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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열받은 영국 훌리건에게 봉변당할 뻔한 한국인

by 영국품절녀 2012. 8. 6.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까지 응원가서 한국 축구의 올림픽 4강 진출을 현장에서 지켜본 제 친구의 사연입니다. 그 친구는 예선전을 모두 경기장에서 직접 봤을 뿐 아니라, 한국의 조 2위 진출까지 미리 예견한듯 8강전 티켓까지 일찌감치 사두었답니다. ~ 부러워라. 어제 그 친구와 30분 가량 통화를 하면서 들었던 올림픽 축구, 한국 대 영국의 8강전에 대한 생생 후기입니다.

 (참고로 아래의 글은 그 친구에게 직접 감수받았음을 밝힙니다).

 

그 친구가 말하는 현장 분위기는 제가 BBC 화면으로 지켜보았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제가 사는 영국 시골의 경기 당일 펍 상황 (올림픽 축구에 관심조차 없는 영국인들)이나 어제 교회에서 만난 영국인들은 토요일에 획득한 6개의 금메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딱 한 명만이 한국이 우리를 이겼어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축구 경기가 열렸던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는 사뭇 달랐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웨일즈 출신 축구선수들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한국 대 영국의 8강전이 열렸던 밀레니엄 스타디움  (그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

 

 

그럼, 경기 당일 현장의 모습은 어땠는지 들어볼까요?

 

장면 1. 지동원의 첫 골~


 

                                                                                   (출처: BBC)

 

그 친구가 앉았던 좌석은 골대 뒤쪽으로 경기를 즐기기에는 조금 불편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주변은 전부 영국인들 뿐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지동원의 첫 골이 작렬하는 것은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동원의 중거리 슛이 골대 속으로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조금 어리둥절 했답니다. 주변이 너무 고요해 중거리 슛임에도 오프 사이드인가?라고 착각할 정도 였다고 하네요. 스타디움에 한국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그나마 ~한민국 응원을 따라 할 때마다 조용히 해라” “나가라 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합니다.

 

장면 2. 돔구장에서 축구를~

 

 

예선 세 경기를 모두 쫓아다녔던 이 친구에게 밀레니엄 스타디움의 돔구장은 새롭게 다가왔다고 합니다. 마치 음향이 빵빵하게 잘 갖춰진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축구장 반대편에서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이고, 한번 응원을 시작하면 일반 축구 경기장 응원 이상으로 시끄러워져 옆 사람과의 이야기도 어렵다고 할 정도니 그 가운데서 선전한 한국팀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을 비춰주거나 한국 선수가 나오기만 해도 경기장은 야유로 가득 찼다고 하네요.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이 공격하는 순간 야유가 멈추지 않았지만 한국이 너무 압도적으로 경기를 하는 바람에 야유가 점점 줄어들고 한국 팀의 응원소리가 커졌다는 군요. 유독 이번 경기는 한국이 세트피스 상황이나 코너킥 상황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관중들은 조용했다고 합니다. 그 고요 속에 기성용 선수가 코너킥을 찰 때, (골대 뒤쪽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큰 소리로 기성용 파이팅! 기죽지마 외치자 기성용 선수가 차기 전 힐끗 한 번 봤다고 합니다.

 

장면 3. 헐레벌떡 기차역으로~

 

 

                                태극기를 당당하게 들고 사진까지 찍은 이때까지만 해도 용감했습니다. ㅎㅎ

 

예선 경기와 달리 8강전은 늦게 시작했을 뿐더러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했던 터라 시간이 꽤 늦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가봉전 때 웸블리에서 귀가전쟁을 치렀던 저로서도 카디프역에 몰릴 수만명의 관중들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귀가 전쟁을 한번 치렀던 그 친구도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역으로 뛰어갔다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리 나와 줄을 서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경기 전부터 술을 마시고, 경기장에서까지 술을 마셨던 영국 젊은이들이 그 친구의 일행에게 시비를 걸고, 한국 욕을 엄청나게 하더랍니다. 실력이 없어 졌으면 매너라도 좋아야지 이건 뭐.... 술에 취한 그 영국 젊은이들은 기차 안으로 따라 들어와 뒷자리에 앉더니만, 의자를 발로 차고 심지어 그 친구 일행의 머리도 툭툭~ 치더랍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친구가 혹시나 해서(?) 슈퍼에서 조그마한 영국 국기를 사가지고 갔었다네요. 

기차에서 시비를 걸던 그 영국 젊은이들은 손에 든 영국 국기를 보고는.....

 

너 우리(영국) 응원했냐?

“응

너네 한국인 아니었냐?

(
일단 봉변은 모면해야 했기에) 아니, 우리 중국인인데 (마침 중국 친구가 옆에 있었다네요.)

 

그래? 미안하다. 난 중국인을 좋아해. 

너네 금메달 많이 따던데, 꼭 미국 이겨라.

 

그의 말을 들으니 영화배우 강동원씨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 당시 강동원씨는 이탈리아에 있었는데, 한국인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가 외친 말은 차이나 파이팅, 재팬 파이팅, 위아더 월드 였다고 합니다. ㅎㅎ 역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만반의 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친구의 카디프 원정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영국인들은 영국 축구 단일팀에 의식적으로 무관심한 척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만약 단일팀이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선수까지 포함된 - 승승장구를 했다면 오히려 영국이라는 나라가 축구로도 통합될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지막에 웨일즈의 긱스가 나오는 순간 경기장은 잉글랜드 웨일즈 할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큰소리로 UK 국기를 흔들며 환호를 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미 선수 구성부터 차질이 있었고 실력도 별로 없던 팀이라 다음 올림픽 때는 단일팀 구성이 좀 더 어려울 수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나이 많은 웨일즈의 선수들을 무리하게 와일드 카드로 뽑은 게 패배의 원인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뉴스를 보니 몇 한국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들립니다. 홈팀과 연장전까지 치르느라 많이 피로할텐데 빨리 원기 회복해서 마지막 그 순간까지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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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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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12.08.06 13:0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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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와여2034 2012.08.06 14:30

    승리의 기쁨을 맘껏 즐기지 못하셨다는 점이 좀 서럽지만-이해합니다- 살고봐야죠ㅠㅠ신사의나라"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이해하질 못할 생각을 가진 영국인들이 꽤 많으니까요-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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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rosty 2012.08.06 14:35

    고생하셨네요.
    선수들 모두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다녀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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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위 2012.08.06 14:54

    일단 그렇게해서라도 위기를 모면한건 잘한 것 같지만..
    솔직히 용감한건 아니죠~
    나중에 중국인 친구보기 좀 민망스러웠겠네요.;;
    아, 뭔가 웃기면서도 찌질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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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cro 2012.08.07 05:59

      술취한 훌리건들 앞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아마 집에 곱게 못갔을 껍니다. 그냥 피하는게 상책이죠

  • 후우 2012.08.06 16:03

    예전에 영국 여행 가서 축구 보다가 훌리건 8명이랑 시비가 붙었었는데, 그때 함께간 우리 복싱부 친구 10명이서 골목 뒤로 함게 들어가서 묵사발을 내줬었는데, 나중에 영국 훌리건 애들 살려달라고 무릎꿀고 빌더군요. 아무튼 조심해야 됩니다.
    답글

  • 아미누리 2012.08.06 16:50 신고

    "기성용 파이팅! 기죽지마" 라는 말이 왜이리 울컥하는 걸까요?ㅋㅋ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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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엘 2012.08.06 17:42

    정말 예의가 없는 나라네요. 우리는 졌더라도 그런 행동 안 했을 텐데...
    남의 나라 사람이 그 나라 응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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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2.08.06 18:31

    ㅎㅎㅎ
    재미있는 내용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겁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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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생각 2012.08.06 19:33

    이거보다 옛날 생각이 났어요.
    옛날 2002월드컵을 할때 저는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저희 반 선생님이 미국인이셨지요.
    한국 미국 경기를 할때 야외응원하러 가서 미국 이기라고 열심히 소리지르고 오셨다고 해서 모두들 아 그랬구나~하고 했는데
    ...........

    선생님께서 말하시기를 ;;;

    아저씨들 몇 명이 패트병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다고 합니다. -_-


    저는 저 분이 중국인이라고 말한거 이해해요.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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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나~ 2012.08.06 20:11

    충분히 이해해. 2002 겨울 로마 가서 관광가이드한테 얘기 들은건데 절대 돌아다니면서 한국사람이라고 얘기하지 말래요.
    10년을 가까이 지낸 식당주인아저씨가 자기한테 밥을 안판다네요. 덕분에 기본적인 중국말 배웠다능~ 혹시 말걸까바.
    옛날생각님 말처럼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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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들강 2012.08.06 20:52 신고

    요즘 와서 많이 느낍니다.
    영국을 포함해서 유럽이라는 곳이 참으로 허무맹랑(???)하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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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르베로스 2012.08.06 22:35

    누가 영국 섬나라놈들더러 신사니 뭐니 포장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저물어 가는 19세기 제국주의의 원흉, 변변하게 내놓을 것 별로 없는 무늬만 선진국,

    햇볕 한 번 제대로 못 쬐서 허여멀건한 것들이 감히 어디서 이따위 버르장머리 진상을 부리나?

    국가간 대항전이니 자국 중심주의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이따위 개매너를 갖고 감히 어디서 GREAT BRITAIN 소리를 입밖에 내나?

    그 잘난 퀸 엘리자베스가 거느린 국민들이 이런 쓰레기 수준의 무뢰배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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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ulipmania 2012.08.06 22:58 신고

    외지의 소식 잘 듣고 있습니다. 축구는 정말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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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틀 보이 2012.08.07 01:08

    영국 좋게 생각했는데, 하는 짓이 엿국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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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4 2012.08.07 01:58

    축구끝나고 런던와이드 보니까 한 남자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날리더니 또 검지를 다시 들고 손등브이(영국에서는 둘다 같은 심한욕) 마무리 하더군요 ㅋ 또 거리에 여자가 손등브이도 보이고 무늬만 선진국이고 시민의식이 후진 사람들이 보입니다.
    시민의식은 북유럽사람들이 정말 좋다고 친구가 말해주더군요.
    여튼 저런 사람들한테 한국에서 백인이라고 무조건적인 우호는 나중에 뒤통수 맞아보면 알겠지만 자제해야 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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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ews 2012.08.07 03:46

    저렇게 술쳐먹고 난동부리는 훌리건 같은 놈들이 취업안되서 정부실업보조금 타먹다가 돈이라도 벌어볼까 하고 한국 오는 겁니다. 근데 한국에서도 술쳐먹고 "한국에서 한국인"한테 훌리것짓 하지요. 영어발음도 개떡같은 것들이. 훌리건놈들 수준 보면 문법무시 어휘무시 영어실력 뻔할 뻔자지요. 과장이 아니라 중등영어 이상을 절대 제대로 못 가르칩니다. 그런데도 영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학력 내국인 강사보다 대우 받고 있지요. 더군다나 숨 헐떡거리는 영국하류층 발음이라 알아듣기 정말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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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ews 2012.08.07 03:59

    영국 하류층일수록 술 빨고 난동부리는 훌리건이 많고 축국을 광적으로 좋아함. 영국이 지면 주변 다 부수고 다니고 그러는데, 솔직히 운나쁜 또라이들한테 걸리면 칼 맞을 수도 있는 것이 축구고, 훌리건이고, 영국임.
    중국인행세로 목숨 부지하셨네.
    오늘은 중국인행세 했지만 다른 때는 또 한국인해야할 때가 올거임. 가끔씩 주영 중국대사가 공중파에서 영국까대는 개소리를 해대기 때문에 그럴 때는 또 한국인 행세할 수 밖에 없음. 목숨부지 할려면 뭐.

    국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차별당해도 잘 참는 신사의 나라는 한국. 동방예의지국. 영국신사는 자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똑같이 개차반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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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ews 2012.08.07 04:02

    MBC 중계하면서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던 그 영국처자는 과연 훌리건들이 "아? 영국인이시군요?"하고 그냥 넘어갈수 있을까? i seriously doubt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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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 2012.08.07 04:59

    저 정도 당한건 아무것도 아니네요.전 16년전 영국에 어학 연수 갔을 당시 유로 96대회 4강전을 관람한적 있는데 잉글랜드를 응원해 줘도 지니 유색인에게 화풀이를 하더군요.ㅡㅡ 물론 다칠정도의 위협은 안하고 오물을 던지는 정도엿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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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2012.08.07 06:28

    원래 신사라는게...여자한테 잘보일때 남한테 잘보일려고 보여줄때만 매너있는거거든....
    영국이 과거 식민지들에게 한짓을 보고도 모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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