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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에서 느낀 3.1절 대하는 언론의 아쉬움

by 영국품절녀 2014. 3. 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2014년의 첫 두 달이 순식간에 지났습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새 학기가 되는 3월이라 아직은 새해의 기분이 날 것 같지만, 학기가 9월에 시작하고 겨울 방학 조차 짧은 영국에 있다 보니 3월은 그저 한 해의 세 번째 달이라는 느낌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에게 3월의 첫 번째 날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로서 기억됩니다. 3.1운동이란 지금으로부터 95년 전인 1919년 3월 1일부터 시작되어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일어난 항일 만세 운동입니다. 1910년에 강제적인 한일병합이 이루어진 후 첫 전국적인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1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 그리고 그의 의의에 관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이와 관련해서 제가 그 동안 영국에 지내면서 느꼈던 "역사 인식과 미디어의 역할" 대해서 짧막하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

 

요즘 영국 BBC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특집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다른 영국 언론들도 마찬가지에요. 이런 추세는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 금년 2014년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꼬박 100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전쟁은 그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인명 손실, 재산 피해 및 유럽의 정치지형까지 바꾸었기 때문에 "The Great War" 라고도 합니다.

 

역사와 관련된 BBC의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영국인들의 역사를 읽는 방식이 한국인 (그리고 일본/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인)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를 교훈의 도구로서 이해하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영국은 당시의 시대성을 굉장하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보는 시선 역시 Niall Furgerson과 같은 역사가는 유럽 대륙의 전쟁에 영국이 참전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프랑스와 러시아의 동맹국도 아니었던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서 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갔으며 무고하게 많은 군인들이 희생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독일이 유럽 정치에서의 주도권을 쥐었다면 오늘날 EU와 같은 유럽의 정치 통합은 훨씬 이른 시기에 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른쪽 책이 이번 BBC다큐멘터리의 주요 바탕이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다 읽었는데 꽤 흥미로웠습니다.

 

반면에...

 

다른 영국 학자들은 유럽대륙에서의 독일의 패권은 나폴레옹 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즉, 유럽 대륙을 제패한 나폴레옹이 영국을 굴복시키려 했던 것과 같이, 영국과 독일의 대결은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들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민주주의가 덜 발달된 당시 독일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유럽 연합과 같은 정치 체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요. 이 두 상반된 견해가 BBC에서 각각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최근에 방영되었습니다.

 

 

(출처: BBC)

 

우리에겐 조금 먼 나라 이야기인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내용을 조금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한국도 근현대사에 대한 시대성과 세계적인 의미를 조금 더 강조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3.1운동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저 역시 한국의 3.1운동이 당시 피식민지인이었던 조선인들이 강제 병합 후 처음으로 일본에 보여준 전국적인 독립운동이었다고는 봅니다. 다만 3.1운동의 배경이 되는 1910년부터 1919년 사이의 일본의 식민지 통치 방식이나 다이쇼 데모크라시라고 일컬어졌던 일본 국내의 민주주의적인 정치 변동 역시 3.1운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도 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민족자결주의 역시 3.1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이와 관련된 책이나 논문들은 꽤 있는 편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언론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언론은 때때로 우리들이 3.1운동 자체를 단편적으로만 알거나 특히 일부 젊은 층은 아예 무슨 날인지도 잘 알지도 모르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언론들은 단순히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자 정도로 끝나고, 후속 기사나 관련 심층 기사는 찾아보기조차 힘듭니다.

 

물론 3.1절이나 광복절에는 반일 감정을 고취시키는 다큐멘터리나 특집기사가 TV편성표나 신문의 한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런데 3.1절 자체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기사는 많지 않습니다. 일제 식민지 역사문제가 현재의 한일 관계의 진행형인 것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3.1절 마다 3.1절 관련 뉴스로만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현재 한일 양국의 뜨거운 이슈 – 이를테면 독도 문제 – 등이 더욱 대중의 관심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에 있었던 우리의 독립운동 자체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역시 사실입니다. 따라서 비록 현재의 이슈는 아닐지 모르지만 아직 100년도 지나지 않은 우리의 역사로서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 역시 필요합니다.

 

일부 언론들은 젊은층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한국사 교육의 비중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진보와 보수를 떠나 언론은 그 동안 과연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각자의 정치 프레임을 통해 미리 결론을 내어 놓고 시대와 인물들을 재단 해 온 것이 아닌 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영국 BBC가 세계 최고의 언론 중 하나로 인정 받는 이유 역시 상이한 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각각 프로그램을 편성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한 이슈에 대한 역사적 흐름과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주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국 언론이 3.1절을 대하는 자세에 적잖은 아쉬움을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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