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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영국

영국 시골 펍에 들어간 한국 여자, 시선이 섬뜩해

by 영국품절녀 2012. 3. 16.

제가 사는 곳은 영국 동남쪽의 작은 도시입니다. 아마도 영국인들에게 캔터베리에 대해 물어보면 역사적인 도시 이외에는 크게 할 말이 없을 거에요. 어쩌면 거기 완전 시골~~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여기는 대학교가 꽤 있어 영국 젊은이들 및 다양한 외국 학생들을 만날 수가 있지요.

 

그런데, 제가 한달 전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캔터베리에서 기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파버샴(Faversham)이라는 동네에 가게 되었어요. 저희는 만날 장소를 그 곳으로 정하고, 주변인들에게 그 곳에 대해 물어봤지요. 이미 다녀 온 한국인 두 명은작고, 별 것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영국의 깡 시골인 것 같았어요.

 

 

 

 

                                       켄트 주의 시골 동네인 파버샴의 모습 이에요.

직접 와 보니 정말 작은 시골 동네더군요. 반나절을 돌아다니는데, 저희 같이 머리 까만 사람들 즉 동양인은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는 거에요. 물론 중국 레스토랑은 엄청나게 큰 것이 있었지만요. 저희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 두 분께서 저희 쪽으로 오시더니 묻는 질문이 중국 여행은 언제 가는 것이 좋니?”였어요. 저희가 동양인이니까 중국인 인 줄 아셨나 봐요.중국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우니 봄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대충 대답해 드리고 저희는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에요.” 그랬더니 그 분들께서는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지 그냥 고맙다고만 하시고 가시네요.

 

보통은 중국인으로 오해하는 영국인들에게 한국인이다이렇게 말하면 반응이 어머 미안하다. 한국이구나?” 이렇게 겸연쩍어 하시거든요. 그런 반응에 비추어 보면 저 분들은 한국은 잘 모르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중국인, 혹은 일본인으로 오해받는 일은 워낙 흔하긴 해요.)


 

                                            맛집 소개지에도 나온 파버샴의 유명 펍

 

주변 관광 및 식사를 끝냈더니 벌써 어두워 진 거에요. 헤어지는 게 아쉬운 나머지 펍에서 맥주라도 한 잔 하고 가자며, 기차 역 옆에 있는 펍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웬일~~~

 

펍에 있던 영국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에 온 몸이.... 찌릿~~(거의 10~ 20대 초반인 것 같았어요.)

 

영국 남자들의 시선 집중에 저희 둘은 무척 당황했어요. 그들의 시선을 온 몸에 느끼면서 제가 생각한 것은 그냥 나갈까였지요. 옆에 있는 친구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어요. 그래도 다시 나가는 것은 뭔가 모양새 빠지는 것 같아 저희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저희가 앉을 때까지도 그들의 시선은 저희에게 고정이었어요. 저는 속으로 '외국인들이 별로 없는 시골 동네에 머리 까만 동양인 여자들이 들어오니까 신기하나' 했어요.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영국 애들은 저희가 중국인인줄 아는지 계속해서 이상한 중국 말과 행동으로 저희를 향해 장난을 치네요. 저희는 참 난감했지만, '무시하자'라는 생각으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이야기에 몰두했어요.


다행히 그들도 장난을 멈추고는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놀더군요
. 그런데, 몇 분 되지 않아, 술에 취해 눈이 풀린 영국남자 한 명이 오더니만 “Hello, two.” 이러더군요. 그리고는 잠시 그의 무리들이 저희 옆 테이블에 앉았지요. 그러면서 저희에게 질문을 하네요.

 

영어 할 줄 아냐?”  
여기 사냐?”

여기 왜 왔냐, 어떻게 왔냐?" 등등

 

그런데 켄트 억양이 너무 세서 통 무슨 말 인지나중에야 알아 들었지만요. 우리는 여기 안 산다고 했더니 계속해서 말을 거는 거에요. 그런데 한 남학생이 또 다시 무슨 말을 했는데, 저는 그 말을 못 들었지만, 무리 중의 한 명이 그 학생의 뺨을 치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거에요. 아마도 그 남학생이 저희에게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았어요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데, 아까 장난을 말렸던 남학생이 미안하다면서 잘 가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영국 펍이란 특히 한적한 시골 펍은 동네 청년들의 사랑방이라고 보면 되겠어요. 약속 없이 가기만 해도 동네 친구들은 으레 모여서 한 잔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 인 거에요. 그런 곳에 낯선 사람들이 왔으니 그들은 속으로 '쟤네들 뭐야? 여기 왜 온거야?' 그런 의문을 가진 것 같아요. 나중에 알고보니 캔터베리와 파버샴은 앙숙이라고 하네요. 두 지역의 불량 청년들은 서로 원정을 해가면서 패 싸움을 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불량 청년들이 갱을 조직하기도 한 답니다.)


 

저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섬뜩한 영국 시골 펍의 분위기를 처음으로 경험했어요.
외국인들은 늦은 시간에 한적한 시골 펍에 가는 것을
삼가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괜히 불량 동네 청년들이 시비를 걸거나, 귀찮아 질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