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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아기 동반 유럽여행, 솔직하게 밝히다

by 영국품절녀 2015. 8. 10.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 분들이 계시다면 "요즘 글이 왜 안 올라오나?" 궁금해 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7월에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저는 블태기(블로그+권태기)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었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여독"이라 생각되는데요, 8개월짜리 아기를 데리고 9박 10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저는 당분간은 여행의 '여'자도 꺼내고 싶지 않은 심정이랍니다.

 

 

사진에는 결코 우리가 힘들었던

파리의 모습은 없고 낭만만 있지요.

 

만약 누군가가 "돌전 아기와의 유럽여행, 할까 말까?" 를 저에게 다시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절대로 안가" 입니다.

 

8개월 아기와 영국을 간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과히 100% 부정적이었어요. 저 역시도 신랑 졸업식만 아니면 절대로 어린 아기를 데리고 유럽까지 갈리 만무하지요. 사실 맡길 데만 있으면 맡기고 싶은 심정이었고요. 하지만 아기를 맡아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신랑은 자신이 박사 받는데에 제가 일등 공신 했기에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기로 했어요. 또한 신랑이 국내에 일자리를 확실하게 잡게 된다면 앞으로 유럽을 언제 가보나 싶어서, 영국에서 가까운 프랑스 파리 정도만 들러서 오자고 했던 것입니다.

 

여행 전부터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를 찾아 다니면서 돌전 아기와의 유럽 여행 관련 포스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걱정반 기대반이었어요. 역시나 많지는 않더라고요. 대부분이 아기와 함께 가기 보다는 시댁 혹은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돌전 아기와 유럽 여행 어떤가요?" 에 대한 답글도 대부분이 아기를 맡기고 가라는 분위기였지요.

 

저희 부부는 가는 전날까지도 급하게 처리할 일들이 생겨 새벽에 짐을 싸는데... 저희 가방에 약 70%를 차지하는 아기 짐을 보니 벌써 한숨이~~ 갑자기 여행 자체가 귀찮다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래도 당일 날은 어디론가 떠난다는... 그것도 다시 보고 싶은 영국으로 간다는 사실에 룰루랄라~~

하지만... 아기와의 여행은 시작부터 그리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일단 저희 부부를 무척 고단하게 한 아기 동반 여행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사건(?)은 계속해서 차차 풀어가기로 하고요, 오늘은 제가 9박 10일 유럽(영국,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솔직하게 느낀 아기 동반 여행의 장단점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부모와 아기의 특징과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수 있으므로 그저 참고만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안 그랬는데.." 이런 내용의 댓글들 손가락 아프게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

 

가장 큰 장점이라면...

1. (아기가 있으면) 무조건 먼저~~

 

공항에서부터 수속을 밟을 때에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시아나에는 해피맘 서비스가 있어서 아기를 동반한 가족들에 한해 크게 기다릴 필요없이 우선 수속을 할 수 있어요. 짐부치기부터 유모차 싣기 등 자세하고 친절한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나 뿐 아니라 국내외 항공사에서 아기 동반 가족들에게는 우선적으로 배려를 해주기 때문에 참 좋더라고요. 비행기 탑승 역시 빨라요.

 

 

 

인천 공항에서는 아기를 데리고 있으면 차로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당연하게 기대했던(?) 영국 히드로 공항의 입국 수속은 좀 달랐답니다.

전에 신랑과 둘이 영국 히드로에서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데 아기가 있는 가족들은 우선적으로 배려해주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우리도 그런 행운을 만끽하겠구나.. 했는데 아뿔싸~~ 방학이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아주 많았어요. 물론 우리 아기가 가장 어려보였지만... 히드로 공항 직원들은 눈길 한번 안 주더라고요. ㅠㅠ

그렇게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채 약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아미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것을 본 여자 직원은 바로 우리에게 손짓하더니 바로 입국 심사대에 서게 해 주었답니다. 울 신랑 왈~~ "아미야 더 일찍 크게 울지 그랬냐?? ㅎㅎ"

 

 

2. 가족 여행이라는 추억


가족 첫 여행이자 유럽(영국, 프랑스) 여행이라는 의미가 저희 부부에게는 참 큽니다. 저희 부부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아기가 만들어졌고, 파리는 태교 여행을 다녀 온 곳이거든요. 기억도 못하겠지만, 저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제가 살았던 곳인 캔터베리를 구경시켜 주었어요. 또한 우리 아미를 너무나 보고 싶어했던 영국 지인들에게 직접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참, 프랑스에서는 우리 가족 첫 해외 여행이라는 점에서 스냅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ㅎㅎ  

 

 

다들 아시겠지만, 사진은 모든 고통을 덮습니다. ㅎㅎ

 

가끔씩은 우리 둘이 왔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긴 했지만,,, 만약 우리 아기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왔더라면... 데려올걸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긴 했습니다.

 

제 솔직한 경험상 위 두가지 말고는 단점들 투성입니다. 

1. 돌전 아기는 짐이 많다. (분유, 기저귀, 이유식 등등)

저는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 가장 많이 차지하는 아기 기저귀, 옷, 분유는 약 2-3일치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조달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아기는 필요한 것이 많은지.. 특히 12시간동안 기내에서 먹일 분유와 기저귀, 손수건, 힙시트 등등 준비물이 한 가득이었답니다.

 

 

Tip. 기내에는 아기용이면 물부터 이유식까지 무제한 가지고 탑승이 가능합니다. 유모차도 비행기 탑승 전까지 가지고 사용하다가 직원에게 주면 된답니다. ^^ 다만 도착해서 유모차를 다시 받을 때 좀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2. 돌전 아기는 손이 많이 간다. (4시간마다 분유, 기저귀 갈기, 잠투정 때문에 여행의 쉼은 없다.)

즐길 여유조차 없이 아기는 시도때도 없이 소/대변을 싸고, 배고프다고, 졸립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특히 여행 중에 아기는 스트레스를 받는지 설사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물갈이 혹은 분유갈이를 해서 그렇기도 하고요. 저희는 화장실을 찾아 비 오는 런던 시내 공원 한복판을 설사한 아기를 안고 뛰기도 했습니다. ㅠㅠ

 

 

베이비 체인지가 없는 곳에서는 아기를 들고 기저귀를 갈거나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어 변기통 위에 뚜껑을 닫고 눕혀서 가는 등 정말 막가파 엄마였습니다. 특히 파리는 화장실 찾기가 무척 힘이 들더라고요. 왜 버스만 타면 큰 것을 싸는지... 정말 당황스럽기만 했어요. 냄새는 나고 갈길은 멀고 아기는 울어대고...

 

3. 여유로운 외식은 꿈도 못 꾼다. 

영국에서는 두 번 외식을 했는데요, 한 번은 아기가 잘 자주어서 괜찮았지만, 다른 한번은 아기가 소리를 계속 지르는 바람에 다 먹지도 못하고... 체하는 줄 알았어요. 파리에서도 딱 한번 저녁에 외식을 했는데, 아기가 우는 바람에 번갈아 가면서 식사를 하고 나왔지요.

 

 

'파리만 가면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다 먹겠다' 다짐했지만, 아기 때문에 너무 지쳐서 그런지 입맛도 없어서 디저트를 하나도 먹지 않고 왔답니다. 한국에 오니까 그래도 먹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되면서도 그 때 당시로 돌아간다해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지친 나머지 어느 하루의 아침과 저녁은 콘도에 있는 쌀과 고추장을 이용해 밥을 엄청 비벼 먹었지요.

 

4. 여행 계획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여행을 앞두고 여행 에세이를 써 볼까? 파리 디저트 다 먹고 와야지.. 태교여행에서 다녀온 곳들을 다시 아기와 가볼까?  등 계획은 참 많았었는데요, 막상 여행 내내 제 머릿 속은 멍~ 하기만 했습니다. 영국, 프랑스에서 하고 싶었던 수많은 계획들도 거의 지켜진 것이 없고요, 여행이 끝나갈수록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5. 늙은(?) 부모라서 아기 동반 여행이 곱절 힘이 든다.

여행 성수기 기간이라서 그런지 런던, 파리에는 가족 동반 여행이 많았어요. 특히 저희와 같이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부부들도 많았는데 확실히 젊은 서양인 가족들이 주를 이루더군요. 놀랍게도 약 4~5개월 정도로 보이는 아기들도 많이 봤어요. 다만 저희처럼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동양 가족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어요.

 

 

저희는 늙은 부모라서 그런지 아기와의 여행이 무척 고단하게만 느껴지더라고요. 유모차를 끌고 들고 올라갔다하는 신랑은 힘들다고 짜증 한바가지.. 저는 저대로 시도때도 없이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다가 울컥~ 우리를 위한 여행인데 가족 여행에는 부부 싸움이 꼭 등장하지요. ㅎㅎ

 

6. 돈이 많이 든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기 동반 여행이 편하려면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ㅎㅎ 굳이 이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돈을 팡팡~ 써야 되더군요.

일단 저희는 짐을 줄이기 위해 아기 물품은 현지 조달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한 곳에만 정착해 있는 여행(런던->캔터베리->파리)이 아니므로 짐가방의 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저희 둘이서 아기와 유모차에 짐 가방들까지 모두 들고 이동하기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짐을 들어야 하는 장거리 여행 이동은 무조건 픽업 서비스를 불러야 했어요. 당연히 돈도 갑절이나 들었답니다.

짐도 마찬가지에요. 9박 10일동안 모두 사용할 기저귀며 분유며 다 들고 가면 여행 경비는 줄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짐이 늘어나니까 웬만하면 현지 조달을 했어요. 그러니 여행 경비는 더 들게 마련이지요. 숙박도 저희 둘이면 싼 곳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아기가 있으므로 쾌적한 콘도를 이용했지요.

 

전에 유럽여행을 한 지인이 그러더군요. 자신의 아기(12개월)가 베시넷에서는 그렇게 울고 칭얼거리더니 비즈니스 석을 태우니까 울지도 않고 아주 편안하게 잘 있더라는 거에요. 역시 아이들도 돈 맛을 아나 봅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였던 것은, 여행 후였답니다.

여행 후 시차 및 환경 적응이 관건

아기는 영국, 프랑스에서는 잠자리 적응은 참 잘했어요. 하지만 귀국 후에 저녁 7시에 잠이 들더니 자정에 깨어 좀처럼 잠을 안자는 거에요. 밤이니까 자야 한다고 불을 끄면 울고 불고.. 생리 활동 시간이 완전 바뀌어서 자꾸 새벽에 응가를 하는 등.. 이러니 아기는 한참 놀다가 새벽 2-3시에나 자는 겁니다.

이러기를 일주일 내내... 저희 부부는 미치겠더라고요. 잠은 오는데.. 아기는 새벽에 놀아달라 하고... 시차 적응을 못하는 것인가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보는데 없더라고요. 다행히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씩 잠시간과 배변 패턴이 규칙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여행은 어땠어?" 하면 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럴 줄 알았어". 이처럼 아기와의 동반 여행은 힘든 점들이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와의 유럽여행을 즐기실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라면 주저없이 아기와 떠나세요. 저는 제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에나 유럽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전까지는 하고 싶지 않네요. ㅎㅎ 어차피 부모는 힘들기만 하고 아이는 기억도 잘 못할 테니까요. ^^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