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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자국 입장에 반하면 욱하는 중국인, 못말려

by 영국품절녀 2012. 10. 30.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이래저래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쉴 때는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전공 관련 서적만 봐도 두뇌 건강에도 딱히 좋을 것 같진 않는 것 같네요.

 

지난 토요일에 중국인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중국 사람들만 있는 자리에 끼어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요, 외국인들이 있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말만 하기 때문이죠. 꼭 중국인만 그런 것은 아닐거에요. 한국인들끼리만 있는데 굳이 외국 사람이 있다고 무조건 그 사람을 배려해서 영어를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서로 피곤하니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머리도 식힐 겸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모임에는 중국인 2명, 대만인 1명 그리고 저까지 4명이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요. 마침 제가 이번에 인터넷에서 찾은 중국 논문 -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국경조약에 관한 것 - 이었는데 간체자가 아닌 번체자로 쓰여 있어 대만 친구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물어보려 하니 대만친구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여 해석에 곤란을 겪게 되고 옆에 있는 중국인 친구가 – 두어 번 얼굴만 본 사이 – 대신 해주게 되었네요.

 

제가 중국어가 좀 약한 편이지만, 사전 등을 통해 내용은 대략 파악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만난 김에 확실하게 하기 위해 물어보려 했던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중국인은 그 내용을 보더니 "이게 뭐냐?" 면서 번역은 안 해주고,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진실을 알고 싶지 않냐?

중국정부가 이런 조약을 맺었을 리가 없다.

저는 "이 조약은 당시 두 정부의 국가수반인 김일성과 주은래가 서명한 것"이라고 했더니 "그런 내용이 어디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을 찾아서 보여줬는데...

이것은 분명히 소련이 중국에 압력을 넣어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출처까지 의심하는데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가 한심하게 느껴진 저는 이 조약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대답은 황당하게도 “오늘 처음 봤다” 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하냐고 물어 봤더니, 자신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네 입장은 필요 없이 내가 번역한 것과 내용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더니 다시 “너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입장으로 이 조약을 바라보고 있으며 나는 중국의 입장으로 보는 것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제가 물어 본 질문에는 대답은 커녕도 자기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밥상머리에서 앉아 더 이상 논쟁하는 것도 뭐하고 해서 그냥 그에게 그 논문 출력본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 새롭게 알아낸 것 있으면 말해달라~"

 

오는 길에 다른 중국인 친구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영국에서 학부부터 나왔고 중국인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친구로 저와도 종종 만나 차를 마시곤 하지요. 그러면서 그 친구는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중국 학생들 중에는 전공을 불문하고 정치 및 역사 문제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저는 사과할 것 없다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대답했습니다. 전에 아이엘츠 시험 감독을 했을 때에도 시험 보러 온 중국인 학생이 옆에 있는 일본인 학생에게 갑자기 속사포처럼 일본 정부를 대놓고 비난하는 모습을 봤는데, 역시 중국인들의 애국심(?)은 장소 불문없이 터져 나오는것 같습니다.

 

                                                           (출처: 뉴스 ZUM)

 

석사과정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국인 친구와 한국전쟁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이 북한을 침공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도와준 것이다" 라고 하더군요. 당시에는 영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격렬한 논쟁을 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논쟁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 물론 일부이겠지요 – 중국교육 및 중국에서 배운 내용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을 하지만, 외국학자 및 해외 자료들에 대한 큰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중국 친구들에게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논리적이거나 정부 비판적인 것도 아니고, 중국사람이라고 맹목적으로 자국정부를 찬양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일본사람이라고 해서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것도 아니지요. 어차피 세상에는 이런 저런 다양한 사람이 섞여서 살아가지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 그 나라에 대한 편견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겁이 나긴 합니다. 올바른 생각을 갖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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