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무비자로 유럽여행 할 수 있는 한국인이라 감사

by 영국품절녀 2013. 7. 6.

 

한국인들은 유럽을 - EU 멤버이거나 그에 준하는 유럽 국가들 -  비자 없이도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습니다. 제가 석사할 당시만 해도 때때로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일부 시골 공항 직원들이 출국 시 한국인들에게 비자 필요여부를 체크할테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도 했답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아일랜드로 여행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올 때, 항공사 직원이 비자 여부를 위해 저희 여권을 체크하느라 수속이 약간 지체되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이런 일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Source)

 

이처럼 우리 한국인들은 유럽 여행이 상당히 자유롭지만, 반면에 중국인들은 유럽 여행이 꽤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들은 스위스나 일부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를 여행할 때에 무조건 비자를 받아야 하거든요. 저는 중국인들이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비자 발급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출입국 도장이 찍혀 있는 저의 구여권입니다.

 

작년에 알게 된 중국인 친구가 있어요. 그녀는 중국 명문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현재는 중국 공무원입니다. 작년에 영국 대학에 연구원 신분으로 왔어요. 한국처럼 공무원 국비 유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으로 해외에 나온 그녀는 유럽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지요.

 

그녀는 유럽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우리가 너무 부럽다고 했습니다. 가끔씩은 짜증 섞인 말투로 어떤 한국인 친구에게는 만날 때마다 했던 말이~ "너는 맨날 여행만 하니??" 였어요. 중국인인 그녀가 이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가 있긴 합니다.

 

그녀가 한달 전 쯤에 브뤼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가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벨기에 비자를 꽤 일찍 신청했다고 합니다. 난처하게도 콘퍼런스 날짜는 다음 주로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자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던 거에요. 그녀는 저희들에게 매일 비자 문제로 푸념을 했습니다.

"나 어쩌면 브뤼셀에 못 갈지도 몰라. 이미 유로스타 티켓은 사놓았는데......

비자 신청 트랙을 확인해 봤는데, 여전히 대기 중이야.

컨퍼런스 날짜는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어쩌지??? "

 

다행히 브뤼셀 가기 약 이틀 전에야 비로소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사실 올 여름에 그녀는 엄마와 함께 프랑스 여행을 하려고 했었는데요, 영국 비자 문제가 꼬여서 중국에 계신 엄마가 영국에 오실 수 없게 되면서 여행 계획은 자연히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지요. 이런 좋지 않은 경험들을 겪은 그녀는 아예 유럽 여행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나 봅니다. 그러니 우리가 부럽기도 하면서 화도 나는 거겠지요.

 

한국에서 받아 온 영국 학생 동반자 비자

 

얼마 전에 중국인 친구가 비자 문제로 또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말았지요. 친하게 지내던 오스트리아 친구가 귀국을 한다고 해서 작별 파티를 했습니다. 마지막 만남이라서 우리들은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우리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나중에 또 다시 영국에서 볼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이에 오스트리아 친구 曰

차라리 너희들이 비엔나로 오는 것은 어때?

우리 같이 스키타러 가자!!

(그 애 삼촌이 비엔나에 호텔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현실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운 마음에 우리들은 가볍게 아무 말이나 막 던졌습니다. ㅎㅎ

갑자기 중국인 친구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 영국은 절대 안돼. 영국 비자는 중국인이 받기에 쉽지 않아. 차라리 오스트리아가 낫겠어. 물론 나에게 가장 좋은 곳은.....오스트리아, 중국, 한국의 중간 쯤인 중국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

 

영국에서 받은 학생 동반자 비자 (카드 형식으로 나와요.)

 

사실 저는 무비자 유럽 여행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원래 자신의 노력 없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중국인 친구가 겪은 유럽 여행 비자 문제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무척 감사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비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여권 없이도" 해외 여행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누구인지 아시나요??

 

한국처럼 일부 국가 출신들은 비자가 없어도 해외 여행이 가능하지만, 여권 없이는 해외 여행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종종 공항에 여권을 가지고 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을 경험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제 BBC 기사 에서는 여권없이도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알려줬습니다.

 

 

 

Q. Who, what, why: When can you legally travel without a passport?

 

(source)

 

The Answer :

- 국경을 넘어 온 피난자, 망명자들 (Refugees - 신분증이 있거나 없어도 무방)
- 매년 미국이 허용하는 60,000명의 망명자들 (The US issues 60,000 I-94 documents)
- 여권 분실로 인해 영사관에서 발급한 확인증을 소지한 자들
- (EU 중 일부 국가) 신분증(National ID cards) 소지자들
- 영국 여왕 (The British Queen)  

 

이미 영국 대학은 학기가 끝났고, 초중고등학교들도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요.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해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텐데요, 비자 없이도 해외 여행을 편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편하고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참, 올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 한해서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홍콩 등 일부 공항 경유 시 72시간 무비자로 관광 및 비즈니스 등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해외 여행이 참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보다는 이미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