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마스크 착용에 예민한 우리 사회, 이제는 바껴야

by 영국품절녀 2015. 6. 16.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지난 10일간 저는 정신 없이 바빴네요. 학기 말이기도 했지만, 글을 제출해야 할 곳이 두 군데가 있어서 마무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학술회의도 참석해야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회의가 열린 곳이 수원 근처였다 보니 어느 정도 신경이 쓰이더군요. 여러분도 짐작은 하셨겠지만 바로 메르스 때문입니다. 집에 아기까지 있다 보니 꽤 신경이 쓰였습니다. 과연 회의 후 회식을 갔는데 음식점이 한산하더군요.

 

메르스 때문에 저의 강의도 적잖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가족 중 몇 분이 메르스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라 지난 2주 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학생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수업 중 홍콩학생이 있었는데, 그들은 엊그제 조기귀국을 해 버렸지요. 이 학생들의 조기 귀국 건으로 교환학생을 담당하는 학교 부서 측과 부지런히 연락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기말 시험을 이미 치렀던 상황이라 딱히 점수 처리에 복잡해 질 일은 없었습니다. 저도 지난 목표일에 귀국 전 인사 메일을 받았고요.


사실 메르스로 인해 수업시간 풍경도 조금 바뀌기는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도 적잖이 보이고요. 그런데 지난 주 서울 모대학에서는 이로 인해 해프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홍콩학생들에게 교수가 벗으라고 하자, 이들이 거부하면서 수업을 거부했답니다. 이들은 곧 수업을 거부했고, 곧 홍콩으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이 학생들의 주장에 의하면, 교수님은 "홍콩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있었던 건 아는데, 그렇다고 이런 예민한 모습과 분위기를 우리 강의와 우리나라에 들여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했으며, 성균관대 쪽에 항의했는데, 학교는 "일부 교수님은 수업 중에 마스크 쓰는 것을 두고 예의가 없다고 여기고 있고, 마스크를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다면 학기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2015년 6월 11일)

 

(출처: Dailymail.co.uk)

 

사실 저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건 마스크를 쓰건 별로 상관하지 않는 편입니다. 한국에서 모자는 이미 패션의 아이템인 것 같기도 하고, 일부 학생들은 머리를 감지 않아 모자로 가리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특히 마스크 착용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제 후배 한 명도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사무실 분위기 흐린다고 직장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위의 홍콩대학생들과 후배의 회사내 경험당을 통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마스크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제가 전문적인 대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마스크가 신분을 가리기 위한 도구로서 쓰이기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메르스 확산 초기까지만 해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이 많았다고도 하네요. 이제는 어느 정도 당연한 듯 합니다만 실내에서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까지는 불편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술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출처: BBC)

 

저도 솔직히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일본 학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일본인들이 마스크를 잘 쓰긴 하더군요. 이를 테면 감기만 걸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봄 황사주의보라든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는 외부 공기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남들을 보호해 주는 도구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 데에는 아무래도 영국생활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도쿄인들의 모습

(출처: Google Image)


저는 지난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한 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습니다. 딱 2일 결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그랬지요. 그나마 3일째에는 아버지께서 무조건 가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갔었지요. 딱 그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학교를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생이 저 뿐만은 아니었지요. 독감에 걸렸어도 무조건 학교에 나오는 친구들이 많았으니까요. 아마 저희 세대는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학생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조퇴를 시키거나 전염의 위험이 있는 병일 경우에는 등교자체를 금지시킵니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어보면서 개근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건강과 단체 시설의 보건"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제가 가지고 있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날씨가 더워 마스크 착용이 무척 곤욕인데요, 아무쪼록 메르스 문제가 빠른 시일에 잘 정리되어서 이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뉴스에서 안 나왔으면 합니다.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스크 꼭 쓰시고 개인 위생 철저히 합시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