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나꼼수 다룬 외국 기사의 유익한(?) 영어식 표현, 씁쓸해

by 영국품절녀 2012. 1. 19.
이번 한국 방문 중에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나는 꼼수다"의 열풍이었어요. 오랜만에 대형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 칸에는 나꼼수 주인공들의 책들이 거의 5위 안에 랭킹되어 있더군요. 또한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을 만났더니, 나꼼수에 대해 잘 모르면 대화에 참여하지도 못할 정도로 한국 젊은층은 나꼼수의 열기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답니다.

저는 영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 기사를 접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실제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없다보니, 기사에는 매일 "나꼼수"가 등장해도 큰 관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신랑을 통해 26회인가? 도올 김용옥 회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심한 욕들을 난발하는 바람에 저는 무슨 이런 저질 프로그램이 있는가 싶어서 몇 분 듣다가 꺼 버렸어요. 그래도 신랑은 주의깊게 나꼼수를 들었나 봅니다.

 

                                                 나는 꼼수다 (출처: 구글 이미지)


해외 언론에 실린 나는 꼼수다 관련 기사는 한국의 언론에서도 대부분 인용했을 뿐더러, 지난번 뉴욕 타임즈기사와 비교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대신 오늘은 신나게(?) 나꼼수를 어떤 영어식 표현으로 다루었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출처: 뉴욕 타임즈 ww.nytimes.com)

1. "나는 꼼수다"를 영어로?

나는 꼼수다를 듣게 되면서 이 말을 어떻게 영어로 번역해야 할 지 참 궁금했어요. 그런데 같은 영어라도 미국과 영국은 조금 다르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디어의 취향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New York Times에서는 나는 꼼수다를 “I’m a Petty-Minded Creep"로 번역했습니다. Petty-minded라는 말은 "옹졸한" 혹은 "마음이 넓지 못한"다는 뜻이고, Creep는 "혐오 감을 주는 사람(a detestable person)라는 말입니다. 직역을 하면 "나는 옹졸하고 혐오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네요. 막상 번역해 보니 "나는 꼼수다"의 말과는 의미가 멀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뉴욕 타임즈에서는 이 대통령의 가장 나쁜 별명에서 가져온 것(borrowing a nickname Mr. Lee’s most vociferous critics apply to the president)이라고 부연 설명해서 이해를 도왔습니다.

반면 영국 언론인 Economist는 나는 꼼수다를 "I'm a sneaky trickster"라고 번역했습니다. Sneaky는 "엉큼한" 그리고 trickster는 "사기꾼"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역하면 "나는 엉큼한 사기꾼"이 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위의 뉴욕 타임즈는 그 풍자 대상의 별명을 통해 나는 꼼수다를 번역한 반면, 이코노미스트에서는 "꼼수"라는 말 자체를 직역했습니다. 제가 감히(?) 어느 번역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쪽이든 재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2. 가카~ (각하)

나는 꼼수다에서는 "각하"라고 하지 않고 "가카"라고 합니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신랑말에 의하면 한국전쟁 때만 하더라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군대의 장군에게도 하급자가 각하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는 각하라는 말이 대통령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사용하던 것도 문민정부 들어와서는 대통령님으로 호칭이 바뀌어 각하라는 말이 거의 쓰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에는 "각하(閣下)"를 "특정 고급관료에 대한 호칭"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각하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뉴욕 타임즈에는 "각하"의 호칭을 "HIs Highness"라고 표현했습니다. 보통 영어권 국가에서 대통령을 표기할 때 제일 첫 자인 P를 대문자로 사용하여 President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the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 혹은 South Korean President 정도로 표현합니다. 직접 대면해서 부를 때나 간단히 호칭할 때에는, 남자 대통령일 경우 간단히 Mr. President라고도 합니다. 

원래 Highness의 뜻은 왕실의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붙이는 타이틀 혹은 그들을 부르는 호칭(a title given to a person of royal rank, or used in address them)입니다. 남자일 경우에는 His를 붙이게 되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Your을 붙여 Your Highness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남녀공용). 아직 왕실이 존재하는 영국에서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데, 여왕은 일반적으로 Queen이라고 하지만, 직접 대면에서 부를 때 -  우리말로 하면 "여왕 폐하정도"가 될까요? - 에는 Her Majesty라고 합니다.

그럼 왜 뉴욕 타임즈에서는 각하를 왕실 용어인 HIs Highness라고 번역했을까요? 

저의 소심한 추측으로는 그 방송 자체가 "위대하신 가카께 헌정"한다고 표방하는 것 처럼, 각하를 His Highness라고 번역한 것 자체에도 나꼼수 팀이 보는 대통령, 즉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에 대한 풍자(Satire)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출처: http://www.economist.com/blogs/banyan/2012/01/satire-south-korea)


3. 낙하산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말은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임명자의 힘으로 직위나 직책을 받는 것을 말하는 데요, 영어 표현 역시 그대로 "Parachute appointment" 입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정부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주요 언론에 임명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 (So-called nakhasan (parachute) appointments of government loyalists into major media outlets)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낙하산이란 단어를 그대로 nakhasan이라고 먼저 표현한 것입니다. 이 단어 조만간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도 실리지 않을까요? 


4. 풍자는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기사 중에는 연세대 교수가 나꼼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설명한 것을 보면, 나꼼수가 사람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 준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는 ‘Na-ggom-su’ scratches people’s back where it itches, talking about things they are curious about but can’t find in the mainstream media,” 직역하면, 나꼼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면서도 주류 언론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들을 말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가려웠던 사람들의 등을 긁어 준다." 


마지막으로 쫄지마~~
뉴욕 타임즈
에서는 "Let’s not be intimidated!"라고 했네요.
굳이 직역해 보면 "겁먹지 말자"라고 좀 순화시켜서 번역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꼼수 현상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합니다. 해외 언론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한국의 언론의 자유가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간만에 이코노미스트에 북한도 아니고, 삼성도 아닌 한국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하필이면 그 대상이 나꼼수라니...

나꼼수 해외 기사로 유익한(?) 영어 공부 시간을 마칩니다.
기분은 씁쓸하네요.

 

공감 하트 하나로 응원이 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