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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에서 본 한국 대학 계절 학기 제도, 불공평

by 영국품절녀 2013. 8. 13.

 

무더위 때문에 한국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개학을 늦춘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는데요, 대학생들은 한창 여름 방학을 보내고 있지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수강 신청이라는 문구가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니, 계절학기도 끝이 나고 현재 9월 학기 수강 신청 중인 것 같습니다.

 

반면, 계절 학기가 따로 없는 영국 대학들은 재시험 기간 중입니다. 한국과는 다른 학제를 가진 영국 대학은 시험 성적이 통과 (최저 점수: Pass - 40점)가 안 되면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지요. 아침 일찍 출근 길에 보니, 재시험을 쳐야 하는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현지 학생들은 시험 날짜에 맞춰서 당일 날 학교에 오면 되지만, 일부 해외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아예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귀국을 미루거나, 혹은 시험을 보기 위해 다시 영국에 오는 학생들로 더러 있습니다. 물론 해외 - 해당국가의 영국 문화원 - 에서도 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요. 

 

(출처: Guardian)

 

대학 재시험 비용인데요,

이렇게 비싸니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켄트 대학교의 재시험(Resits) 비용

과목 당: £ 56.00 (약 십만원)

해외에서 시험을 볼 경우, £ 330.00 (약 육십만원)

 

 

(출처: http://www.quickmeme.com/meme/3to1y8/)

 

보통 영국 대학들은 학생들의 성적 발표를 온라인을 통해 7월에 합니다.

시험 성적 발표날 학생들이 얼마나 긴장을 하는지요, 왜냐하면 재시험을 치러야 하니까요.

 

 

영국은 계절 학기라는 제도가 없어서, 무조건 시험 성적이 40점이 넘지 않으면 재시험을 봐야 합니다. 당연히 재시험을 보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요. 특이한 것은 아무리 재시험을 잘 보더라도 패널티를 적용하여 점수는 패스 점수 (40점)를 받게 됩니다. 또한 에세이 점수도 마찬가지에요. 에세이도 패스 점수인 40점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수정하여 제출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다시 잘 써서 제출하더라도 점수는 그냥 40점이지요.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의문을 품었던 것이, 과연 점수를 세탁하기 위한 통로인 한국 대학의 계절 학기 제도가 필요한가 였습니다. 한국 대학들은 계절학기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태도를 안일하게 만들고, 돈과 시간 낭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대학 다닐 때에는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재수강을 하면 되지, 혹은 계절학기를 들으면 되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수업 출석도 잘 안하고, 시험도 대충 보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방학 동안 짧은 계절 학기로 점수를 다시 세탁하는 거지요.

 

최근 연세대, 홍익대 등에서 계절 학기 수강 방침으로 인해 말들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대학들의 계절 학기 방식이 참 못마땅하고 불공평한 처사 같습니. 취업 및 유학 시 학점이 중요하다지만, 똑같이 주어지는 학기 중에 모든 학생들이 공평하게 경쟁을 해서 학점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처럼 점수를 다시 세탁할 수 있는 재수강과 계절 학기와 같은 구제 방식이 있으니, 일부 학생들은 학기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학점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저 돈과 시간과 약간의 노력만 있으면 되니까요.

 

한국 대학의 학점 인플레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에 어떤 한국 학생이 성적은 4.5 만점에 4.3~4점 정도 되어서 영국 대학 관계자들은 이 학생이 진짜 공부를 잘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영국 대학은 엄격한 출결 및 성적 관리로 학생들이 학업에 소홀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 사건으로 인해 더욱 영국 대학들의 학생 관리가 엄격해졌습니다. 특히 외국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아주 철저해졌지요. 출결과 성적이 형편없으면 아예 학년 진급이 안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유럽 및 아시아 학생들의 경우에는 대학 1학년에서 2학년 진급이 안 되어 1학년을 두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과를 변경하기도 하는 등 졸업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요.

 

 

 

한 영국 대학생의 방을 청소하다가 본 직접 쓴 시험 공부 페이퍼~

해당 자료의 연표 및 브레인 스토밍이 그려져 있었어요.

 

게다가 영국 대학의 경우 1학년 성적은 졸업 성적에 들어가지 않아, 학생들이 1학년 점수는 그저 패스만 하자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인턴 및 취업을 위해서는 1학년 성적도 무척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의 학점 관리 및 관심이 얼마나 치열해졌는지 모릅니다. 특히 등록금 세배 이상으로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영국 대학에서도 학생들은 에세이 제출 및 시험 때가 되면 학생들이 밤을 세워가면서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저도 영국에서 석사를 하면서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으로 밤을 새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 대학 시절을 떠올려보면, 참 쉽게 공부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부에서는 계절 학기 수강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박봉으로 고생하는 시간강사들의 여건도 고려해야 하고, 학점이 지나치게 낮은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줘야 하니까요. 또한 계절 학기 동안 조기 졸업을 위한 학점 취득을 하는 학생들도 있을 테니까요. 이런 점들은 긍정적이라고 보아 집니다. 다만 학점을 높이기 위한 계절학기 수강은 반드시 패널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학기 중에 학업에 몰두하고, 계절 학기 등에 드는 돈과 시간에 덜 낭비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우리도 엄격해진 영국 대학들처럼 학기 중에 적정 점수 및 출결 상황이 형편없으면 떨어뜨리면 되고요,  이미 들었던 과목이니 수강을 다시 시키는 것 보다는 레포트 및 시험의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대신 페널티는 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야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영국 대학의 양질의 커리큘럼과 엄격한 학사 관리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도 공부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이에 한국 대학들도 학생 관리 및 학제(재수강, 계절학기)의 기준이 공평하고 엄격하게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계절 학기 제도에 관한 우리 대학들의 합리적이고 동일한 규정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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