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카페 노트북 금지, 한국 스타벅스 탱크 팔고
브리스톨 언니(영국품절녀) · 2026.05.26

→ 영국인이 생각하는 커피 한 잔당 자릿세 (2014)
그때 BBC는 "커피 한 잔 = 1시간 자릿세"라고 했고, 런던에서는 분당 3p를 받는 카페까지 등장했습니다. 12년이 지난 2026년, 영국 카페들은 아예 노트북을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전혀 다른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요.
12년 전 그 글, 지금 현실이 됐다
2014년에 저는 BBC 기사를 인용하면서 "영국인들은 커피 한 잔에 1시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썼습니다. 그때만 해도 약간 신기한 해외 토픽 정도로 소개했었는데, 지금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그 글이 예언이 된 셈이에요.
2026년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독립 카페들이 잇달아 노트북 사용 금지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런던 Pophams는 세 지점 전체에서, 레딩의 Black Sheep Coffee는 주말 내내, 그리고 놀랍게도 제가 살았던 캔터베리의 카페 Fringe and Ginge까지 노트북 금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12년 전에는 "자릿세를 받자"는 아이디어였다면, 2026년에는 "아예 오지 마세요"가 된 거예요.
그런데 솔직히, 나는 그 카공족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고백부터 해야 합니다.
2014년에 자릿세 글을 쓰면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 역시도 영국에 처음 온 해에 집에 인터넷도 안 되고, 너무 추운 나머지 거의 약 세 달 동안을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두 잔만 시키고, 약 5~6시간 정도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어요."
네, 저요. BBC가 "와이파이 쓰려면 도서관에 가라"고 했던 바로 그 유형의 손님이 저였습니다.
2005년 브리스톨에서 처음 영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2010년 캔터베리에 정착했을 때도 제가 제일 먼저 찾은 건 스타벅스였어요. 커피 맛 때문이 아닙니다. 솔직히 영국 스타벅스 커피 맛은 그냥 그래요. 무료 와이파이가 확실하고, 공간이 넓어서 눈치를 안 봐도 됐으니까요.

캔터베리에는 스타벅스가 두 곳 있었는데, 제가 좋아했던 곳은 대성당 바로 옆 지점이었습니다. 인사동이나 경주 스타벅스처럼 그 동네 분위기에 맞춘 갈색 목재 간판에 금색 글씨, 돌바닥 거리에 초록 파라솔. 여행객과 중년층이 많아서 분위기가 느긋했고, 카공족도 간간이 보였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 지점은 지금 문을 닫았습니다.
겨울에는 난방비가 무서워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고,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 뒤에도 주말이나 연휴에는 문을 닫으니, 결국 스타벅스행. 난방비 아끼기 위한 카공이라니, 당시에는 꽤 진지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그리고 카공족의 아이러니
그 스타벅스가 지금 한국에서 완전히 다른 이유로 논란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프로모션이라니. 대표 해임, 사과, 불매운동, 기프티콘 환불 요청까지. 이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썼으니 여기서는 다른 각도로 보려고 합니다.
제가 눈길이 갔던 건, 카카오톡 선물 순위에서 스타벅스 기프티콘은 여전히 상위권이라는 기사와 "양심상 못 가겠다"는 기사가 동시에 뜨는 풍경이었어요. 한쪽에서는 사고, 한쪽에서는 버리고. 이게 카공 논쟁이랑 묘하게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욕하면서도, 갈 곳이 없으면 결국 카페로 향하는 우리들.
👉이전 글 --->이미 흔들리고 있던 스타벅스, 나도 컵을 깨야 하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결혼 전, 아이가 없던 시절.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뭔가 하고 있으면 옆 테이블에서 아기가 울기 시작합니다.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고, 의자에서 내려와 뛰어다닙니다. 그때의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왜 카페에 아기를 데리고 와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거지?"
솔직히 그 엄마들이 이기적이라고까지 느꼈습니다.
영국에서의 기억을 보태자면, 영국 엄마들은 카페에 아이와 와도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스타벅스에 아기를 데리고 오는 영국 엄마는 거의 본 적이 없었고요. 제가 느낀 영국 스타벅스는 해외 여행객들과 10~30대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습니다. 반면 한국 스타벅스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오는 곳이죠.
어쨌든, 아이를 낳고 나니 모든 게 뒤집어졌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유모차가 들어가고, 잠깐이라도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숨 돌릴 수 있는 곳. 그게 카페였어요. 그런데 아기를 달래며 카페 한쪽에 앉아 있으면, 이번에는 노트북 펴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왜 도서관 안 가고 여기서 자리 차지해? 눈치 보이잖아."
정확히 반대편의 불만을 갖게 된 겁니다.
아기가 생기니 노트북 펴고 공부하는 사람이 문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내로남불이었던 나....
돌아보면, 문제는 카페도 아기도 카공족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불편한 쪽이 항상 "잘못된 쪽"이 되는, 그 마음의 습관이 문제였던 거죠.
카페에서 노트북 쓰는 사람을 내쫓는 영국 카페 주인도, 스타벅스를 욕하면서 기프티콘은 선물하는 한국 사람도, 카페에서 아기 우는 소리에 짜증 내다가 결국 내 아기를 데리고 카페에 간 저도. 다 같은 구조 안에 있었습니다. (제 자신의 태도가 참 경악스럽네요😖)
12년 전에 "커피 한 잔에 1시간이 적당하다"는 글을 쓰면서, 정작 본인은 커피 두 잔에 5시간을 앉아 있었던 사람이 뭘 말할 수 있겠습니까.
카공이 맞는지, 도서관이 나은지,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어느 쪽에 서 있을 때, 반대쪽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브리스톨에서 시작해 캔터베리까지, 스타벅스를 거점 삼아 버텨온 저도 아직 연습 중입니다.
— ☕ —
📎 시리즈 글: 영국 노트북 금지 카페 트렌드와 카공 효율성 연구가 더 궁금하시다면 →
👉 영국 카공(노트북 금지, 커피값,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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