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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의 과한 칭찬 문화가 낯설고 인색한 우리들

by 영국품절녀 2013. 7. 29.

 

오늘은 제가 참 인상 깊었던 "영국인들의 칭찬 문화" 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영국 학교를 보내는 한국 부모들의 공통된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우리 애의 학교 생활 혹은 학업에 대해 물으면 항상 하는 말~

Brilliant, clever, Good, Excellent, smart....

 

하나같이 다들 긍정적인 단어 뿐이다. 내가 보기에는 한참 모자란 것 같은데.. 영국인 교사는 잘하고 있다면서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과연 진짜인지 의문이 든다.

 

 

 

 

저도 영국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보면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질책보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하는 것을 쉽게 봅니다. 특히 성적표의 의견란에도 - 아무리 그 학생의 성적이 좋지 않을지라도 - 부정적인 단어는 절대 쓰지 못하게 하며, 동기 부여 및 격려를 해 주는 긍정적인 단어를 권합니다.

 

 

(출처:examiner.com)

 

저는 영국 교사들의 칭찬 문화를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제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선생님이 칭찬하는 학생은 오로지 일등 뿐이었습니다. 그 아래는 항상 성적으로 질책만 들어야 했지요. 이처럼 교사들 뿐 아니라 한국인들은 좀처럼 칭찬에 인색한 편입니다. 설사 남이 잘했을지라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 항상 일등하는 친구는 어쩔 수 없이 인정을 하지만, 어쩌다가 한 번 일등을 한 친구에 대해서는 지켜보다가 다음 번에도 일등을 하지 못하면 바로 반응은 "그러면 그렇지" 입니다.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판과 질책이 앞서지요.

 

실제로 칭찬에 인색한 교육을 받고 유학 온 일부 한국 학생들 역시 영국 교사들의 과한 칭찬에는 좀 어색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한 영국인 교사가 한국 학생들에 대해 칭찬을 하는 거에요. 제가 보기에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한국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지요.

이에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학생들의 반응~

원래 여기 선생님들은 다들 좋은 말만 해요.

 

비록 우리가 듣기에 영국인들의 과한 칭찬이 다소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칭찬을 듣기 싫은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자존감 및 자신감이 상승하거든요. 하지만 저 역시도 칭찬에 참 인색합니다. 괜히 어린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 주면 자만할까봐 좀 더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영국에 와서야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이성재 편을 보면서, 저를 포함한 우리들의 현실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들이 자만하고 실수할까봐 칭찬에 인색했던 부모와 누구보다도 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싶었던 아들의 모습이요.

 

더욱 놀랐던 것은, 교직원들에게도 항상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기 내내 교사들은 이메일을 통해 "수고했다", "잘하고 있다" 등의 격려 메세지를 자주 받았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교직원 회의 때의 일입니다.

올해 대학 수험생들의 성적이 작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 합니다. 물론 성적이 잘 나온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성적이 나와 대학 입학이 취소된 학생도 있습니다. 그 학생들은 영어 실력도 전혀 문제가 없는 학생들이어서 왜 이런 성적이 나왔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도 말이에요. 특히 어떤 과목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성적이 대폭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측에서는 그 과목이 상당히 어려워서 빚어진 결과이며, 대학 입학에 실패한 학생들은 과목 선택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떠한 질책 없이 모든 교사들에게 일년 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는 더 잘해보자고 하면서 격려했지요.

 

요즘 아빠 어디가에서 나오는 "윤민수의 자녀 교육법" 이 화제가 되는 것도 이와 상통하다고 봅니다. 아빠가 아이에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칭찬과 긍정적인 말을 하니까, 아이도 그렇게 밝고 바르게 자랄 수 있는 것이지요. 칭찬과 긍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출처: 서울신문 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부모들과 교사들은 칭찬보다는 질책과 비교에 익숙합니다. 누구는 이렇다는데, 너는 왜 이것 밖에 못하냐 식입니다. 모두가 공부를 잘 할 수도 없으며, 일등은 어디나 단 한 명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일등만 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자녀들 역시도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칭찬의 말을 듣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영국의 칭찬 문화가 꼭 학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하나의 예로 제시한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그런 말들이 단순한 사탕 발림 혹은 인사치레일지도 모르겠어요. 영국인들은 만나면 항상 아무 것도 아닌 것에 기분 좋은 말 혹은 칭찬을 해 줍니다. 처음에 저는 그런 말들이 너무나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지금은 좀 적응이 되었지만요, 여전히 상대방에게 그런 칭찬의 말이 자연스럽게 제 입에서 나오지 않네요. 솔직히 별로 상대방을 칭찬할 말들이 떠오르질 않거든요.

 

이처럼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왜 이리 칭찬에 인색하기만 할까요? 남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본래 우리의 성격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질투심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비교만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살아야 할까요? 영국에서 칭찬하는 문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도 칭찬에 익숙한 사람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 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칭찬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매일 지인들에게 매일 칭찬 한 마디 해 보면 어떨까요? ^^ 특히 우리 어린 자녀들에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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