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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전업맘 아이 어린이집 등원, 왜 비난하나?

by 영국품절녀 2015. 10. 21.

그 동안 저는 점점 고집이 세지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기를 돌보느라 블로그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은 블로그를 향하고 있지만, 절대로 저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 아기...한없이 귀하고 사랑스럽지만 이제는 나 혼자서 몇 시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답니다.

 

 

오랜만에 서울시 보육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아기의 어린이집 대기 신청 상황을 확인했어요. 이번달부터 태아 어린이집 신청이 종료되었다고 하더군요. 점점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후퇴함을 알리는 징조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전업맘으로 아직까지는 무직이지만, 잠재적인 구직자로 앞으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출처:http://iseoul.seoul.go.kr/portal/mainCall.do)

 

대체로 혼자 육아를 하다보니(물론 가족들이 간혹 도와주지만), 힘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요즘 육아 전쟁이라고 할 만큼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여자들이 혼자서 육아를 한다는 것은 무척 고된 일입니다. 아무래도 과거와는 달리 남자와 동등하게 공부만 하다가 취업해서 결혼한 여자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결혼 후의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생활은 참 힘든 현실로 다가오게 마련이지요.

 

저 역시도 공부만 하다가 결혼을 했고, 게다가 아기를 늦게 낳아서 키우는터라 몸부터 잘 안 따라줍니다. 하루종일 나만 바라보는 아기를 볼 때면 사랑스럽긴 하지만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심정은 단 몇 시간이라도 나 혼자서 여유롭게 있었으면... 편하게 블로그 글이라도 썼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밤중에 아기 잘 때에 신랑에게 맡기고 후딱~ 옆에 누가 없으면 깨거든요.)

 

아무래도 아기가 11개월이다보니 하루종일 잠잘 때에만 빼고 엄마, 맘마를 입에 달고 삽니다. 놀 때도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하고, 낮잠 잘때도 엄마가 있어야 편안하게 쭉~ 잠을 자는 아기입니다. 그러니 저는 집안일에 육아를 하다보면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습니다. 게다가 엄마가 안 보이면 난리가 나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니 변비가 생기는 등.. 늦은 오후가 되면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신랑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지요. 그래도 살은 안 빠지니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엄마는 바쁘다. (출처: Google Image)

 

이렇다보니 나도 우리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나만의 자유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자꾸 "전업맘이 왜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냐?" 라며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황당하게도 워킹맘에게만 어린이집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솔직히 워킹맘들은 직장에 있는 동안 육아 대신 돈을 벌고 적어도 차를 마시는 자유시간도 있습니다. 그들은 자녀를 타인의 손에 맡기는 대신 자신 및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지요. 반면에 전업맘은 돈을 버는 대신에 자신의 시간을 온종일 가사일과 육아에 쓰고 있지요. 그저 개인이 처한 상황에 의해 육아냐? 직장이냐? 를 택한 것이므로 정부 입장에서는 무상 보육을 해주는 정책이 전업맘과 워킹맘을 나누어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내년부터 전업맘 어린이집 시간 제한 및 양육 수당 지급 차등도 재고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육아와 직장 일의 경중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부는 애를 보느니 차라리 일을 하겠다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만큼 하루 종일 집안일과 육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법입니다. 얼마나 힘들면 입주 도우미 가격이 그렇게 비쌀까요? 게다가 괜찮은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요.

 

 

집안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엄마는 가장 높은 연봉을 가진 자이다.

이유는 순수한 사랑으로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전업맘이 왜 아기를 종일반에 보내냐?" 라는 질문에는 특별한 상황(심신 악화, 어린 형제나 자매가 있는 경우)을 제외하고 종일반에 보내는 엄마는 저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보면 실제로 놀러다니면서 아기를 종일반에 넣는 엄마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 소수의 비정상적인 엄마들 때문에 전업맘 전체가 비난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임신 중 태아인 상태에서 어린이집을 신청했었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그렇게 한 것인데요, 전에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 어려서 취소를 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아기를 단 몇 시간만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매일같이 옷을 꺼내서 엉망진창을 만드는 아기 

 

저도 전업맘의 종일반 제한에 대해서는 크게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업맘인 경우, 하루 7시간이면 충분하다 싶거든요. 다만 "전업맘이 왜 어린이집을 보내냐?" 이런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는 사회의 분위기가 참으로 야속합니다. 전업맘인 제가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단 몇 시간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그렇게 비난 받아야 할 일인가요? 솔직히 그 시간에 집안일이며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어린 아기가 있는 전업맘과 워킹맘 중에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는 말은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영국에서 아기를 키웠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 봅니다. 그 곳은 지역별로 무료 혹은 저렴한 토들러 그룹(영아~만 4세까지)들이 잘 형성되어 있어 엄마들은 티타임을 가지면서 육아 정보 및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고, 아기들은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또한 초등교육도 우리보다 빨리 시작하니 유치원 경쟁도 없고 말이에요.  

 

토들러 그룹의 스토리 텔링 모습

 

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남의 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특히 독박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정말 눈물겹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 여유롭게 마시는 것조차 불편하게 보는 이 우울한 사회에 살고 있는 전업맘들!! 힘냅시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