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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이코노미스트가 밝힌 지루한 한국 맥주맛, 왜?

by 영국품절녀 2012. 11. 29.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어제 한국 언론을 통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잡지에 실린 "맛없는 한국 맥주" 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동강 맥주와 비교한 대목도 있어서 읽어보니 꽤 흥미가 있었습니다. 한국 맥주 회사들은 이같은 혹평에 "나라별 특성과 소비자의 선호도를 몰라서 생긴 오해" 라며 일제히 반박 기사를 냈습니다.

 

 

과연 한국 맥주가 그토록 맛이 없을까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포스팅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난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지인들과 자주 어울렸습니다. 그 때 한국 맥주를 오랜만에 맛 보았는데, 2년 반 정도 영국 맥주의 맛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확실히 맛이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 친구들도 맥주만 따로 마실 때에는 하우스 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선호하더군요.

 

 

이코노미스트에서는 한국 맥주가 맛 없는 원인을 몇 가지로 밝혔는데요.

 

 

첫 번째, "두 회사의 독점" 을 그 원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웬만한 호프집을 가서 봐도 딱 두 회사의 제품밖에 없기는 하지요. 생맥주도 그렇고요. 제가 맥주에 그렇게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두 종류의 맛에 따른 차이도 별로 못 느끼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다양한 맥주의 종류였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맥주도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지요. 또한 영국 내 지역마다 특산 맥주가 있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는 맥주를 찾아 이 구석 저 구석 여행 혹은 동네 펍 투어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참고로 제가 살고 있는 켄트(Kent)주가 맥주 맛으로 꽤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켄트 맥주 축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

 

 

 

 

             영국 여름 축제의 하나인 Beer Festival에서는 지역별 특산 맥주 100여가지를 맛 볼 수 있어요.  

 

 

 

이 기사가 두 번째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주세와 시설 규제" 였습니다.

 

한국이 맥주 제조 시설 요건이 까다롭고 주세가 높은 것은 지금까지 잘 모르셨을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기사는 이 부분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솔직히 맛 부분은 어느 정도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제조 시설 요건과 주세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동네 펍에서 맛 본 캔터베리 지역 맥주로, 이름도 재미있고 맛과 향이 참 독특하고 맛있어요.

 

 

 

 (왼쪽)  할로윈을 위해 나온 것으로 단 호박 맛이 나요.   (오른쪽) 심하게 쓰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는 시원한 맛~

 

 

 

                             맥주 잔도 "캔터베리" 라고 적혀 있지요?  갖고 싶을 정도로 탐나더라고요. ㅎㅎ

 

              

 

한국에 있을 때, 주변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여 옮겨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술은 모두 세금이 붙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맥주 시장이 이렇게 천편 일률적으로 된 것은 "일제시대부터 주세를 통해 세금 재원을 확보"하려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따라서 집에서 만드는 술을 엄격히 단속했고 지정된 업체에서만 주류 허가를 주어 술 유통과 판매를 조절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 시기에 각 집안마다 내려오던 술 빚는 비법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그 분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한국의 맥주가 이렇게 두 회사가 양분할 수 있었던 것은

세금을 쉽게 징수하기 위한 정부의 고리타분한 정책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도 나오듯이, 한국에서는 조그만 하우스 맥주를 유통시키는 것도 세금 문제를 포함하여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다고 하네요. 한국 맥주회사의 독점은 주세의 손쉬운 징세를 위한 행정 편의주의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참고로 2010년도 기준으로 주세(소주, 맥주 등 포함)는 총 국가 세금(지방세 제외) 1.6%를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맥주 기사에 왜 하필 사찰 음식 사진을 올렸을까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맥주가 맛있다 or 맛없다" 는 주관적인 것이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맥주 회사들의 반박 기사도 충분히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별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업체들의 반박 기사를 보면서 한가지 의문은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미 이들 회사의 맥주 맛에 한국 소비자의 입맛이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라고요. 다시 말해서 이미 5천만 한국인의 맥주 입맛이 획일적으로 변해 버린 것을 가지고 한국인의 입맛이 다르다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비단 펍마다 다양한 맥주의 종류와 맛을 자랑하는 영국뿐 만이 아니라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만 도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한국인들은 맥주 자체보다는 안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안주만 본다면 한국 호프집이 영국 펍보다는 훨씬 더 우월하지요. 그러나 한국 사람들도 분명히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맥주 그 자체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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