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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보이스 피싱 대응하는 시어머니의 유쾌한 자세

by 영국품절녀 2012. 1. 10.


보이스 피싱은 갈수록 그 수법이 교묘해지고 악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뉴스나 신문 기사를 통해 신종 보이스 피싱에 대한 범죄 수법을 알고 이에 대처하고 있지요. 제가 한국에 있을 당시에도 보이스 피싱의 피해가 사회적으로 있었지만, 제가 영국에 있는 2년 동안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변한 보이스 피싱에 새삼 놀랐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이번 한국 방문 때 저는 신랑 명의로 된 핸드폰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두 달 있는 동안 인터넷 사이트 몇 곳을 가입하면서, 핸드폰 번호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영국 오기 바로 전에 어떤 전화 한 통을 받았지요. 
내용 요약: 인천 지방 검찰청에서 온 전화로, 제 이름으로 된 ** 은행, ** 은행의 계좌와 주민등록증 번호가 9월에 체포된 두 명의 범인들에게서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의 이름, 주민등록증 번호, 주소까지 정확하게 대는 겁니다. (원래 국가 기관에서 전화가 오면, 개인 신상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당시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그러면서 이것 저것을 묻더군요. 범인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아는 사이냐, 혹시 주민등록증이나 통장을 잃어버린적이 있냐, 온라인 사이트를 자주 사용하냐 등등이요. 그러면서 제가 그 범인들과 연루되었다는 거에요.

옆에 같이 있던 제 친구는 그거 보이스 피싱 아니냐고 그냥 끊어버리라고 했지만, 전 당시 너무 당황해서 그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검찰청에 직접 오거나, 개인정보 도용 신고를 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그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자기들이 직접 그 곳으로 연결시켜준다는 거에요. (그 때 뭔가 수상하다는 낌새를 느꼈지요.)

그 사람이 그 번호로 돌려주는 순간, 제가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그랬더니 바로 다시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를 왜 끊냐면서 다시 연결을 시켜주는데, 어떤 여자가 받더라고요.그 여자는 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하는데, 제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지 그냥 끊더군요. (아마도 중국인 듯 했어요. 여자 발음이 어색했거든요.)

다시 전화는 계속 걸려왔고, 제 친구의 핸드폰으로 112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더니 요즘 신종 보이스 피싱이라고 하면서 그냥 받지 말라고만 하네요. 그러면서 이제는 개인 정보 유출이 워낙 많이 되어서 신상을 다 알고 전화를 건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속지 말고, 그런 전화는 그냥 끊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보이스 피싱에 완전 속을 뻔 하셨어요. 다행히 그 당시 시골에 계셨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인 듯 싶습니다. 가끔씩 그 때의 사건에 대해 말씀하시는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그 일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그 때 당시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으셨대요.
그 때 저희 시어머니의 반응에 저는 빵~터지고 말았답니다.

시어머니: 어머나, 전에 전화하셨던 분 아니세요?  무슨 일로 또 전화하셨나요?

이렇게 웃으면서 말을 하니깐, 상대방이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답니다.
속이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저희 시어머니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라서 끊은 거겠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마지막으로 저희 아빠가 겪은 보이스 피싱입니다. (참고로 동생의 주소지가 변경)
주소지가 변경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저희 아빠 핸드폰으로 어떤 남자가 전화를 했어요. 현재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는 겁니다. 수화기 속으로 "아빠 살려줘" 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그 남자는 아파트 몇 동 (제 동생이 얼마 전에 바꾼 주소지) 앞 쓰레기통 아래에 돈을 두라고 했다는 군요.

저희 아빠는 얼마를 보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고, 확인 좀 해 봐야 겠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고 해요. 그리고 제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때 마침 동생이 회의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해요. 다행히 몇 분 지나지 않아 동생과 연락이 되어 안심할 수 있었대요.

그런데, 저희 아빠가 너무도 침착하게 "확인 좀 해야 겠다, 나중에 전화하라"고 한 것에 아마도 그 남자는 '이 사람이 안 속았구나'라고 짐작했는지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해요. 

심심치 않게 터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요, 저의 경우 제 남편 핸드폰으로 소셜 커머스 및 블로그 관련 사이트 가입 및 인증을 했는데, 저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또한 동사무소의 개인 정보까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요즘 동사무소, 은행 등에서도 개인 정보를 돈 주고 판다는 그런 말까지 나돌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이제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내 정보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다 알고, 악이용 하고 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립니다.
점점 구체적이고 치밀해지는 보이스 피싱, 속지 않은 길 만이 살 길 이라고 하니,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