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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 아줌마가 건넨 음식 보고 기겁한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8. 18.


영국 사람들은 커피 및 차와 함께 디저트로 케이크, 머핀, 도넛 등을 먹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자원 봉사를 하는 카페에서 가장 인기 만점인 것이 Toasted Tea Cake 으로, 번처럼 생긴 동그란 빵에 건포도가 여기저기 붙어 있지요. 그것을 토스트 기계에 넣고 노릇노릇하게 구워 그 위에 버터를 발라서 먹지요.


                                                         
                                                  Toasted Tea Cake & Tea      



그런데, 가끔씩 실수로 시간 초과를 해서 빵이 검게 타 버릴 때가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손님들에게 드릴 수가 없지만, 어느 정도 탄 경우에는 영국 아줌마들은 괜찮아 하시는 것 같았어요. 한국이라면, 조금 탄 경우라 해도 다시 새로 구워서 내갈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리고 검게 탄 빵은 당연히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영국 아줌마들은 탄 빵 위에 버터를 듬뿍 발라서 아주 맛있다면서 드시더군요. 탄 음식을 먹는 그들의 모습이 전 너무 이상했어요.


저는 엄마가 워낙 탄 음식을 못 먹게 하셔서, 고기 등 조금만 타도 다 가위로 잘라서 주셨거든요. 고기가 2/3가 탄 경우에는 먹지도 못하게 하셨고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탄 음식을 다소 기피하는 편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탄 음식 = 암 유발 이라는 공식이 성립 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요. 
                      
이토록 탄 음식을 기피하게 된 저에게 기겁할 사건이 있었어요.
몇 주 전에 카페 일을 돕고 있었지요. 영국 아줌마의 실수로 그만 토스트 기계에 넣은 Tea Cake가 새까맣게 타 버렸어요. 전 아줌마가 탄 빵을 드실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지요.

영국 아줌마: Would you like some?  조금 먹어 볼래? (검게 탄 빵에 버터를 잔뜩 발라서 건네면서)
본인(나): No~~~~. (너무 싫다는 표정과 함께 큰 소리로 단호하게) 
영국 아줌마: Ok. (약간 당황해하며)

                              이렇게 탄 빵 위에 버터를 듬뿍 올려서 맛있다고 드신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리고 나서, 약 몇 초 후에 내가 너무 소리까지 지르면서 기겁한 것은 아니었는지 저도 제 반응에 좀 놀랐어요. 아마도 탄 음식을 기피 할  뿐더러 그들의 모습이 이해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저에게 권하기까지 하니깐 저도 모르게 그런 다소 과한 반응이 나왔나봐요. 그렇게 정색하며 No라고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 분은 자신이 좋아하니깐 저에게도 먹어 보라고 권한 것인데요.



이런 사건이 있은 후에, 영국 교포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영국인들은 탄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없냐고요.
(거부감이 뭐에요, 좋아하기까지 하던데요)
그랬더니 그녀가 말하길, 영국 사람들은 탄 음식에 대해 크게 민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탄 음식이 크리스피처럼 바삭해서 좋아한다고 해요. 



어제 교회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어요. 영국 아저씨가 소세지의 겉이 검게 탈 때까지 굽는 거에요. 물론 속까지 잘 익혀야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정말 검게 타서 껍질이 두꺼워진 소세지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국 사람들은 맛있다면서 빵 사이에 끼워서 먹는 거에요. 이에 반해 한국 사람들은 검게 탄 소세지는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타지 않는 것만 골라서 먹더군요. 탄 음식이 암을 유발한다는 말에 논쟁이 있지만, 몸에는 분명 좋지는 않을 텐데 말이지요. 검게 탄 음식을 먹는 영국인들의 모습이 참 낯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