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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유럽 여행이 좋은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4. 3. 4.

현재 저는 파리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8시면 저는 파리행 야간 버스를 탈 것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아니면 적어도 여행책을 들여다 보면서 갈 곳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갑니다. 원래부터 저희 부부는 단순히 교통 수단 및 숙박만 예약을 합니다. 종종 주변 지인들에게 여행 정보를 받기도 합니다만, 그 외 별다른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고 유럽 여행을 하는 편입니다.

 

가끔은 여행이라는 것이 노동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떠나기 전에 숙박, 교통편을 찾고 예약, 가야 할 곳들의 동선을 짜고..  이런 것들을 하다보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준비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유럽이 워낙 멀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몰아치기 여행을 하는 편입니다. 여행 카페나 블로그를 보면, 대부분이 나라 및 도시별로 유명지는 다 돌아봐야 하고, 남들이 좋다라는 곳도 다 가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최근 "힐링 여행"이 대세잖아요, 특히 시간과 비용을 들어서라도 유럽을 찾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저는 과연 진정한 힐링 여행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힐링하려고 떠난 여행 마저도 남들과 경쟁하듯이 전투적으로 임하는 것을 목격하곤 하니까요.

 

 

(출처: Google Image)

 

사실 저희 부부는 공통적으로 힘든 여행을 무척 싫어합니다. 또한 남들이 다 가는 곳에 꼭 가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요. 그저 스스로 보고 싶은 것 보면서 유유자적 쉬다가 오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여행입니다. 작년 프랑스 니스에서도 4일 내내 해변에 누워서 휴가를 즐겼던 아시아인은 오로지 저희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인들은 다들 그렇게 여유롭게 쉬면서 여행을 즐기던데요, 그곳에서 본 동양인들은 니스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샅샅이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는 니스는 볼거리가 너무 없어 심심하고 따분하다 였습니다. 니스는 휴양지 성격이 강해 쉬러 오는 곳인데 말이지요. 

 

 

 

 

유럽 등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전투적으로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유명지를 찍으면서 돌아다닙니다. 여행 카페나 블로그 글들을 보면 마치 얼마나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많은 곳들을 가봤는지를 자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댓글에는 부럽다는 말들이 주루룩 달리기도 합니다. 귀국한 후 나중에 찍어 온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긴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마다 여행 목적과 취향이 다르므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쩌면 제가 영국에서 살고 있으므로 옆 동네 가듯이 편하게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요즘 보기에는 국내 분들이 훨씬 더 자주 긴 일정으로 유럽 지역과 유명지를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다만 저에게는 그런 여행이 무척 힘들고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전에 아는 동생들과 이탈리아를 하루 종일 걸어서 며칠 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다음 여행지인 스페인에서 체력이 떨어져 완전 퍼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꽃누나 편을 보면서도, 주인공 여배우들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동감이 되던지요. 저는 아무리 공짜로 유럽 여행을 시켜준다고 해도 그런 장기간의 힘든 배낭 여행은 절대 못 할 것 같습니다.

 

 

 

파리 여행을 앞둔 몇 시간 전까지도 저는 신랑과 집에서 푹~ 쉬다가... 저녁을 먹고서야 간단하게 짐을 쌓습니다. 고작 2박 3일인지라 특별하게 챙길 것도 없네요. 예전에는 뭐가 그리도 많이 필요한지 이것 저것 다 챙겨 갔었는데요, 이제는 여행도 몇 번 해보니 짐이 가벼운게 최고더라고요. ㅎㅎ 저는 여행을 다녀온 후에 정말 잘 쉬고 왔다라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남들처럼 꼭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부담감이 전혀 없어서 그런지 떠나는 기분 마저도 상쾌하거든요. 남자친구가 신랑이 되어 9년만에 다시 찾는 파리 여행, 무척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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