대한 쇼트트랙 선수로 기억되게 할 것입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겠지요. 국적을 넘어 팬으로서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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