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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인의 점심 식사 직접 만들다가 깨달은 사실

by 영국품절녀 2012. 9. 8.



제가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 바로 교회에서 운영하는 일일 카페 자원봉사입니다.  물론 지금도 수요일마다 하고 있습니다. 제가 봉사를 하는 카페는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만 문을 열기 때문에 거의 메뉴가 브런치 혹은 점심 메뉴 및 커피와 차, 디저트 종류입니다. 저는 점심(브런치) 메뉴를 직접 만들어 서빙까지 담당하고 있는데요, 카페 일을 통해 영국인들의 입맛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사실 하나. 영국인들의 변하지 않는 보수적인 입맛


 

2010년 5월부터 2012년 9월 현재까지 매 주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카페에 오는 영국인들의 얼굴만 봐도 저는 그들이 무엇을 주문할지 예상이 됩니다. 역시나 그 예상은 100% 맞아 떨어지지요. 즉 저희 카페를 찾는 다양한 연령의 영국인들은 매주 주문하는 점심 메뉴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한결같다는 것입니다.  메뉴 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언제나 커피를 주문하고요,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물론 차만 시킵니다. 어쩌면 빵도 항상 같은 종류 (바게트, 흰/갈색 식빵)의 것만 시켜서 먹습니다. 그러니 저는 2년 넘게 일을 하면서 단골 손님들의 메뉴는 그냥 다 외우고 있을 정도이지요.

 


잠깐,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점심식사 메뉴를 한번 보실까요?  메뉴 이름과 조리법을 소개할게요.

아주 간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참고로, 카페에서 제가 만든 음식입니다.)

 

 

Baked Potato (Jacket Potato)

감자를 깨끗이 씻은 후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 장시간 오븐에 넣고 구운 뒤,  4등분을 갈라, 버터를 감자 안에 듬뿍 발라요. 그 위에 원하는 토핑(치즈, 참치, , 빈(bean))을 얹어서 먹어요. 마요네즈 및 피클을 함께 곁들이면 더욱 맛있답니다.


 


 

 

 

Ploughman’s (lunch)

영국 점심식사의 하나로 보통 사진에서 보듯이 큰 덩어리의 빵(보통 바켓트를 사용하지요.) 을 갈라 안에 버터를 위 아래로 충분하게 바릅니다. 그리고 치즈(두꺼운 체다 치즈) 덩어리와 샐러드가 함께 제공되지요. 이와 함께 앞에서 언급한 피클과 버터를 제공한답니다. 몇몇 분들은 치즈 대신 햄 또는 참치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Panini - Tomato, Ham, Cheese

파니니 안에 토핑은 기호와 취향에 따라 넣어주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제 것을 만드는 것이기에 좀 더 안의 내용물을 이것 저것 넣어서 만들었어요. , 치즈, 토마토를 넣은 거에요. 저는 샌드위치나 파니니에 여러가지 많이 넣어야 맛있어요. 싱싱한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겠지요. 

 

 

Panini - Tuna melt

파니니 안에 버터를 넓게 펴 바르고, 그 안에 마요네즈와 범벅이 된 참치를 발라 주세요. 그 안에 송송 자른 파를 펴 바른 참치 안에 콕콕 박아주면 됩니다. 그리고 잘게 간 치즈를 뿌려 주세요. 다음 파니니를 납작하게 구워 줄 기계 속에 넣고 앞 뒤를 뒤집어 가면서 바싹하게 구우면 되지요.

 

 

참, 영국 사람들은 샐러드 위에 소금, 후추를 상당히 많이 뿌려서 먹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약간 쳐서 먹으니 더 감칠맛이 있더라고요.

 

사실 둘. 호불호가 너무도 분명한 영국인들의 입맛


 

영국인들의 음식 주문을 받다 보면, 이들의 입맛이 까다롭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편식이 심하다고 해야 할지...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도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를 시킨 경우에는 무조건 샐러드가 조금은 포함되는데요, 그러면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만 먹고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습니다. 항상 남깁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주문을 할 때 오이, 토마토 등등 특정 채소를 빼라고 합니다. 물론 일부 한국인들도 싫어하는 채소가 있으므로 남기기도 하지만요, 영국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경향이 큽니다.

 

특히 나이가 있는 분들이 편식을 심하게 하는 모습은 참으로 어색했어요. 원래 나이가 들면 건강 생각해서 젊었을 때 먹지 않았거나 혹은 싫어했던 음식들도 먹으려고 하잖아요. 저희 카페에 오시는 70대 할아버지의 주문을 처음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자켓 포테이토와 치즈 토핑을 시키셨어요. 그래서 제가 자켓 포테이토에 치즈 토핑을 올리고 무조건 포함되는 샐러드를 곁들여 드렸지요. 그런데 다 드시고 가신 후 그릇을 보니 샐러드에는 손도 대지 않으셨더군요. 그러시면서 그 다음 주에는 아예 저에게 난 샐러드가 싫으니 오로지 감자와 치즈만 달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채소 자체를 안 먹는 영국인들도 꽤 있습니다.

 

알고보니, 영국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자녀가 굳이 먹기 싫어하는 채소나 과일 등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요.) 부모들은 그것을 편식이라기 보다는 자녀의 음식 기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편식이 심하면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편식을 하게 되겠지요.  

 

전에 아는 한국 분이 자녀의 영국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고 해요. 한국에서 먹었던 샌드위치처럼 안에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 만들어 주었는데......

 

영국인 아이들은 그런 맛있는 샌드위치는 손도 대지 않고 한다는 소리가....

 

햄만 넣은 샌드위치 주세요. ~

치즈만 넣은 샌드위치 주세요~

 

소심한 어린 아이들은 샌드위치 속의 재료를 보고 말도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이 싫어하거나 못 먹는 것들이 들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식사 및 생일 초대를 할 때에도 일일히 자녀의 친구가 무엇을 못 먹는지 미리 물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무조건 "그냥 먹어~" 이렇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특히 아이들 중에는 체질상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거든요.)

이렇다 보니 영국인들 중에는 몸에 좋은 채소, 과일 등에는 손도 대지 않고, 몸에 좋지도 않은 그런 고지방인 음식들만 선호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급식 시간에도 아이들은 칩스, 햄버거 등만 먹어 큰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점점 늘어만 가는 비만율을 염려하는 영국 정부는 몸에 좋은 음식 먹기 캠페인을 장려하고 있을 정도이지요.


영국인들이 주로 먹는 샌드위치~

 

Cheese plain Sandwich
샌드위치를 주문 시 주의할 것은 brown or white bread? & toasted or plain(ordinary)? 이렇게 물어봐야 해요. 옆에 보이는 샌드위치는 brown and ordinary cheese sandwich입니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이렇게 드시지요. 가끔씩 나이 드신 분들이 white bread를 찾으시면 주문 받는 분들은 장난으로 naughty bread? 이렇게 다시 물어요. 왜냐하면 어린 애들은 흰 빵만 먹거든요. ㅋㅋ 전 아직도 흰 빵만 좋아하니 철이 덜 든 건가요? ^^;


참, 위에 보이는 검은 소스는 피클이에요. 한국 피클과는 모양, 색깔, 맛이 다릅니다.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맛이에요. 관찰해 본 결과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소스이더군요
.


Ham & Cheese White Toasted Sandwich

토스트 샌드위치는 앞 뒤로 버터를 칠하고 안에 원하는 토핑을 넣은 후에 파니니 기계에 넣어 앞 뒤를 잘 구워줘야 합니다. 아무래도 토스트 샌드위치를 많이 선호해요. 나이 많이 드신 분들만 빼고요.


 

 

Beans & Toast

그냥 토스트에 데운 콩을 얹는 것으로 만들기 쉬운 요리의 대명사입니다
. 사실 요리라고 하기도 민망하죠. 우리가 즐겨 쓰는 표현 중에 난 라면도 못 끓여라는 말이 있죠? 요리를 못한다는 말이잖아요. 영어로는 “I can’t make (even) beans on toast”라고 하면 됩니다.

 

 

TTC(Toasted Tea Cakes)

가볍게 English Tea 와 즐겨 먹는 메뉴에요Tea Cake을 토스터에 바싹 구운 후 버터를 듬뿍 펴 바르면 됩니다. 이 메뉴는 금방 동이 나는 인기 음식이더라고요. 이 메뉴의 포인트는 약간 까맣게 바싹 구워야 한다는 거지요. 한국인이 보기에는 자칫 이렇게 탄 것을 어찌 먹나 싶을 정도로 태운 것을 먹기도 합니다.



저는 영국인의 점심 식사 메뉴를 만들면서 영국인의 음식 문화 및 그들의 음식 기호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전통을 중시하고 변화가 없는 영국은 음식 문화 및 그들의 입맛에도 여실히 그 성격이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지요. 트렌드에 따라 입맛이 확~ 달라지고 색다른 변화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보기에는 이런 영국인들이 참으로 신기할 것만 같습니다. 이러니 영국에는 음식 트렌드를 눈씻고 찾아봐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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