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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북한 전쟁 도발에 따른 영국인들의 격한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3. 3. 1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이번 주 주말은 조금 쉬었습니다. 지난 주 영국은 날씨가 꽤 따뜻했는데, 주말이 되면서 갑자기 다시 추워졌네요. 한국도 그렇다고 하던데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영국인들이 보는 북한 문제" 입니다.

제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를 종종 접하기는 하지만 현장감이 없는 것도 있고, 요즘 제가 무척 바빴던 관계로 신경을 거의 못 쓰고 있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영국 언론의 기사와 영국인들의 댓글을 보면 생각보다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저녁, 저는 집 근처에서 하는 글로벌 카페라는 모임을 갑니다. 지역 기독교 청년들이 주최로 하는 모임인데, 매주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국 학생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친교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랍니다. 저는 이 곳 캔터베리 생활 3년 동안 친구도 사귈 겸 해서 자주 들른답니다. 지난 토요일 이벤트의 주제는 "영국 어머니의 날" 이어서 이에 관해 이야기도 듣고 각 나라의 어머니의 날에 관해 대화를 나누곤 했지요.

 

간단한 이벤트를 마치면 보통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이 곳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영국인 할아버지가 저에게 최근 북한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고 대뜸 묻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번 북한 문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기도 했는데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잘 모르겠는데요. 요즘 바빠서 뉴스를 챙겨 보지 못했어요" 정도로만 이야기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교회를 가니 교회 분들도 북한 도발에 관해 묻는 것입니다. 저는 그제서야 '아~ 영국 사람들은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구나' 라고 느껴서 BBC 뉴스를 찾아 보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이 뉴스에 대한 댓글이 무려 500개가 넘더군요. 그 중에서 흥미로운 것 몇 개를 추려 보았습니다. 다만 "핵 개발보다 북한 주민의 생활에 더 신경써라" 와 같은 뻔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출처: BBC.CO.UK)

 

우선 추천수가 가장 많은 댓글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야. 그런데 북한과 이란의 다른 점은 핵무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그들의 적들을 지구상에서 쓸어 버리겠다고 말한다는 거야.

 

이 글은 재미는 딱히 없지만, 사건의 본질을 잘 요약한 것 같네요. 핵무기를 소유한 국가 – 특히 미국과 러시아 - 들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대내외적으로는 그것을 특정한 적들을 향해 사용하겠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즉 상대국가의 공격에 대한 억제의 수단으로서 이용된 것이죠. 이에 반해 북한과 이란은 핵무기를 적대국가에 대한 위협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네요.

 


그 다음에 다섯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로서 짧고 굵습니다.

Nutters

본래 "Nutter" 라는 말 자체는 "땅콩을 줍는 사람" 이라는 뜻이긴 합니다. 그런데 영국 영어의 슬랭으로 "겁도 없이 정신 나간 놈" 이라는 뜻도 됩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기한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Mad, dangerous ..으로 표현했더군요.


 

마지막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은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를 한 글도 있네요.

우리들 모두 웬만하면 충분히 발전한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남쪽과 같은 가치 – 아마 전통 문화를 말하는 듯 - 와 문자를 공유한 북한도 세계 경제에 공헌할 수도 있었겠지, 세계를 위협하는 것 대신에 말이야. (그런데) 북한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기 보다는 권력에만 굶주려 있어...

 

이 글이 흥미 있게 읽혀진 이유는, 요즘도 처음 만나는 영국인들과 국적을 얘기하다 보면, South냐 North에서 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라고 대꾸합니다. 그러면 영국 사람들 백이면 백 웃으면서 어디 출신인지 알겠다고 하지요. 미국에 사는 제 동생 말로는 오히려 미국 시골 사람들은 한국과 북한을 잘 구별 못한다고 하더군요. 이에 비하면 이제까지 제가 만났던 영국 사람들은 한국과 북한의 차이점을 제대로 아는 것 같습니다.

 

어제 한국 집에 전화 드렸더니, 아버지께서는 "이 곳은 담담하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어느 것이 맞는 반응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했어요. 영국인을 비롯한 해외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도발에 담담해진 한국인이 비정상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네요. 어쩐지 저는 한국인들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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