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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영어 시험 부정 행위, 경찰 출동에 놀라

by 영국품절녀 2012. 10. 1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몇 달 전에 영어시험 스태프로 참여했다가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 해드리려고 합니다. 일전에 품절녀님이 블로깅을 했던 것 같은데요, 저희 부부는 한 달에 1회 정도 IELTS 시험의 스태프로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합니다. 시험 장소 안내 및 출석체크와 같은 간단한 것이지요.

 

평상시처럼 스태프로서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시험장 메인 오피스로 덩치 큰 영국 경찰이 온 것입니다. 갑자기 저와 다른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해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어차피 저와 별로 관계 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 스피킹 수험자들을 위해 안내를 했지요. 점심 시간 이후 어느 정도 정리는 되어서 조금 쉬고 있는데, 현장에 있던 담당자 선생님이 경찰이 온 이유를 말해주더군요.

 

                                                      (출처: www.zdnet.co.kr)

 

영어 시험에 부정 행위가 적발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유럽 출신의 수험자 두 명이 시험 부정을 저질러 시험을 주관하는 측에서 이들의 신병을 경찰에게 인도하기 위해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부정수법을 들으니 웃음이 나올 만큼 황당했습니다.

 

원래 이들 두 명은 답안지에 서로의 이름과 수험번호를 바꿔 써서 내기로 했었나 봅니다. 일단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 수험번호 순서로 답안지와 시험지를 걷어가기 때문에 번호가 맞지 않으면 일단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두 명의 시험 장소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1번부터 30번은 A 시험장, 31번부터 60번은 B 고사장에 배정되는데 이 둘은 운(?)이 나쁘게도 시험장이 갈렸다는 것이죠. 같이 시험 등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험장은 섞일 수 도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둘의 호흡도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척척 맞아도 구조적으로 될까 말까인데, 한 명은 시험장이 갈리자 계획을 포기하고 자기 이름 쓰고 그대로 시험을 본 반면, 다른 한 명은 원래 약속대로 친구의 수험번호와 이름을 쓴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험지를 걷고 수험번호와 이름을 검토하던 시험 담당자는 두 시험장에서 나온 답안지에서 같은 이름과 수험번호가 나타나자, 이를 시험 책임자에게 보고를 한 것이지요. 경찰이 온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에 이 사건(?)을 설명해주는 영국인 담당자는 자신도 이렇게 멍청한 부정행위 수법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저도 들으면서도 그들은 과연 이 방법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다만 이 문제가 경찰까지 와서 처리해야 할 문제였느냐는 점은 조금 궁금했습니다. 어떤 죄목으로 이들이 처리될지 알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시험이 정리되고 난 다음, 저는 시험 책임자에게 이들이 어떻게 될지 물어봤습니다.

 

시험 부정행위 자체가 법정 구속행위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미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몇 년 응시자격 박탈 정도로 끝나겠지요. 다만 경찰의 역할은 이들의 신상명세를 조사한 이후 UK 이민국 (UK Border Agency)에게 넘길 것이라고 합니다. EU 시민인 이들이 형사사건이 아닌 문제로 인해 자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EU법에 관해 잘 아시는 분은 답변 부탁 드립니다.)

 

'그들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어제 석사를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동의한 점이 있습니다. 어떠한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분명히 그 결과 자체의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요.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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