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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영국의 팍팍한 살림살이, 민영화 때문일까?

by 영국품절녀 2012. 12. 12.

영국으로 유학가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으레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너희 집(남편) 부자구나? 영국은 물가가 엄청 비싸다고 하던데...

 

사실 그렇습니다. 영국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제외하면 유럽에서도 물가가 굉장히 높은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20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의 물가가 그렇게 비싸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노동 임금은 미국의 1/2, 독일(당시 서독)의 2/3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90년대에 한국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영국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했었답니다. (물론 80년대부터 이어진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노력도 한 몫 했지요.)  따라서 그 당시에 영국 유학 온 분의 말씀을 들어봐도, 물가도 딱히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 물론 그 당시의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 높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영국 물가는 미친듯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특히 공공재(가스, 전기, 물, 교통 등)의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급격히 올라가고 있어요. 공공재에 대한 공과금 상승은 형편이 빠듯한 저희 같은 유학생 부부들에게는 더욱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니까, 상승률에 대한 체감 온도는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몇 달 전부터 영국인들은 공공재 가격 대폭 인상으로 인해 상당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가스와 기차 요금 대폭 인상~

 

약 두 달 전쯤에 가스 요금이 대폭 인상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현재도 이미 비싸거든요. 제가 2010년에 영국에 와서 매년 가스비가 오르고 있는데, 이번에는 훨씬 큰 폭으로 인상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영국에 와서 깜짝 놀란 뉴스가 있는데요, 매년 겨울마다 저소득층 사람(노인)들이 난방을 하지 못해 동상에 걸려서 죽는 비율이 꽤 높다는 거에요. 그들은 물론 정부로부터 최소 생계비를 받긴 하지만, 비싼 가스비는 감당하지 못해 불을 때지 않고 살다가 얼어 죽는 것입니다.

 

                                                             (출처: Guardian)

 

두 달 전에 "가스비 대폭 인상"이라는 BBC 기사에는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가스 요금 인상 반대 촉구도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11월 30일부터 영국의 6개 가스 공급업체는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다만, 영국 정부는 앞으로 6개의 가스 공급업체들에게 정확한 요금 내역을 고객들에게 알려주도록 권고했다고 합니다. 고객들로부터 공급 업체들은 요금 내역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거든요. 내년부터는 업체들이 일년에 한번씩 고객들에게 요금 내용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내년부터 영국 기차 요금이 약 17% 상승"한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앞으로 영국 여행객들에게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지금도 영국 기차 요금은 너무 비쌉니다. 다행히 30% 할인 기차카드도 있긴 하지만, 그 가격도 싸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차보다는 저렴한 코치(고속버스)를 선호합니다.

 

특히 철도청은 출근 시간이 아닌 10시 이후 (off-peak) 의 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출근 시간에 기차와 지하철 가격이 비싸거든요.

 예) Bromley -> London Victoria  £9.70 (18,000) -> 내년부터는 £11.40 (20,200) 약 2000원 인상 

 

                                    매년 월급보다 8배 빠르게 인상되는 영국 철도 요금 (출처: Express.co.uk)

 

이에 "철도 노조" 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기차 가격이 인상되면, 가끔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비정기적) 들이 기차 요금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가질 것이다.  (여행객, 가족, 어린이, 노인 등등)

 

이에 대해 "철도 회사"  주장하기를~

철도 재정은 기차를 많이 타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정부의 정책인 비용을 많이 지불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한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매일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시즌권 가격은 인상을 안한다고 합니다. 역시 영국은 철저한 자율 경쟁과 자본주의 논리로 가격 인상을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정말 황당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시내에서 켄트 대학까지 왕복 버스 요금이 £2.50 (5천원) 이었어요. 그런데 9월 학기 시작 후에 버스를 타니 £2.70 으로 약 400원이 확~ 오른 거에요. 시즌권도 약 £10 (2만원) 인상.

"아니... 버스 요금이 왜 이리 말도 없이 오른거야~~ 그래도 별 수 없지요." 매년 올랐는 걸요.

 

마지막으로 '물세' 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영국 물세 참 비쌉니다. 한국에서처럼 물 펑펑 쓰다가는 물세 폭탄 맞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매일 샤워하고, 빨래하면 정말 물세 많이 나와요. 지난 달에 집 주인이 물 계측기를 저희 집에 설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수도업체에서 무료로 미터기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액제로 물을 펑펑 쓰는 사람들에게 물을 쓴 만큼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일부 집들은 정액제 가격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물을 펑펑 쓰고도 돈을 적게 낸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일부 영국인들은 절대 미터기를 달지 않을 것이라고 해요. 왜냐하면 한번 달면 절대 제거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집은 주인이 달라고 하니 그저 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사온 후 아직까지 상수도세를 내지 않아 얼마나 나올지 잘 몰라 괜히 걱정이 되네요. 신랑은 제가 물을 많이 쓰므로 꽤 나올 것이라고 겁을 주는 등 물 사용에 대해 무척 예민하네요. (참, 영국은 하수도 값이 상수도 값보다 더 비싸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편하게 마음 놓고 쓰던 공공재를 영국에 와서는 살림살이 팍팍하게 만드는 비싼 요금으로 인해 제대로 사용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공재를 아끼는 자세는 중요하나, 일상 생활이 너무 힘들게만 느껴지니 가끔은 영국의 살인적인 공공재 요금으로 인해 분노가 치밀기도 하네요. 제가 경제학자는 아니어서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 내기는 어렵습니다만, 주변 영국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공재의 민영화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한국은 정부가 공공재의 요금 인상을 어느 정도 억제합니다. 일단은 공기업은 사기업과 다르게 이윤추구만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며, 공공재 인상은 물가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런 공공재를 다루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 뻔합니다. 물론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요금 인상은 어느 정도 수용해야겠지요. 민간기업은 존재 자체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손해를 보면서 영업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공공재 자체가 구조적으로 큰 이익이 나기 힘들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려면 결국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대안이 별로 없는 국민으로서는 감당할 수 밖에 없고요.  공기업화가 항상 더 낫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공공재를 다루는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이미 영국에서 증명된 듯 합니다.


며칠 전에 한국 기사를 보니 "물 민영화" 라는 단어를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한국도 민영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저로서는 "공공재
민영화" 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 치네요. 자율적인 경쟁도 중요하지만, 공공재 만큼은 자율 경쟁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 정부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공공재 인상으로 인해 영국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지 참 걱정이네요. 살림살이 팍팍하게 만드는 공공재 민영화 절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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