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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아빠는 은행이라는 영국 할아버지의 말, 공감

by 영국품절녀 2013. 6. 10.


제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제가 언어 교환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시는 영국인 할머니와 일주일에 한 두번씩 만나서 한국어를 조금씩 알려 드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들을 볼 때마다 노후를 편안하게 즐기면서 사시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그 분들의 일상 생활을 간략하게 말씀드려보면요,

음악회, 영화, 독서 클럽 모임, 티 모임, 골프, 여행 등으로 스케줄이 짜여 있어요. 최근에는 여행사를 통해 5박 6일동안 유럽 세 곳을 크루즈로 다녀오기도 하셨습니다. 다음 주는 할머니의 일정이 워낙 많아서 금요일에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한 두달 후에 또 유럽으로 친구들을 만나서 가신다고 하네요.

얼마 전에는 집에 방문했더니 할머니께서 2014년 달력이 포함된 여행 지도를 펼치고 계시는 거에요. 알고 보니 올해 여행 계획은 이미 다 예약을 마친 상태라 내년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고 하시네요. 이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는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자녀 양육비 과다 부담으로 인해 노후 자금을 비축할 여력이 없다는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부모들에게는 "과연 자녀 양육이냐? 아니면 노후 자금이냐?" 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노후 자금보다는 당연히 자녀 양육이 먼저입니다. 이전 부모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젊은 부부들 중에는 자녀보다는 부부가 먼저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조금씩 늘어난다고는 하지만요.

 

영국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면 사립 학교 및 대학 학비는 물론 자식의 결혼 비용도 대 주고, 집도 사주는 등등 한국 부모들 그 이상의 비용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보통 평범한 가정의 부모들은 빚을 지거나 무리해서까지 자식들에게 돈을 대는 비율은 크게 낮은 것 같습니다.

 

 

베컴과 빅토리아 정도면 자식들에게 돈을 펑펑 써도 상관없지요. ㅎㅎ

비싼 사립 학교, 잦은 럭셔리 해외 여행 등등

(출처: Google Image)

 

지난 주에는 신랑과 함께 영국인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맛있는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를 하는데 (역시 북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아요), 갑자기 할아버지가 이런 질문을 하시네요.

 

너희들은 학비, 생활비 등의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니?

 

신랑은 "석사 때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현재는 저희가 벌어서 살고 있다" 고 했어요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역시~~ 아빠는 은행이야~~

가족들은 모두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하지만 난 상관없어... 괜찮아...^^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보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자금 지원을 꽤 하셨던 것 같습니다.  국적을 떠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결혼한 자식에게도 계속 경제적 지원을 하시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요, 대학 입학부터 바로 자급자족 하라고 독립심을 강하게 부여하는 부모들도 있지요. 개인적으로 부모들이 노후 생활에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자식에게 돈을 얼마나 쓰느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겠지요.

 

 

아마존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을 인용해서 만든 문구인데요,

"어린 자녀들에게 돈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입니다.

「 The First National Bank of Dad:

The Best Way to Teach Kids About Money 」

 

제가 아는 유럽 출신의 아줌마는 시부모님으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면서 아주 속상해 했다는데요, 갑자기 시댁에서 아들(의사 남편)에게 지금까지 들어간 교육비(의대) 등을 일시불로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려 5만 파운드 이상(약 1억)을 말이에요. 무서운 은행이네요. ㅎㅎ

 

동서양의 문화가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어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덜하고 더하고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요. 위의 문구에서 보듯이, 자녀들에게 있어 아빠는 언제든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돈을 줄 수 있다는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은행으로 여기도록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된 입장에서 자녀의 교육비 명목으로 쓴 비용을 나중에 일시불로 다 갚으라고 통보하는 부모님도 자식된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네요.

 

 

Bank of Mum and Dad 는 BBC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성인 자녀들의 재무 관리 조언(채무)에 관한 것입니다.

 

이제는 영국과 한국은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요즘 어린 자녀들에게는 아빠뿐 아니라 엄마라는 은행 하나가 더 생긴 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가 영국에 와서 직접 생활비를 벌면서 살다보니, 아빠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점점 더해갑니다. 아빠가 주시는 돈은 별 생각없이 편안하고 쉽게 썼는데, 제가 직접 돈을 벌어보니 정말 돈 한 푼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절하게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에 비해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풍족하게 받고 사는 우리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이 앞으로 그들의 삶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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