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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산 영계백숙을 본 신랑 반응, 아내 울컥해

by 영국품절녀 2011. 7. 15.


작년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시어머니가 주신 2~3인용 압력밭솥이 있어, 제 생애 처음으로 닭백숙을 끓이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솔직히 제가 먹고 싶었던 게 약 60%, 신랑의 몸 보신을 위한 약 40%정도의 동기로 영계백숙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먼저 인터넷을 뒤져 레서피를 찾아본 후에, 닭을 깨끗이 씻고, 좋지 않은 기름기를 약간 제거하기 위해 먼저 팔팔 끓인 물에 집어 넣었지요. 기름이 조금 빠진 것 같아 꺼낸 다음 다시 깨끗이 씻고, 닭 뱃속에 시어머니께서 보내 주셨던 대추, 밤, 찹쌀, 마늘 등을 잔뜩 넣어 압력 솥에 물을 한 가득 넣고 삶기 시작했지요.

1시간 정도 푸~욱 끓여야 닭 뱃속에 있는 찹쌀이 다 퍼진다는 생각에 불 세기도 크게 줄이지 않고 그냥 냅다 팔팔 삶기 시작했어요. 1시간 만에 열어 본 영계백숙은 제가 기대한, 예상한 것이 절대 아니었지요. 닭죽을 먹어야 하는데, 죽은 다 쫄아서 밭솥 바닥에 닭과 찹쌀죽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거기다가 검은 찹쌀을 조금 넣었더니, 흰 닭은 검은 오골계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신랑이 집에 오면 짜잔~~~ 보여 주려고 했던 나의 첫 영계백숙은 이렇게 우스운 꼴을 하고 있었어요.

 

                         검은 찹쌀때문에 검은 오골계의 색깔로 변해버린 거에요. ㅋㅋ (출처: www.hanbang114.co.kr)



너무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신랑은 좋아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어요. 다행히 일찍 신랑이 왔네요
나: 오빠!! (아직 호칭이 ^^;) 나 오늘 오빠 주려고 닭백숙 끓였다, 잘했지?
신랑: 나 닭백숙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압력 솥에 있는 검은 닭을 보더니) 닭 색깔이 왜 그래? 닭죽은 어디갔어?
나: (망친 닭백숙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가, 신랑의 반응도 좋지 않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
신랑: (검게 변한 닭을 뜯어서 먹어 보더니) 오골계라고 생각하고 먹지 뭐..  닭은 맛있네..



그리고 나서, 두번 째도 실패! 세번 째 드디어 저의 영계백숙은 성공했지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나름대로 비법이 생겼지요. ㅎㅎ 이번에 제대로 끓인 영계백숙을 보고 신랑이 최고라고 엄지를 들어 주었어요. ^^


                        부들부들하게 잘 삶아진 영계백숙이에요. 소금에 찍어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닭을 다 먹고 나서 죽을 먹으니 배가 든든했습니다.                              



삼세번 만에 성공한 닭백숙입니다. 닭백숙을 먹으니 없던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역시 몸 보신용으로는 닭백숙이 최고입니다. 해외에서 살면서, 먹는 것이 항상 걱정인데, 가끔씩은 한국 보신용 음식으로 기운 차리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 아내의 음식 솜씨는 남편의 인내심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남편 분들 꼭 알아 두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