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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남자는 왜 치마 안 입어요? 묻는 딸에게

by 영국품절녀 2018. 1. 4.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올해 5살된 딸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제 블로그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할 것만 같습니다. ^^;;

올해 5살, 38개월된 딸은 자기 주장이 무척 강합니다. 특히 옷, 신발, 악세서리 등에 개인의 취향이 생겨버렸어요... 편한 스타일의 옷만 입던 아이가 갑자기 공주가 되고 싶다면서 무조건 긴 치마, 원피스, 드레스만 입겠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참 낯설기도 하면서 재미있습니다.

 

그것도 잠시... 딸의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저의 목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체육복을 입고 가야 하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치마만 입겠다고...

짧은 치마를 입으면 공주가 아니라고 긴 치마만 입겠다고...

잘 때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고 자겠다고...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나 공주에요? 엄마 나 예뻐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전에는 집에 오면 바로 실내복으로 갈아 입었는데, 이제는 투투(tutu)원피스만 입겠다네요. 원래는 발레 할 때 입으라고 사 준 것인데, 어느 샌가 홈드레스가 되어 버렸지요. 급기야 잘 때에도 입고 잔다는...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는 아예 할로윈 행사 때 입었던 백설공주 드레스를 홈드레스로 입기 시작했어요. 제 딸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동화가 백설공주라고 합니다. 매일 백설공주 책을 읽고, TV 명작 동화로도 보고 하루 종일 백설공주만 읽고 볼 때도 있어요. 게다가 동생한테까지 백설공주 책을 매일 읽어 주곤 하지요. 이제 저는 하원하자마자 딸에게 바로 백설 공주 드레스를 대령합니다. 그래야 하루가 편하거든요.

 

 

 

 
그런데 매일 치마만 입을수는 없는 노릇이라, 바지를 입으라고 하면 울면서..


"나 남자 아닌데 왜 바지를 입어요? 나 여잔데... 으앙~~"

한창 남녀 신체 구분 및 특징에 관심이 많은 시기라 그런지 이런 질문을 곧잘 하곤 합니다.

"엄마!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를 입지요? (남자 친구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oo는 바지만 입어요."

"그런데 왜 남자는 치마를 안 입어요?"

그 질문에 뭐라고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남자는 바지를 입어, 그런데 치마를 입는 남자들도 있어..."  이렇게 말을 하면 아이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그저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딸이 아빠에게

 

딸: "아빠, 치마 좀 입어요!! 왜 맨날 바지만 입어요!" 이러는 거에요.

아빠: (웃으면서) 그래, 스코틀랜드에 가면 치마 입을게!!  ㅎㅎ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체크 치마 입은 남자들이 떠올라 사진을 찾아 봤어요.

   

 

 

 

또한  "영국 남학생들의 교복 치마" 사건도 떠오르네요.


영국 Exter에서는 남학생들이 교복으로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고 했었던 일이 있었어요.  30도가 넘는 여름 날씨라는 조건을 부여하면서요. 영국 여학생들은 여름에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잖아요. 학교 측의 거부로, 일부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치마를 빌려 입고 시위를 하기도 했었거든요.

 

 

치마 입은 모습이 참 귀엽네요. ㅎㅎ 

은근 잘 어울려요. ^^ (출처: Google Image)


이에 "남녀성중립"이 교복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 (gender-neutral uniform policies)도 일고 있습니다. 남학생들도 여학생들처럼 교복으로 바지와 반바지가 허용되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여학생은 교복 치마가 일반적이긴 하나 긴 바지도 입을 수 있지만 남자는 무조건 긴 바지만 허용되거든요.

참, 최근 영국에서는 "성 중립 (gender-neutral)" 과 관련해서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출처: Telegraph캡쳐)

 

영국 국교회에서는 "원한다면 소년(primary school)들에게 투투 치마와 하이힐을 신어도 된다" 라는 지침을 전달했어요.  어린 학생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자아상을 형성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에서 말이지요.

 

영국 국교회에서 발표한 지침 관련 내용은 성다양성과 관련하여 다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릴텐데요, "왜 남자는 치마 안 입냐" 고 하는 딸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요? 요즘 영국이나 한국이나 성중립과 관련한 이슈가 곧잘 등장하고 있는데요, 어린 아이들에게 성차별 및 고정관념 없이 다양한 체험과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제발 "여자답게, 남자답게" 라는 고정관념... 이런 틀을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제 글에 소중한 ♡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