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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영국에서 귀국한 후 출산을 두번 했기 때문에 그 동안 시댁에는 명절에만 겨우 방문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차로 약 한시간 정도 거리라 그리 멀진 않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쉽사리 뵈러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날에도 5살 딸과 5개월 아들을 데리고 시댁에 가는데, 뭔 짐이 이리 많은지요.


아이들이 두명 인데다가, 아직 5개월된 아기까지 있으니 기저귀며 분유며 짐이 한 보따리입니다. 고작 2박 3일 지내다 오는데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은 많기만 하지요. 물론 첫째를 키운 경험이 있어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지만.... 아무튼 여행 가방에는 아이 짐들로 가득 채우고 배낭에는 저희 부부의 간단한 옷가지만 담고 시댁으로 출발~~


아들 가족을 자주 보지 못하시는 시부모님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특히 지난 해에 태어난 아기를 너무나 보고 싶어 하십니다. 원래는 저희 가족이 오전에 출발해서 시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오전에 짐 싸고 아이들 준비시키다보니 이미 11시가 넘은 거지요. ㅠㅠ 

시댁에 도착하니 오후 2시경... 이미 시부모님들은 식사를 마치셨네요.  시어머니께서는 아들과 며느리 거기다가 손녀가 좋아하는 명절 음식들을 얼마나 많이 준비해 놓으셨는지... 어차피 며느리가 있어도 아이들 돌보느라 음식 장만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아셨는지 이미 음식들을 다 장만해 놓으셨더라고요.


시어머니표 명절 밥상이 차려지는데...


한우 불고기, 전 4가지 (고구마, 동태, 호박, 동그랑땡) 잡채, 해파리 냉채, 더덕 무침, 소고기 무국,

봄동 겉절이, 고추 절임, 도라지 무침, 동태 간장 조림..


는 좋으면서도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 무슨 음식을 이렇게 혼자 다 하셨어요??" 라는 말 밖에...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건강도 별로 좋지 않으신데, 감기까지 걸리셨더라고요. ㅠㅠ

시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저희 가족은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모처럼 신랑도 엄마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무척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특히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셨지요. ㅎㅎ


그렇게 2박 3일 동안 시어머니는 하루에 밥상을 세 번 차리시고, 설거지 하시고... 저희 뒤치닥거리도 하셨어요. 며느리인 저는 뭐했나고요?? 환경이 변한 탓에 어린 아기는 잠을 잘 못자고요, 특히 새벽마다 칭얼칭얼~딸은 갑자기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병원에 다녀 오기도 했지요. 저와 신랑은 밤에 잠도 못 자고 아기 둘을 돌보느라 명절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결론적으로 설날 동안 시부모님은 물론이고 저희 가족 모두 힘들었답니다.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신 후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내 친구는 설날을 비발디 파크에서 가족과 보냈데."

"우리도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런 곳에 갈 수 있겠지."


이제 어머니도 명절 음식 장만에서 벗어나고 싶으신가 봅니다. 일년에 두번 오는 아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시기에 음식 장만은 하시지만, 연세가 많이 드셔서 몸이 예전같지 않으시니까요. 젊은 며느리들조차도 명절 음식 장만에 스트레스가 폭발하는데 시어머니는 오죽하시겠어요...




신랑 지인의 종갓집 설날 제사상입니다. 아주 간단히 한 것이라고 하네요. ㅎㅎ

음식 장만은 모두 며느리들이 한 것이겠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신랑에게 

우리 이번 추석에는 가족 모두 놀러가서 외식하자.. 

특히 우리 아들 돌이 추석 일주일 후에요. 그래서 돌잔치겸해서 돌 여행이라도 시부모님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신랑은 어머니는 힘드시다고 하시면서도 또 명절 음식 장만 하실꺼야... 이러네요. 

 

좀 전에 인터넷을 켰더니 며느리들이 "제사를 없애달라" 며 국민 청원을 하기도 했다는데, 저희 집은 며느리가 아닌 시어머니의 명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기만 하고 오는 며느리라 너무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제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제가 어머니 대신 명절 음식을 해야 하겠지요. 앞으로 돌아오는 명절에는 시어머니께서 덜 힘드시게 며느리로서 방안을 강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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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국품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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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삶이란 2019.09.01 05:1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이글을 보고있으니 참 지금의 시어머니란 위치가 시대적으로 위로는 며느리느릇 열심히 했고 현재는 시어머니노릇 열심히 해야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있는듯 하네요같은 시어머니입장에서 느끼는거지만 요즘 며느리들은 명절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은가 봐요 조상도 없고 그냥 혼자 우뚝서서 태어난것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요 함께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이 되네요 몸도 좋지않은 시어머니 안타깝네요 시어머니도 여자랍니다 우리집도 며느리 둘다ᆢ에휴! 돈은 주면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끝에 돈은 우리가 열심히 쓰고 남같이 생각하고 살면 실망도 없다 싶어요 명절 다가오니 우리집도 어떻게해야 하나싶어 검색했더니 이런 글이 있네요

  2. 긍정님 2019.09.02 01:4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윗글 시어머니의 생각은 당연히 옳은 말씀이에요 명절은 오랜만에 친지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돈독히 다지는 자리이기도 해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요즘 며느리라 하더라도 명절 전날
    시가에 가서 음식 장만 보조하고 시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음식을 못하더라도 기본 삼시세끼 설겆이는 도맡아야 겨우 며느리 임무 기본은 한게 되더라구요 거기에 음식까지 도맡아해야 며느리할일 하는거라고 생각하는 시가도 많구요
    윗글쓰신 시모님은 며느리에게 용돈까지 주시나봐요
    참 잘해주려고 노력하시는거 같아요
    한국사회 유교사상 성리학에 세뇌당한 세대와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 인식에 대한 젊은세대의 저항이 자꾸 부딪히나 봅니다
    다음 세대에는 남녀가 평등한 명절을 기다리며 명절스트레스 없이 니일내일 떠넘기지 않는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