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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에서 시간제 일자리 직접 경험해 보니

by 영국품절녀 2013. 6. 7.


요즘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시간제 일자리가 널리 시행되고 있지요. 실업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용 창출 면에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겠지만, 유럽과는 다른 한국의 노동 현실 및 임금 대우, 비정규직에 대한 하대 등의 문제가 상당하므로 시행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영국에서 시간제 일자리(파트 타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말씀드려 보도록 할게요. 

(단, 제 경험이 영국의 모든 시간제 일자리를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사실 저는 '비정규직', '파트 타임'이라는 말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입사해야 제대로 직장 다닌다는 말을 듣잖아요. 부모 및 주변 사람들의 시선 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정/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고요. 한국식 사고를 한 저는 처음에 영국에 오자마자 무조건 정규직으로만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도중에 파트 타임 일이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풀타임이 가능한 일만 찾으려는 마음에 고사하고 말았지요.  

 

 

그 때에는 한국식 사고로 정규직이 아니면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파트 타임은 눈에 차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다보니 풀타임은 커녕 이제는 파트 타임 할 자리마저도 없더군요. 그런 제가 이제는 시간제 일자리 즉 '파트 타임'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을 설명해 드리면요, 단지 1/3정도만 정규직(Full-time)이며, 나머지는 저와 같은 비정규직(Part-time)입니다. 저의 계약 조건에 의하면, 일년 계약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출근, 세 시간만 일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계약서에 따라 작년 9월부터 현재까지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지요.

 

영국에서 경험한 "시간제 일자리"의 특징~

 

1. 정해진 시간에 출근 -> 신의 일만 하면 된다 -> 주변의 눈치 전혀 볼 필요 없이 퇴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에 두 번만 출근을 합니다. 무조건 저에게 할당된 시간만큼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됩니다. 그저 제 할일만 끝나면 바로 퇴근을 합니다. 정규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회사에 매여있지만, 저와 같은 파트 타임 직원들은 자신의 타임 스케줄에 따라 출 퇴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워킹맘들은 자녀의 픽업 시간은 일하는 시간에서 제외하여 그 시간에 아이를 픽업하지요. 다시 말해서 시간제 일자리는 유연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는 상관을 직접 만나서 업무 보고 등을 할 필요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모든 상관의 업무 지침 및 전달은 회사 이메일을 통해 받으므로, 제가 요구받은 일을 한 후에 이메일로 직접 상관에게 보내면 끝이 나지요. 종종 직접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미리 상관은 저에게 언제 만날 수 있는지 가능한 시간 약속을 서로 정하고 만나는데요, 만나는 시간도 거의 30분 내로 요점만 간단히 금방 끝납니다. 즉 상관의 시간을 제가 굳이 맞출 필요도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지요.

 

(출처: 직장의 신 KBS 2)

 

회사 내에서는 내가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서럽지도 않습니다. 상관 및 동료들의 눈치도 전혀 볼 필요없으며, 정규직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충실히 이행하면 되지요. 주변에서 일을 좀 도와달라고 자신의 일을 떠 넘기거나, 하대하는 그런 분위기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2.  정규직과 동등하게 휴가비 지급 (일년에 두 번)

제가 한국에서 잠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할 때에는 휴가비는 그저 선물 세트 혹은 소정의 액수 밖에 되지 않았었는데요, 영국은 파트 타임이라도 정규직과 동등하게 휴가비 퍼센트가 자신의 월급 액수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매 달 지급되는 월급 명세서에 휴가비 내역이 포함되어 있지요. 저는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은 바 있고요. 곧 여름 휴가비도 받을 예정입니다. 저의 노동 일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휴가비는 꽤 잘 나오는 것 같아 받을 때에는 기분이 상당히 좋습니다.

 

 

3. 일의 수당은 빠짐없이 받을 수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

영국은 일에 소비하는 시간을 모두 돈으로 계산해 주는 바람직한 시스템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계약한 정규 노동 이외에 회사에서 진행하는 회의(미팅), 교육 등 참석하는 모든 일정에 시간 당 임금이 다 계산됩니다. 저의 직속 상관은 이런 것들을 다 챙겨 들으면 경력에 도움도 되고 돈을 벌 수 있으니 다 참석하라고 합니다.

 

특히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행사, 회의 등의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메일 체크는 필수입니다. 정규직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무조건 필수로 참석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월급에 다 포함이 되거든요. 다만 저와 같은 파트 타임의 경우에는 선 참석, 후 임금 청구를 하면 됩니다.

 

(출처: BBC)

 

제가 일하는 곳은 매 달 십일 전후로, 전 직원들이 Pay claim 이라는 것을 합니다.

 

Pay Claim (임금 청구) ?

자신이 매 달 일한 시간과 내역을 직접 청구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간단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매 달 일한 내역을 직접 온라인으로 등록을 합니다. 기간 내에 놓치면 그 달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입사 후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거의 두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답니다. 물론 세 달째 되는 날 한꺼번에 돈이 왕창 들어왔지만요. ㅎㅎ 이처럼 매 달 자신이 일한 내역과 노동 시간을 입력하면 직속 상관이 내역들을 보고 승인을 합니다. 그러면 월급 날짜에 일한 만큼 임금이 자동이체 되지요. 이와 함께 페이 슬립(월급 명세서)도 우편 배송됩니다.

 

비록 제가 일주일에 딱 두번, 세시간만 일을 하지만, 그 일을 위해 회의를 하거나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시에는 원래 월급 이외에 수당을 지급받습니다. 그래서 매달 받는 돈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일을 많이 하면 더 받는 것이 당연하고요, 일을 못 하면 덜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파트 타임이지만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일을 더 지원하면 되는 것이지요. 직장 내에서는 끊임없이 일자리 공고가 있습니다. 종종 직원들이 휴가, 병가,출장 등을 이유로 출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메일로 공석을 메우기 위해 일할 지원자들을 찾습니다. 대부분의 파트 타임 직원들은 이메일을 수시로 체크하고, 일자리 지원을 하지요. 저도 지난 달부터는 계속 일자리 공고가 나서 일주일 내내 일을 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제 스케줄이 비는 날에 일자리 공고가 나면 이메일을 보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의사 표현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 스케줄 담당자에게 확답 메세지가 바로 오고, 그 시간에 가서 할당되는 일을 하고 퇴근하면 되는 것이지요.

 

몇 달 전에 BBC에서 파트 타임을 선호하는 회사 및 영국인들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영국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회사에 하루 종일 메여있지 않고, 유연하게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일주일에 며칠만 출근을 하는 파트 타임이 더욱 생산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영국 대형 체인점인 막스앤 스펜서, 페이스북 유럽 지부 등에서도 관리자를 파트 타임으로 고용했습니다. 이처럼 영국 및 유럽 회사들은 점점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있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시간제 일자리도 영국 및 유럽의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 문화 및 임금 대우가 크게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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