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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 영국 고구마의 맛 비교, 이 정도라니

by 영국품절녀 2013. 2. 4.



한국에서는 겨울마다 즐겨 먹은 길거리 군것질 음식들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특히 좋아하는 것이 바로 군고구마인데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길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고구마 값이 비싸지면서 수지타산이 안 맞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고 3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이 길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팔았던 기억도 나네요. 이처럼 고구마를 좋아하는 저는 고구마와 관련된 에피소드 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시댁에 들어오자마자 즐겨 먹은 것이 바로 고구마 입니다. 시골에 계시는 신랑의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고구마를 지금도 잊지 못하거든요. 직접 할머니께서 심고 키우신 고구마로, 호박 고구마처럼 너무 무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목이 메이는 밤고구마도 아닌 딱 반반이 섞인 고구마~ 지금까지 먹어 본 고구마 중에 최고라고 점수를 메겨도 좋을 만큼 그런 고구마를 겨울 내내 먹었습니다.

 

 

밤마다 군고구마를 굽는 저를 보고, 신랑은 이렇게 말했을 정도에요.


너는 결혼하고 시댁 들어와서 고구마 먹는 재미로 살지?? ㅎㅎ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매일 밤마다 시어머니가 주신 군고구마 직화기를 이용해서 고구마를 구웠거든요. 그렇게 맛있는 고구마를 매일 먹고 살다가, 영국에 온 저는 그만 군고구마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맛 없는 영국 고구마 때문이에요.

 

 

일단 보기에는 한국 고구마와 크게 다를 바는 없어요. 물론 영국 고구마가 좀 더 투박하고 못생겼지만요. 겉면이 다소 울퉁불퉁하며 거칠고 크기도 더 큰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 고구마와의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껍질 속은 핑크 혹은 오렌지 색깔이에요. 한국인 입맛에는 영국 고구마의 단맛은 상당히 떨어지며, 사실 맛도 별로 없습니다.  영국 감자는 참 맛있는데, 왜 고구마는 맛이 없을까요?

 

                     

                         영국에는 "Sweet Potato" 라고 되어 있는 일명 고구마가 많이 팔기는 합니다.

 

영국에 겨울이 오면 저는 시댁에서 먹었던 군고구마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래서 런던에 갈 때마다 한국 식품점에 들려서 고구마를 사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값이 비싸기도 하고, 런던에 자주 갈 일이 없으므로 자주 먹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동남 아시아 음식 재료를 파는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몇 번 사기도 했는데, 영국 고구마의 맛보다는 나았지만 상태도 별로 좋지 않고 맛있지도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도 저의 고구마 집착증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해야 하나요? 장을 보러 나갔다가, 이름도 보지 않고 껍질 색깔만 보고 흥분한 나머지 한국에서 먹은 고구마인줄 알고 사가지고 온 것들이 그냥 감자일 때도 있는 등.. 그럴 때마다 얼마나 큰 실망을 했던지요. 

 

                                                    껍질은 고구마 색깔이지만, 다 감자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번 주), 저의 단골 채소 가게에서 드디어 한국에서 보았던 고구마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눈썰미 좋은 울 신랑이 발견한 거에요. 신랑은 혹시나 하면서 손톱으로 고구마를 슬쩍 긁어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모양과 색깔이 그럴 듯하게 보이더라도 껍질 속 색깔이 핑크면 아니거든요.

껍질 속이 흰색이네. ㅎㅎ 이거 우리가 한국에서 먹었던 고구마인가봐.

 

         

보기에도 딱 다르네요.

영국의 맛 없는 고구마 속에 맛있는 핑크 빛깔의 고구마가 보이시나요?

 

지금까지 많은 시행 착오로 소심해진 저희 부부는 딱 3개만 사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어떻게 군고구마로 만들 것인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한국에서는 "오븐에 군고구마 굽기"가 유행인가봐요 . 아무튼 저는 알려주는 대로, 군고구마를 오븐에 약 30분 정도 구웠습니다. 역시 한국에서 먹은 군고구마였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그 자리에서 세개를 신랑과 다 먹어 치웠습니다. (제가 거의 다 먹었다고 봐야겠지요.)

 

다음 날, 저는 군고구마를 또 사기 위해 그 곳에 갔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남아 있더군요. 이번에는 고구마 10개를 집어 계산대에 올려 놨지요. 영국인 주인 아줌마는 고구마를 10개나 사는 제가 신기한지 자꾸 웃으시는 거에요. 하긴 영국인들이 감자도 아닌 고구마를 10개씩이나 사지는 않을 테니까요.

참, 제가 고구마 10개에 £2.80 (5천원) 주고 샀는데, 요즘 한국 고구마 가격과 비교해서 어떤가요??

 

오븐으로 군고구마 만들기 레서피~

 

고구마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털어 낸 뒤 오븐 판에 호일을 깔고 고구마를 놓으세요.

오븐은 전기 혹은 가스세가 많이 나오므로, 한번에 여러개를 굽는 것이 좋아요.

 

 

오븐과 고구마 크기에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200도로 40분 정도면 군고구마로 깜짝 변신해요.

저는 중간에 (15분마다 ) 고구마가 골고루 구워지도록 뒤집어 주었어요.

 

짜잔~ 잘 익은 군고구마 탄생~

        얼마나 그리웠던 군고구마인가~~

 

                뜨거운 고구마를 잡고 호호~ 불면서 먹는 즐거움~~ 여기에 동치미까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저는 고구마 10개를 오븐에 다 구워서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저는 또 고구마를 사러 갔습니다. 정말 못말리지요? 약 3년동안 고구마앓이의 한을 다 풀기라도 할 작정이었나 봅니다.

 

 

다시 찾은 채소 가게에는 고구마가 단 2개만 남아 있었어요. 맛 없고 못 생긴 고구마들과 막 섞여 있더군요. 채소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다음 주 월요일에 틀림없이 핑크빛 고구마가 배달 될 것이라고 하셨지요. 한시름 놓은 저는 월요일에 다시 오리라 다짐을 하고 집으로 왔답니다. 오늘이 고구마가 들어오는 날이에요. 사실 저는 박스 채 사고 싶은데 말이에요. 한국에서는 고구마 박스로 사서 먹잖아요. 이렇게 저는 영국에 있는 동안 고구마 집착증이 생겨 버렸습니다. 오늘도 고구마를 오븐에 구워서 맛있게 먹을 생각에 부풀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못 먹었던 군고구마 한동안 많이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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