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이해서 아니 그 예전부터 여름 휴가 혹은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해외 여행을 생각해 보셨던 분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해외 여행과 국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돈"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돈은 바로 "외화"입니다. 외국에서 한국 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외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화 환전의 기준이 되는 환율이 항상 매일, 그것도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국가가 환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에 – 물론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미세조정)이라고 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급등과 급락을 막기는 합니다 – 한국 돈, 즉 한화의 외화에 대한 환율이 국내외 시장 및 정치상황에 따라서 변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여행 가실 분들에게 환전의 타이밍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유학시절 1년에 한 두 번씩 학비를 내야 했기 때문에 이 때만 되면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태껏 환율로 덕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그 때에 저는 학비를 내야 했었는데요, 환율이 하루만에 치솟아서 무척 억울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품절녀님과 함께 여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느 정도 목돈을 모아 프랑스 여행을 떠났습니다만, 그 때는 영국 파운드가 유로에 비해 지나치게 약해져 아쉬웠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땐 거의 1파운드가 1유로였습니다. 한 때는 3파운드가 4유로이상 하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요.
제가 박사과정 재학 중 한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참여나 글의 기고를 통해 수입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매일 밤마다 인터넷 환율 실시간 정보를 띄워놓고 나름대로 추세도 분석해 보고 관련 뉴스를 찾아 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이쪽으로 재능도 없고 공부 자체도 안되어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단 한 번도 환전하는데 환율 덕을 본 적이 없었네요. 사실 어차피 큰 돈이 아니라 그렇게 설레발을 칠 필요조차 없었는데 말이지요.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품절녀님의 눈총 뿐이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환율 덕분에 좀 여유(?) 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품절녀님은 작년 한국에 귀국하기 전날까지 직장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급여는 당연히 영국 파운드화로 받았지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영국에서 사용하던 현금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니 그 동안 급여가 꽤 차곡차곡 쌓여 왔는데도 말이지요. 더군다나 작년 귀국한 이래로 한화 대비 영국 파운드화의 약세가 이어지더니, 금년 4월 중에는 1600원까지 떨어졌으니까요.
어차피 저희는 이번 영국 여행에서 품절녀님 통장의 파운드화를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저희가 영국으로 출국하려고 할 때 파운드화가 한화대비 강세를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원래 저희는 그 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그 돈의 일부를 한국으로 보내려고 생각했었는데, 파운드가 강세이다 보니 생각보다 더 보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파운드 강세가 마냥 반갑지는 않을 겁니다. 영국 유학생들은 상당한 부담이 있을 테니까요. 또한 4월에 1600원선이라 올 여름 영국 여행을 위해 항공 및 숙소 예약을 해 놓으신 분들도 속이 쓰릴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환율로 인한 속쓰림을 많이 경험했던 저희가 드디어 올 여름에는 파운드 강세로 파리 여행에 크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위에 보이시나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1유로는 거의 1파운드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1파운드가 1.4유로였습니다. 영국에서 파운드를 유로로 환전하니 생각보다 훨씬 큰 금액이 손에 쥐어졌습니다. 영국에서 사용하던 카드를 통해 파리에서 인출을 했더니 이 또한 환율 덕을 크게 봤습니다.
사실 저희가 럭셔리한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행비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에 머물 때에는 지인들이 숙박을 제공해 주었지요. 이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정작 영국에서는 지출할 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지출은 교통비와 숙박비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니까요. 4일을 지냈던 파리에서도 저녁 한끼만 레스토랑에서 외식할 정도였습니다. 쇼핑은 거의 못했고요. 차라리 2년 전의 프랑스 니스 여행 때가 더 잘 먹고 다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환율 때문에 적잖이 신경 쓰였던 기억은 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환율 덕에 여행 중 마음의 여유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환전할 때마다 재미를 못 봤던 저희였지만, 결국 저희도 환율 덕을 적게나마 보게 되었네요. 참고 견디다 보니 이런 날도 있는 모양입니다. 승승장구하는 영국 파운드는 언제나 떨어질까 궁금합니다. 환율의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네요.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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