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인들에게 21번째의 생일은 이런 깊은 뜻이!!

by 영국품절녀 2011. 4. 11.


오늘 (한국 시간으로 하면 어제이지만요) 4월 10일은 저의 30+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비밀입니다. ^^) 영국이 한국보다 8시간 늦으므로, 영국 시간으로 거의 자정에 가족들의 축하 전화를 받았지요. 그리고 4월 10일로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 신랑이 저에게 "Happy birthday to you"를 아무런 선물도 없이 그냥 맨 입으로만 불러줬지만, 가난한 유학생 남편에게 뭘 바라겠어요. '나중에 돈 벌면 리스트 작성했다가 다 사달라고 해야지 다짐하면서'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기로 했답니다. 또한 Facebook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에 보면서 저의 생일 날은 시작되었지요.


                                                       주변 분들에게 받은 생일 축하 카드와 선물이에요.

자원 봉사를 하는 카페에서  함께 일하는 영국 아줌마, 아저씨께 생일 선물과 카드를 받았어요. 선물은 뭐, 대단히 큰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가장 필요한 줄자와 퀼트 작업에 필요한 공구등을 넣을 수 있는 박스였어요. 그런데, 재미있었던 말이 한 영국인 아줌마께서 "It's your 21st birthday?" 이렇게 웃으면서 물어보시는 거지요? 전 웃으면서 "Yes, it is." 이렇게 답했지요. ㅋㅋ 역시 국적불문하고 여자들의 나이 언급은 금기시되며, 언제나 20살이고 싶은 여자들의 로망이죠. 

아는 친구의 얘기로도 자신의 친구 중에 한 명이 생일 횟수를 계산할 때 항상 21 years + 0000 days라고 계산을 해서 항상 헷갈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영국 사람들은 21번째의 생일을 언급하는 것일까요? 


 영국 사람들에게 21번 째의 생일이 중요한 이유는?

영국에서는 21번째의 생일은 청소년기의 마지막 관문인 동시에 법적, 정신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 날입니다.
보통 영국에서는 16살부터는 운전 면허증을 딸 수 있고, 18세부터는 법적으로 성인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 날이 영국 젊은이들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술을 맘대로 사서, 마실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영국에서는 21살이 넘지 않으면 학교 내에 있는 바(bar)나 나이트 클럽에서 술을 구입 및 마실 수 없습니다. (ID 검사 필수) 하지만,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중,고등학생들은 주변의 친구들을 통해 술을 구입하고 마시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국 젊은이들은 21살의 생일에는 거의 대부분이 자신이 성인이 됨을 과시하거나 보이기 위해 Bar 또는 Night club등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여는 경향이 크다고 해요. 왜냐하면 그곳에서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한 것을 누려보는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즉 원하는 술을 사서 마실 수 있는 완전한 성인이 되어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영국 어린 친구들에게 있어 21번째의 생일은 청소년기의 마감과 함께 성인의 관문을 넘는 성인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기념일로 여겨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사이트를 뒤져보니, 21번째의 생일 선물 및 파티 등등에 관한 정보가 엄청 많더라고요. 그만큼 영국 사람들에게 있어 21번째의 생일은 삶의 과정 중 하나의 전환점으로 여길 만큼 중요한 날임이 분명하네요. 그 나이때는  술을 마실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잖아요. 

          21번째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하 케이크도 이를 반영하는 의미에서 모두 술하고 연관이 되어 있어 참 재미있네요.

                                                                        (Source: Google Image)

다시 저의 생일 날로 돌아올게요. 영국에서 보낸 작년 생일날에는 울 신랑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미역국 아침 밥상을 차려주었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기분이 몹시 상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를 갈았지요. '나도 너 생일날 미역국 없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그런데 신랑이 잠에서 깨더니 부리나케 부엌으로 내려가면서 미역을 찾는거에요. 그때는 이미 늦었지요. 그러면서 저녁에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면서 물에 불리더라고요. 기분은 상했지만, 알겠다고 하고, 주일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갔지요.

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께서 오늘 생일인 사람이 있다면서 저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시는 거에요.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저의 생일 노래를 불러주면 생일 축하를 해주었어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전 "Thank you"를 연발했지요. Tea time을 갖는 동안 내내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생일 축하한다고 해주더군요.
역시 한 장로님은 저에게 "21번째 생일이지?" 웃으면서 물으셨고, 전 여지없이 Yes라고 화답했지요. ㅋㅋ  


어찌 저의 생일을 아셨는지, 저희 교회의 유일한 한인 가족에게 점심 초대를 받아 가보니, 맛있는 홍합 미역국에 영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 음식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어요. 역시 한국 가정의 식사 초대는 과히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정말 정신없이 너무나 많이 먹었답니다.

                 영국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고사리 나물, 콩잎을 비롯해 김치, 홍합 미역국, 각종 전, 반찬들이에요.

너무 많이 먹어 울 신랑이 아침에 불려놓은 미역은 오늘 저녁에 못 먹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오늘 저녁은 건너뛰고, 울 신랑이 오늘 아침에 못 차려준 미역국 밥상을 내일 아침에 차려준다고 했어요. 기대해 봐야지요. ㅋㅋ  가족 없이 보내는 생일이었지만, 영국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과분한 축하를 받아서 이번 21번째 (?) 생일은 무척 행복하네요. ㅋㅋ 넘 주책인가요 ? ^^; 저도 어쩔 수 없는 여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