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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역사 교과서의 역할조차 모르는 한국의 현실

by 영국품절녀 2013. 10. 1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최근 인터넷 기사를 보니, 한국에서 역사 교과서의 정치적 성향 문제로 말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마침 어제 국사편찬위원장의 청문회가 있었는데 이 소식이 뉴스 정치면에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역사교과서 문제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가 봅니다. 2008년에도 한 차례 이 문제가 "정치 - 사회적 이슈" 였는데요, 그 때는 한 역사 교과서의 정치적 좌편향성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우편향성이 논의의 초점이 된 듯 합니다. 역사와 정치를 전공해서 그런지 이 문제를 상당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긴 합니다.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이자 국제정치 이론가였던 E. H. Carr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한마디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만, 다음의 몇 가지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역사는 그 성격상 현재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역사 서술에는 역사가의 주관이 들어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조금 더 쉽게 말한다면, 역사 서술이란 과거의 사건(fact)의 이해를 위해, 사건 당시 및 현재의 다양한 1,2차 사료(史料)를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해석을 내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해석 과정에서 역사가의 역사관은 사건 및 사료의 경중(輕重)을 판단하고 취사선택을 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서 역사 서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치적 편향성 문제도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저는 현재 논의의 초점이 되는 교과서를 꼼꼼히 읽지 못하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판단은 일단 유보하려 봅니다. 더군다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분과는 일면식이 있는 사이라 글을 쓰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울러 현재 한국의 역사 교과서 논쟁에는 다양한 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에 한 마디로 간단하게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요. 다만 제가 이 문제를 지켜본 소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 역사교과서는 일단 사실 자체가 큰 바탕이 되어서 서술해야 합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재 검정을 받기 위한 교과서에 사실을 부정확하게 표기한 부분이 꽤 많으며, 어떤 교과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첨부자료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단 교과서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교과서로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역사 교과서로서의 역할" 입니다.

역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그 사람의 인생의 마지막 역사책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에 형성된 역사관이 어쩌면 평생을 이어갈 수도 있겠지요. 이번 문제에 논란거리 중 하나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 강제 이식된 근대적 요소가 결국은 광복 후 대한민국의 근대화의 근간이 되었다는 논의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으로서 "자본주의 맹아론"이 있는데, 주요 내용은 강제 병합 이전 조선에는 이미 근대적인 요인이 싹을 트고 있었다라는 의견입니다. 제가 이쪽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의견이 옳다고는 쉽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양쪽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일단 상반된 의견의 근거가 되는 사실들을 그대로 교과서에 기술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식민지시대에 농업 생산량이 이전 조선시대에 비해 증가했고, 식민지였던 조선에 상업과 공업이 발전한 것을 그대로 설명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식민지 시대에 강제로 이식되었던 일본의 근대적 요소가 대한민국 건국후의 근대화에 과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에 대해서는 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실제로 식민지 시절 조선의 경제는 전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팽창을 지탱하기 위해 설계된 예속된 구조 속에 있었습니다. 대륙 진출의 전진 기지로서의 북한에는 해방 당시까지 공업 시설이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남한지역에는 공업적 기반이 전혀 없는 농업 생산기지였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근대화는 식민지의 유산이라기 보다는, 1960-70년대에 피땀 흘려 수고한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역사관이 역사 교과서에 실려야 할 내용이 아닐까요?


 

동물농장의 저자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현재의 역사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의 우리들의 역사관까지 결정짓는다는 의미이겠지요. 자랑스러운 한국사만을 강조하는 역사 교과서는 분명 지양되어야 합니다. 냉철하게 비판해야 할 부분은 그대로 비판해야 합니다. 또한 세계사적 혹은 동북아시아사 속에서의 한국사로 조명할 필요도 있겠지요. 제가 존경하는 한 역사학자와의 만남에서 들었던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해보려 합니다.


"제대로된 역사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또다시 강압적인 식민지 체제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로 하여금 독립 운동을 하게끔 가르쳐야 하나요? 아니면 그 체제에 순응하게끔 가르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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