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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세계 속 한국 음식 비빔밥에 대한 영국인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3. 5. 24.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네요. 요즘 제가 좀 바쁜 관계로 품절녀님의 압박에도 글을 안 쓰고 버티다가, 오늘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드네요. ㅎㅎ 요즘 품절녀님도 일이 많아서 힘들거든요.

 

오늘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한국 CJ가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Tesco)에 의해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를 보니 한국식 만두와 불고기 소스 등이 인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음식이 널리 알려진다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이 회사의 브랜드 이름(bibigo)을 보면서 조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인 누가 보더라도 어떤 말에서 나왔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바로 한국어 "비비다"입니다.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비비고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빔밥이 대표적인 음식 메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회사 블로그의 글을 보니, "돌솥 비빔밥"이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로 뽑혔다고 합니다.

 

 

사진 속 돌솥 비빔밥은 비비고가 아닌 런던의 한국 음식점 김치(Kimchee)에서 찍은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비비고를 가 본적은 없습니다.

 

사실 외국인들이 "한국음식 뭐가 유명해?" 라고 물을 때마다 저도 그 동안은 별 생각 없이 "비빔밥" 혹은 "불고기" 정도로 대답했었습니다. 비빔밥은 특히 국내 항공사들이 기내식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비빔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무심코 대답해 왔던 것이지요.

 

영국에서 살면서 영국인을 포함해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집에 초대해서 다양한 한국음식을 같이 먹어 보았습니다만, 영국인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비빔밥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더군요. 제 절친 영국인 친구 중에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북쪽지역에서 열렸던 학회를 마치고 오는 길에 런던에 들러 한국 음식점에서 육회까지 먹었다고 자랑하는 친구입니다. 제가 본 영국인 중에 굉장히 드문 축에 속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도 비빔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 친구는 한정식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상다리 휘어지게 나오는 반찬을 보기만 해도 즐겁기만 하답니다.

 

물론 비빔밥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일본인과 중국인들"입니다. 특히 일본 친구들은 나물이 들어간 돌솥 비빔밥에 열광을 하더군요. 그들 역시 쌀밥을 먹는 문화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비빔밥에 큰 저항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비빔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닙니다. 열무김치와 비벼먹는 비빔밥은 저도 잘 먹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비빔밥은 그렇게 매력적인 음식이 아닙니다. 일단은 모든 음식을 한 곳에서 넣어 고추장에 비비는 것 자체가 저는 싫습니다. 비빔밥의 재료가 되는 여러 나물, 야채, 고기 등은 그 나름대로 고유의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강한 소스인 고추장에 넣는 것 자체가 각각의 고유의 맛뿐만 아니라 밥맛까지도 고추장 맛으로 통일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비비고 난 다음에 막 섞인 모습을 봐도 딱히 예뻐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분명 비빔밥을 선호하는 개인차는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영국, 유럽인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이 즐겼던 요리는 대부분 갈비 혹은 불고기와 같은 고기류나 삼계탕, 감자탕, 찜닭 같은 스튜요리였습니다. 비빔밥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영국인에 비해 한국 요리에 익숙한 도시의 미국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영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비빔밥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남자들은 고기류, 여자들은 잡채와 같은 요리에 더 관심을 갖더군요.

 

일본 음식의 성공 비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예전에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요인 중에 일본 음식은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며, 음식의 이름부터 조리법까지 매뉴얼화해서 어느 음식점이든 적정 수준이상의 맛을 내도록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일본 음식점 분위기 자체가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하지요. 한식의 세계화에 굳이 일본의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인위적으로 음식 맛을 똑같도록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비싼 인테리어 비용을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런데 음식이 예쁘고 먹음직하게 나오는 것 정도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굳이 비빔밥을 한국 대표음식으로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작년 런던 템즈 축제 때, 위의 한국 회사에서 비빔밥 프로모션을 했었습니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영국인들에게 비빔밥은 아직은 낯선 음식인 것 같습니다. 찰진 쌀밥에 매운 소스를 넣어 여러 야채와 함께 뭉개지도록 비빈 음식이 한국을 대표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의아합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빔밥에 맛이 없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비비고 난 모습이 예쁘지 않다고 비빔밥이 한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아니지요. 영국의 한국 음식점에서 비빔밥을 팔지 말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올씨다~" 입니다. .

 

저는 다만 왜 한식을 대표하는 요리로 "비빔밥"이 선택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한국 요리 초기 런칭을 국수류나 고기류로 밀고 나갔으면 오히려 영국인들에게 더 어필을 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일본 여자와 결혼한 제 영국 친구는 고기 요리 중에서는 코리안 바비큐가 제일 맛있다고까지 하더군요. 특히 야채와 같이 먹는 방식은 영양소 균형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반찬으로 먹는 잡채를 이들이 한끼의 식사처럼 먹는 것을 보면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출처: CJ LIFE)

차라리 호떡, 붕어빵이 디저트로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글을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의 외국인 친구들 중에서는 비빔밥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글의 요지는 "서양인들에게는 비빔밥보다는 다른 한국 고기류의 요리가 더 어필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즉 무조건 한국 대표 음식으로 비빔밥을 중심으로 밀고 나가지는 말자입니다. 저는 한국 고유의 입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잡는다는 것 자체에는 찬성합니다, 다만 각 나라 사람들이 어떤 음식 기호와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금 더 체계적인 접근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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