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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남편따라 외국 나온 아내들의 실상, 어쩜 이래

by 영국품절녀 2012. 7. 12.

 



저는 남편따라 외국 나온 아내 입니다. 그 동안 "남편따라 외국에 나온 한국 아내들에 대한 실상"에 대한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 아내들이 격하게 공감해 주셔좀 놀랐어요. 보통 한국의 미혼 혹은 기혼 여성들은 유학생 남편을 내조하면서 외국에 사는 아내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남편의 학업으로 인해 영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역시 주변의 제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했답니다. 지금도 제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주변인들을 통해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외국 나가서 살면, 남 눈치 및 시댁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편하게 랄라룰루~ 사는 줄 아나 봅니다. 거기다가 유럽 여행은 뭐 옆 동네 놀러 가듯이 가는 줄 알고요. 또한 한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 등을 값싸게 막 쇼핑할 수 있는 줄 알거든요.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실제로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들의 삶은 별로 특별할 게 없습니다. 한국이나 여기나 더하고 덜하겠지만 외국 생활이 상상하는 것처럼 마냥 장미빛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지옥같지도 않지만요.

특히 남편이 학생인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참 힘든 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일부는 부모님의 든든한 후원을 받거나, 정부 및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그나마 풍족한 생활 가운데서 학업에만 몰두하며 종종 유럽 여행 및 명품 쇼핑도 할 수 있겠지만요, 자급자족하는 저희 부부와 같은 일부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생활이 빡빡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2년 반 동안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런던 몇 번 다녀온 것이 끝이거든요. 

 

주변에서 "언니, 난 언니처럼 유학생 남자 만나서 외국에서 살고 싶어~"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하면,,

야~~ 안 돼~~~

남편이 학비와 생활비 지원 빵빵하게 받지 않으면 삶이 힘들어~~

제가 가난한 유학생 신랑 만나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보니, 주변의 어린 동생들이 유학생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학생 아내의 삶~~ 쉽지 않아~~  (출처: Google Image)

 

제가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도 많이 다보니,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한국 여자들이 만나고 싶은 "유학생 남자"는 자급자족해야만 하는 가난한 유학생이 아닌 "학비 및 생활비 등등 모두 빵빵하게 지원 받을 수 있는 그런 부잣집 아들" 것입니다. 모든 유학생이 다 부자는 아닌데 다들 "유학생 = 부자" 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시댁에서 경제적 지원을 몽땅 다 받는 경우도 꽤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해서인지 돈을 받을 때마다 시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과 동시에 눈치가 보인다고 해요. 사실 영국의 비싼 생활비와 학비 등을 몇 년동안 지원받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액수니까요.

 

그런데, 제가 남편따라 영국에서 2년 반 넘게 살면서, 참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 동안 저처럼 신랑의 학업으로 인해 따라 온 다양한 국적 출신의 아내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아내의 생활은 참 비슷하다는 겁니다.

대부분 부부 중 한쪽은 집안 살림, 자녀 양육을 맡게 됩니다. 보통 남편보다는 아내가 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처음에 영국에 와서 사람들이 저에게 "넌 여기서 뭐하니" 이렇게 물을 때마다 가정주부 (Housewife)라는 말이 입에서 잘 나오질 않더라고요. 괜히 가정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가정 주부라고 하니까, 옆에서 듣고 계시던 영국 할머니는,,,

너가 가정주부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해라~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정말 맞는 말이지요. 사실 가정주부라는 일은 정말 힘든 데 좀처럼 태가 나지 않고요. 특히 외국에서 가족들을 돌보는 일이 더욱 쉽지가 않은 데 말이에요.

 

                   저는 신랑과 가사 분담을 하기에 Part-time housewife 에요~~ (출처: Google Image)

 

제가 전에 석사를 했을 때에 한 한국인 남자 분은 박사 과정 중인 부인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정말 그 분의 부인은 오로지 공부만 하시더라고요. 남편 분이 요리, 집안 일이며 딸 양육까지 다 하는 것을 봤습니다. 또한 작년에 석사를 하러 온 부인을 따라 온 일본인 남편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들 양육 등 가족 뒷바라지를 하더군요. 이렇게 배우자가 학생인 경우에는 한 쪽이 희생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남녀 및 국가를 막론하고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 이지요.

 

다만, 자녀가 없는 아내들의 경우는 어떤지 아세요?

저처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없는 아내들은 직업이 없는 한 생활이 너무 단조롭고 심심합니다. 차라리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바쁘지만, 남편과 둘이 살면 사실 가사 일을 할 게 별로 없어요. 따라서 대부분은 학위, 어학연수, 구직 및 일 등을 하려고 하지요. 처음에는 다들 그저 가사 일만 하면서 놀지만, 그것도 몇 개월이면 충분하니까요. 물론 구직 기간이 길어져 그냥 가정주부로 남는 경우도 많답니다. 저도 역시 1년 동안 직업을 못 구해 가사 일만 하다가 작년부터 블로그 운영 및 다른 일 등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웃겼던 일이 있었어요. 일요일에 교회를 갔다가 신랑 연구실에 따라 갔어요. 아무도 없겠거니 했는데, 그 곳에는 저와 같은 처지인 아내들 세 명이 남편따라 그 곳에 와 있는 거에요. 그것을 보면서 역시 "남편따라 온 아내들의 삶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라고 생각 했지요. ㅎㅎ

 

지금까지 영국에서 남편따라 온 아내들의 진상을 알려 드렸습니다. 종종 무료하고 할 일 없는 이런 영국의 삶도 나중에 귀국할 때 쯤이면 참 아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하네요. 지금 처해진 상황을 행복하게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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