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한 해의 첫 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래저래 바쁘셨을 텐데요, 충분히 재충전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요새 세계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죠. 영국을 포함한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프랑스 정부는 개인의 소득에 따라 최고 75%까지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다가 위헌 판결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위헌 판결에도 프랑스의 국민 배우로 알려진 제라드 드 빠르띠외는 이런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서 아예 러시아로 망명해 버리기까지 했답니다. 경제적 망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세금도피라고 해야 하나요? 영국의 보수-자민 연립정부도 세수확대와 예산삭감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영국의 재무장관인 조지 오스본 (George Osborne)이 총리만큼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니까요.
(출처: The Times Economics)
이러한 영국의 예산 삭감의 광풍에 대학도 예외는 없는 듯 합니다.
거의 모든 대학이 공립인 영국에서 정부의 대학에 대한 자금 지원은 필수적입니다. 한국 대학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교직원 – 제가 있는 정치학과만 해도 교수만 약 30명, 직원은 8명 – 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자금 지원은 영국 대학을 지탱하는 기둥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대학에 대한 예산 삭감 바람은 대학에도 휘몰아쳐서, 작년 9월 신입생부터 등록금이 기존보다 약 3배 인상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학생들의 데모가 심각했었음에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실행시켰지요. 그런데 중앙 정부의 추가 조치로서 대학원생에 대한 장학금까지 축소한다고 발표해 각 대학 총장들의 반발을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영국 대학생들도 점점 힘들어지네요. (출처: Guardian Oli Scarff/Getty Images)
영국 정부는 특히 석사과정(Taught Master) 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전면 중단하고 연구석사(Research Master)나 박사과정 (PhD)에 대한 장학금 지급도 각각 47%와 20% 삭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영국 대학 총장들은 이는 결국 박사과정에 들어와 학계에 남는 학생이나 석사학위를 통해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의 수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네요.
그런데 스티브 스미스(Sir Steve Stmith) 엑시터 대학 총장은 - 최근 더욱 유명해진 표교수님께서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이죠 - 이러한 정부조치에 반박하며 "한국의 교육비"를 언급했습니다.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영국은 연구 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로 GDP대비 1.8%를 사용하는데, OECD의 평균이 2.34%이다. 3%를 넘게 지출하는 일본과 한국 같은 우리의 경쟁자들(Competitors)에 비해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즉, 내용은 장학금 축소가 우수한 학생들의 진학을 막아 영국의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을 영국의 경쟁자들 중 하나로 언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이 기사가 실린 가디언紙의 기사만으로는 위에 언급한 데이터 3%가 어떤 용도로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지는 알 수 없지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합니다. ㅎㅎ
미국 대통령이 종종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서 연설 등을 통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조금 문맥이 다르기는 하지만 영국의 대학 총장이 한국을 영국의 경쟁국으로 언급했다는 것이 조금은 뜻밖이네요. 비록 한 개인의 의견일 수는 있겠으나, 영국 사회 역시 대학 총장이 갖는 사회적 권위와 엑시터 대학 총장 자신은 기사 작위까지 받은 사람이라 영향력은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사실 마냥 이런 말 한마디 듣는다고 "드높아진 조국의 위상에 대해 뿌듯하게 느낄" 나이는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영국에서 석사과정에 있던 시절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석사시절 기숙사 옆방을 쓰던 일본인 선배가 그러더군요. "한 10년 있으면 한국이 영국을 누를 수 있을 것 같다" 고요. 당장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영국이 일본과 함께 한국을 경쟁자로 보는 것을 보니, 한국은 조금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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