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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결혼한 나를 혼란에 빠뜨린 유럽 동거녀들

by 영국품절녀 2013. 2. 19.



저는 우리 부모님들 세대처럼 그저 대학 졸업 한 후 취업해서 돈 모아 결혼을 하여 자식 낳고 잘~ 사는 모습이 가장 정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지금 제 모습을 봐도 그렇지요? 20대 후반 유학 중에 한 남자를 만나 연애를 거쳐 결혼을 했습니다. 아직까지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남들이 보기에는 언제나 신혼 부부처럼 알콩달콩 살고 있답니다.

 

그런데 영국에 와서보니, 제가 생각했던 남녀간의 결혼 생활만이 꼭 정답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현재 영국은 작년부터 "동성 결혼의 합법화" 에 대한 이슈가 계속 논쟁 중일 정도로, 주위에서도 쉽게 동성끼리의 결혼 및 이혼 혹은 연애와 동거 등을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특히 젊은 층 중심으로, 결혼보다는 자연스럽게 동거부터 하는 유럽이라서 그런지 동거에 대한 시각도 한국에서 형성된 개념과는 꽤 동떨어져 보입니다.

 

 

제가 한달 전부터 영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문화적 쇼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수업은 동의 혹은 반대(Agree/Disagree)에 대한 토론 표현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두 세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한 주제를 가지고 열띤 논쟁을 펼쳤는데요, 저희 그룹의 주제는 바로 이거였어요.

 

Twenty is a good age to get married. (20살은 결혼하기에 좋은 나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저희 그룹은 한국인인 저를 포함해서 프랑스, 폴란드 30대 초 중반의 여자로만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저를 포함하여 모두 위 주장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어요. 이유는 다음과 같았지요. 20대는 결혼하기에 너무 어리고,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20대에 경험해 봐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여행, 학업, 다양한 활동 등등

 

 

여담으로, 일부 나이가 드신 분들의 생각은 확실히 다르네요. 나이가 약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스페인, 터키 아저씨, 아줌마는 20세에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었어요. 또한 국적 및 지역에 따라서 20세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이에 반해 비슷한 연령대의 홍콩 아줌마는 절대 반대라고 했답니다.

 

 

아무튼 저희 30대 여자들 세 명은 모두 20세 결혼에는 반대를 외쳤다는 것이지요. 영국인 교사도 역시도 20세 결혼은 자신도 반대한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두 명의 유럽 친구들은 적어도 30+ 에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 강하게 "20세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결혼 하지 마란 말이야 ~~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러면서 폴란드 친구는 갑자기 저와 프랑스 친구에게 이렇게 다짜고짜 묻는 거에요.

 

나이가 몇이야남자 친구 있어? 

너 정말 결혼했다고?? 연애는 얼마나 했는데?

동거는 얼마나 했어? 결혼은 언제 했어?

결혼하니까 좋아??

 

 

마지막 질문의 대답만 공개할게요. 

… 결혼하니까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

 

그 때부터 유럽 친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폴란드 친구 - 자신보다 5살 많은 동양 남자 친구와 5년간 동거 중.

프랑스 친구 - 연상 프랑스 남자 친구와 3년간 동거 중.

 

현재 그 둘은 애인과 함께 영국에서 동거를 하고 있고요. 절대 앞으로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같습니다. 그 이유는 결혼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살기 싫다고 하네요. 

  

 폴란드 친구는 결혼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더군요.

난 결혼은 절대 싫어. 사랑해서 같이 살고 싶으면 그냥 살면 되지. 혼인 증서가 뭐가 중요해?? 만약 나에게 혹은 남자친구에게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 결혼을 했다면 이혼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절차에 얽매이기 싫어. 그냥 서로 쿨하게 "Bye" 하고 끝내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폴란드에 돌아가서 이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 주변에서는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것이고, 난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게 될 꺼야. 그건 너무 싫어~~

 

 

 

결혼이라는 것은 단지 혼인 증서의 의미만 있을 뿐,

영원히 함께 사리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저는 한참 동안 그 두명의 여자들로부터 결혼보다는 동거를 찬양하는 말만을 강하게 계속 듣다 보니, '결혼한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인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정신이 혼란해졌습니다. 영국에서도 만난 일부 30대 이상의 한국 미혼녀들을 만나게 되면, 동거에 대한 시각이 꽤 긍정적으로 변해있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아무래도 영국은 남녀 간에 동거 형태가 자연스러우며, 이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부정적이지 않으니까요. 또한 만에 하나라도 둘의 관계가 끝이 났을 때에, 결혼보다는 더 쉽고 간단하게 정리가 될테니까요.

 

 

개인적인 견해로 하나 더~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라 할지라도, 이혼남 혹은 이혼녀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에서는 통계상 이혼남보다는 이혼녀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남자는 대부분 재혼을 금방 한다고 하네요. ㅎㅎ 이에 반해 일부는 파트너라는 말이 싫어서 결혼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하니, 역시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결혼은 노!!!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러나 이처럼 동거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실제로 동거를 하는 것과는 상당히 별개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계속 영국에서 살게 된다면 모르겠지만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동거라는 형태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외국에서 동거한 경험을 숨김없이 예비 신랑 혹은 신부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만에 하나 그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렇지 않게 결혼을 할 수 있는 한국 남녀들이 얼마나 될까요? (저의 경우에도, 만약 예비 신랑이 저에게 동거 사실을 밝혔다면 결혼까지는 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따라서 결혼에 앞서 동거를 선호하는 일부 경제적 독립이 확실한 30대 이상의 유학파 여성들이 결혼을 점점 미루거나, 아니면 아예 혼자 사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점점 결혼을 두려워하고 동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요즘 추세인 것 같습니다. 살다가 서로 맞지 않아 이별하는 경우, 결혼보다는 동거가 부담이 덜 하겠지요. 특히 자녀까지 없다면요.  또한 절대 놓치고 싶지 않는 사랑이 찾아오면 쿨하게 상대방에게 알리고 떠나기도 간단하고요. 그들의 말을 듣다보니, 갑자기 한국에서 본 광고 카피와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나더군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점점 많은 사람들이 동거를 선호하는 이유들이 한편으로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극도록 개인주의적인 사회로 변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데요, 자기 자신의 감정이 너무 중요하다보니,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이제는 저 역시도 "결혼 혹은 동거 중 무엇이 더 낫다" 고는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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